학동4구역 철거 관계자 7명·업체 3곳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
피해자 대리인 "피해 참담한데 아무도 책임 없단 취지…5개월째 피해 회복 없어"
광주 붕괴참사 피고인, 사건 병합 후 첫 재판서 혐의 일부 부인
광주 건물 붕괴 참사 당시 부실 철거에 개입한 공사 관계자들이 사건 병합 후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는 18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공사 관계자 7명과 업체 3곳(HDC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기업)의 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해체 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지상 5층·지하 1층)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개발 시공사 현대사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안전부장 김모(57)씨·공무부장 노모(53)씨,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도급 업체 백솔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철거 현장 감리자 차모(59)씨다.

순차적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4곳의 재판부에서 각각 재판을 받았으나 같은 쟁점을 다루고 있어 법원이 하나로 병합했다.

광주 붕괴참사 피고인, 사건 병합 후 첫 재판서 혐의 일부 부인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해체계획서대로 철거하지 않고 과도하게 살수한 점은 인정하지만 건물 붕괴와의 인과 관계, 책임 소지 등에 대해서는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현대산업개발 측 변호인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니라 건축물 관리법을 적용해야 한다.

건축물 관리법상 해체 주체는 철거업체, 현장 감리, 해당 관청이며 작업을 발주한 도급자에게는 주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솔 측 변호인은 "해체 방법 미준수 과실은 인정하나 건물 붕괴와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시 신호수를 배치해 우회 운행을 유도했으나 버스 운전자가 수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살수와 관련해서는 "원청의 민원을 거부할 수 없었던 입장을 고려해 책임을 경감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솔 측 변호인과 조씨는 "지시를 받고 철거 작업을 했으나 안전조치까지는 제가 담당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며 "영세 업체를 운영하며 신호수를 고용해 이동 정차를 유도했고 직접 살수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다원소장 측 변호인은 계약에 따라 석면 해체만 담당했고 한솔과 수익금 정산을 위해 투입된 인력 등을 점검한 것일 뿐이라며 이면 계약을 통해 일반 건축물 철거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피해는 너무 참담한데 아무도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는 취지로 들릴 수 있어 안타깝다"며 "지난 6월 사고 발생 후 5개월째다.

최소한의 피해 회복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법리적 다툼을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 붕괴참사 피고인, 사건 병합 후 첫 재판서 혐의 일부 부인
재판부는 11월 1일 오전 10시 30분 다음 기일을 열어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이후에는 11월 1일 오후 2시, 11월 8일 오전 10시, 11월 17일 오전 10시, 11월 22일 오전 10시, 12월 1일 오전 10시에 재판을 열어 감리자, 백솔 대표, 한솔 소장, 한솔 대표, 다원 소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경찰 수사에서 증거가 드러난 불법 재하도급을 몰랐다고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비상주 철거 감리 선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엄정한 재판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부실했던 경찰의 수사를 재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