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예상보다 많은 소액주주가 ‘첫 단추’인 비상장 계열 3사 합병에 반대하면서다. 셀트리온은 지배구조 개편의 궁극적 목표인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전체 지배구조 그림에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예상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셀트리온 지주회사 통합 '삐걱'…스킨큐어 소액주주 반대
18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비상장 계열사 3곳을 합쳐 통합 지주사(셀트리온홀딩스)를 만들고 그 아래 있는 상장 계열사 3사를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셀트리온과 국내외 판매를 담당하는 계열사(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를 합쳐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다음달 1일이 통합 지주사 출범일이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예상보다 많은 셀트리온스킨큐어 소액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다. 상당수 소액주주들이 통합 지주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곧바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상장 여부가 불확실한 통합 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이 합병 철회 기준으로 내건 500억원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이 주당 약 57만원이던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5% 이상의 소액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스킨큐어에 대한 서정진 명예회장의 지분율이 81.3%(특수관계인 포함)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주주의 30% 가까이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셈이다.

상장 3사 합병은 지속 추진할 듯

셀트리온 측은 일단 셀트리온스킨큐어를 뺀 채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합병 마무리 시점은 12월 3일로, 당초 3사 합병 기일이던 11월 1일보다 한 달 넘게 늦춰졌다. 회사 관계자는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합병으로 단일화된 지주사 체제와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지주사 자격 요건을 갖추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서 명예회장의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율은 95.5%,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100%다.

비상장 3사 합병 후 추진하려던 상장 3사 합병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비상장 3사 합병은 상장 3사 합병을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다”며 “두 사안은 별개”라고 했다. 투자업계도 셀트리온스킨큐어 합병 철회가 사업상 핵심인 상장 3사에 대한 서 명예회장의 지배력이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 명예회장-통합 지주사-통합 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그림에는 수정이 필요하다. 합병에서 제외돼 지주사 체계 범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는 셀트리온스킨큐어가 핵심 계열사이자 지주사 우산 아래 있는 셀트리온 지분 2.1%를 보유해 지분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통합 지주사가 셀트리온스킨큐어와는 별개로 자산 및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 요건만 갖추면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