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 등 독일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독일 출판업계는 올해 크리스마스 때까지 종이가 부족해 책을 인쇄하지 못할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대형 출판사인 '체.하. 베크'는 "크리스마스 전에 주요 서적의 증쇄가 더는 불가능하다"며 "재고 상품이 다 팔리면 내년에야 신규 서적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연 매출 5억2000만유로(약 7154억원)에 달하는 대형 출판사도 제때 종이를 확보하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키펜호이어 운트 비치 출판사도 성명을 통해 "과거에는 인쇄용지 확보에 4~5일이 걸렸지만, 이제는 6~8주가 소요된다"고 심란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던 독일에선 출판업계가 '대목'을 놓칠 우려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입니다. 독일 주요 출판사들은 "올해는 크리스마스 선물용 책을 일찍부터 미리미리 준비해달라"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용지 부족으로 생산비가 치솟으면서 30유로(약 4만1000원)이하 가격에는 하드커버 책자를 선보이기 어렵게 돼 출판사들이 치열한 단가계산에 나섰다는 후문입니다.
독일에서 최근 1년간 제지 가격은 60~100% 껑충 뛰었습니다. 대형 종이 도매상인 '이나파 도이칠란트'는 39년 만에 최고 수준의 종이 대란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독일 출판업계가 종이를 구하기 힘들어진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 대란이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유럽 주요 출판사들은 재생지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로 유럽 주요 신문사들이 종이신문 발행 규모를 줄이면서 재생지의 원재료 공급이 줄어, 폐지 가격이 뛴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일 출판계는 대안을 찾아 전자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단기간의 해결책이 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독일 출판협회에 따르면 독일 도서시장에서 전자책 점유율은 2020년 상반기 7.5%에서 올 상반기 7.9%로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마이너 주자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돌고 돌아 전혀 생각지 못한 분야로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시간이 늘고, 책과 접할 기회가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일 출판업계는 만들고 싶어도 책을 만들지 못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은 무척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