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어' 스텔란티스 잡았다…LG엔솔, 수주 200조 벽 돌파
“마지막 대어를 낚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18일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예상 밖의 결과”라며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로 기존 180조원에 더해 40조원 규모의 배터리 수주를 추가하게 됐다. 2025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기업 간 ‘짝짓기’도 일단락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미래차 ‘합종연횡’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은 올 들어 차세대 전기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종연횡 방식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쩐(錢)의 전쟁’을 벌였다.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와 손을 잡았고, 일본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기업을 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SK온과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는 배터리업계에 마지막 남은 대어였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지난 1월 탄생했다. 그룹 산하 브랜드는 14개에 달한다.

전기차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늦었다는 평가를 받은 스텔란티스는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지난 7월 2년간 전기차 11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10종 발표, 2026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생산량 일치 등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00억유로(약 41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스텔란티스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5년까지 연 130GWh 규모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만 연 50GWh를 조달해야 한다. 파트너로 낙점된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통해 연 40GWh를 납품하기로 해 물량 대부분을 가져간 셈이다.

“내년 IPO로 자금 조달”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까지 더해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연 150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미 미시간주에 독자 공장(연 5GWh)을 가동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법인 1공장(연 35GWh)을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다. 2공장(연 35GWh)은 테네시주에 건설 중이다. 앞으로 연 35GWh 규모의 단독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SK온도 LG에너지솔루션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조지아주에서 단독으로 짓고 있는 1·2공장(연 21.5GWh)에 더해 포드와의 합작공장에서 연 129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 모두 합치면 연 150.5GWh다.

관건은 자금 조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GM과 전기차 화재 리콜과 관련해 합의하면서 일시 보류한 기업공개(IPO) 절차를 속개하기로 했다. 다만 앞서 연내 IPO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절차상 내년에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온도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흑자 전환 이후 IPO를 검토할 계획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IPO를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며 “다른 조달 방안도 많은 만큼 자본 비용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IPO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시장에서 스텔란티스의 유력 파트너로 점쳐진 삼성SDI는 여러 형태로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가 2026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이 부문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SDI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