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히너는 1917년 스위스 다보스로 이주했다. 입대 후 몸과 마음이 망가진 뒤였다.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다보스의 겨울은 너무나 추웠지만 그는 그곳 사람들과 풍경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자기 생애에서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곧 들이닥칠 혹독한 추위를 생각하면 벌써 몸이 떨린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겨울이 따뜻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다보스의 눈 덮인 풍경을 보며 그가 떠올렸을 희망을 생각해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