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용 상승 우려에 글로벌 경기회복 신호 기대도
항공주 등 부정적, 에너지주 등 수혜 예상…투자자 신중한 접근 필요
유가 고공행진 언제까지…국내 증시 영향은
증권가와 산업계가 고공행진 중인 유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뛰어 넘었고 서울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800원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유가가 주요 상장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 "겨울철 임박, 당분간 유가 상승"…"추가 상승 제한" 관측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2.28달러로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에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국내 휘발유 가격도 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평균 휘발윳값은 1천801.0원으로 하루 새 4.4원 올랐다.

유가 상승은 코로나19 이후 주요 산유국의 감산 기조 속에 최근 미국 허리케인 '아이다'에 따른 생산 차질과 천연가스 가격 급등 등으로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서다.

다수의 전문가는 올해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로 유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원인은 천연가스 대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다가 온 난방 시즌, 라니냐(적도 지역의 저수온 현상)의 재발 우려도 (천연가스의) 대체 수요를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진정되기까지 유가 하향 안정화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유가의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4분기부터 미국 산유량이 늘어난다고 하면 초과 수요는 완화될 수 있다"며 "유가 추가 상승은 이달을 정점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고공행진 언제까지…국내 증시 영향은
◇ 증시 "기업 비용 상승 우려" vs "유가 상승,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 가능"
주식시장도 유가 상승이 주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석유·천연가스 등을 생산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연결돼 기업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이 최근 유가 상승을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유가 상승은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증시에 악재로만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장 전반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신흥국 회복 신호로도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한편으로 비용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어서 (유가 상승 영향에 대해) 시각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유가가 오르는 시기에 국내 증시가 나빴던 적은 별로 없었다"면서 "원유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로 유가가 오르고 있다면 수출국인 우리 입장에선 '글로벌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와 환율 상승 여파로 인해 항공과 운송주들은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하면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업종별로 정유주로 대표되는 에너지주, 운송 수요 증가 등에 따른 조선주, 소재 업종의 수혜를 예상했다.

또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브라질·중동 시장에 수출하는 기업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