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수 때문이라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결론을 내렸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C는 이런 내용이 담긴 4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게임스톱 주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대화방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에 힘입어 지난해 말 20달러에서 지난 1월28일 한때 483달러까지 급등했다.

SEC는 게임스톱 사태의 핵심 원인이 개인투자자의 거래 급증에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스톱을 거래한 계정 수는 1월 초 1만 개에서 1월 27일 90만개로 급격히 늘었다.

게임스톱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이 주가 급등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사들이는 '쇼트 스퀴즈'는 주가 급등의 주된 동력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SEC는 "쇼트 스퀴즈를 유발해 이익을 얻고 싶어하려는 욕망에 의해서였든, 게임스톱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믿음에 의해서였든, 긍정적인 투자심리가 게임스톱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며 "쇼트 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것)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SEC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과열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로빈후드와 같은 온라인 주식 거래 앱의 게임적 요소가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주식거래 앱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포인트 리워드 순위표 등을 활용하고, 플랫폼을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꾸몄다. SEC는 이에 대해 이런 기능들이 "투자자들의 주식매매 증가로 이어졌는지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SEC는 "게임스톱의 공매도가 급증한 배경에 무차입 공매도가 있다"는 시장의 추측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옵션거래와 관련한 '감마 스퀴즈'도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감마 스퀴즈는 콜옵션 매도자가 거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현물 주식을 사들임에 따라 해당 주식의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SEC는 "게임스톱의 옵션거래가 상당히 증가했으나 이는 대개 풋옵션이었지 콜옵션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SEC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특정한 정책 권장사항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주식 거래 앱의 게임적 기능과 중개인이 고객 거래를 제한하도록 하는 요인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SEC가 헤지펀드와 로빈후드, 시타델증권 등을 규제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게임스톱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날보다 3.2% 내린 186.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978.4% 올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