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한때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불리다가 무리한 사업 확장 끝에 파산한 칭화유니그룹이 새 주인을 맞아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전날 밤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 주재로 1차 채권자 회의가 열렸다는 공고를 내놨다. 이 자리에서 400여명의 채권자가 참석해 총 1000억위안 규모의 채권 지불을 요구했다.

회사 측은 "1차 채권인 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구조조정이 최후의 가장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며 "조속히 전략 투자자를 확정함으로써 그룹 부활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칭화유니그룹은 7개 기업·컨소시엄이 전략적 투자자 참여 신청을 했으며, 일부 우량 자산을 떼내는 방식이 아니라 그룹 전체 인수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신청 업체들은 500억∼600억 위안(약 9조2000억∼11조원) 선에서 칭화유니그룹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칭화유니그룹은 파산·구조조정 절차를 시작한 지난 7월 투자자 유치 공고를 냈다.

칭화유니그룹이 신청 투자자 명단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한 채권단 관계자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중앙정부 국유기업인 중국전자 등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5곳의 후보는 모두 지방정부 국유기업들로 상하이궈성그룹 컨소시엄, 광둥헝젠, 베이징전자, 베이징징광투자, 우시산업발전그룹 등이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들이 자기 지역의 반도체 산업 위상을 높이기 위해 '대어'인 칭화유니그룹 쟁탈전에 나섰다는 평가다. 유일한 민간기업인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가 주력 사업이지만 반도체 개발, 클라우드, 스마트카, 첨단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파산법은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파산 구조조정 개시일로부터 6개월 안에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법원과 채권단에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시한이 최대 3개월 연장될 수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새 주인을 결정할 투자자 선정은 이르면 연말에 이뤄질 전망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지분 51%을 보유한 반도체 기업이다. 중국 안팎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안게 됐다. 작년 6월 기준 칭화유니그룹의 계열사는 286개에 이른다. 총 채무는 2029억위안(약 37조원)이며 이 중 800억위안(약 14조7000억원)어치의 만기가 1년 미만이었다. 전체 자산도 2966억위안 규모여서 법원이 청산이 아닌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낸 중국 업체여서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아 왔다. 메모리반도체 계열사인 창장춘추는 2016년 자본금 386억위안(약 7조원)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2019년 중국 최초로 64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128단 3D 낸드를 개발했고 올해부터 생산에 착수했다.

하지만 2020년말 월 30만개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여전히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선 창장춘추가 3년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향후 10년간 5000억위안(약 90조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