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리포트] 치료제 부족한 자폐증, 어떤 연구 이뤄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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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겸임연구위원
자폐증은 사회적 상황이나 역할에 잘 맞추지 못하고, 감정이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해서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사회성 문제와 반복된 행동이나 고착된 흥미 등을 가질 때 진단할 수 있다. 자폐증은 유병률이 전 세계적으로 1%에 해당하고 2세 이전에 진단 가능하나 평생을 지속하는 이 장애에 대한 치료제가 없고 증상 악화를 방지하는 약물이나 행동심리적인 치료 등만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자폐증은 신경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모체 내에서 발생 할 때부터 주로 이상이 생긴다고 여겨진다. 특히 임신 2기(13~28주) 동안의 모체 감염이나 면역 활성화가 자폐증 발생에 중요한 환경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대뇌 피질이 분화하고 발생하는 시기로 언어·지능 발달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자폐증에서는 언어 장애, 지능 저하, 간질 및 불안장애 등을 흔히 동반한다.
하지만 자폐증은 유전적인 요인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신과 영역의 질환 중 가장 높다.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1000개가 넘고, 그 관여하는 기전도 다양하지만, 주로 시냅스에 관련되거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폐증에 해당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이런 다양한 유전자와 역할 이상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공통된 발병 기전을 가지고 있어야 용이한데, 현재까지 알려진 여러 연구물이 일부 유전적인 이상을 가진 경우나 제한적인 경우에만 관여하는 발병 기전에 대한 치료제를 제시할 뿐이다.
특히 사회성이라는 것은 뇌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여 시시각각 처리해야 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뇌의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이다. 적절한 언어 능력, 사회적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상대를 알아보고 기억하는 능력, 상대방의 표정을 통하여 감정을 읽는 능력, 내가 한 이야기의 여파를 예측하는 능력 등을 포괄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MRI나 뇌파 검사를 통해 나오는 데이터들도 뇌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의 여러 부분 중 일부의 발달 이상이 생겨도 전체적인 사회성은 장애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동물모델을 이용한 사회성 연구
사회성 결핍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사회적 대상에 대한 정보처리가 문제가 있는 경우 사회적 대상과 비사회적 대상에 대한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과학자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 부족을 꼽는다. 실제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를 나타내는 여러 뇌 부위에서 자폐증 관련 유전자를 없애면 사회성 결핍이 생긴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는 본능적으로 잘 유지가 되고 있고, 자폐증 환자들도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가 있는 경우경우가 많다. 이를 미뤄봤을 때 동기 부족을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러 단일 자폐 유전자 변형 생쥐들에서 사회성 결핍의 원인들을 조사하며, 공통적인 발병 기전을 발견하고 그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첫 시도로 사회적 대상과 비사회적 대상에 대한 대뇌피질 중 사회적 관계 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잘 알려져 있는 내측 전전두엽에서 신경발화도를 측정했는데, 정상 생쥐에서는 사회적 대상을 봤을 때만 특별히 발화하는 신경들이 측정된 신경세포 중 17% 정도 존재했다.
반면 시냅스 및 뉴런 작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hank2’ 유전자 변형 생쥐에서는 이 비율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비사회적 대상에 대해 반응하는 세포의 비율이 증가하고, 하나의 신경세포가 여러 가지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사회적 상황에서 정보처리에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파브알부민(Parvalbumin)을 표지자로 가지는 억제성 신경세포를 10Hz의 빛으로 자극하면 이런 비효율적인 정보처리가 유의하게 돌아왔다. 이것은 신경 발달 과정에서 Shank2 유전자 결핍이 가지고 오는 네트워크적인 이상을 보상하기 위해 간극 연접(gap junction)이 증가해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임을 증명했다.
자폐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이 보상적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마우스에서 같은 Shank2 유전자 결핍 시 사춘기에 해당하는 3주령에 생기는 유전자 발현 이상은 수십 개에 불과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12주)에는 수백 개에 이르는 현상을 미뤄봤을 때, 신경계의 성숙과 함께 확대됨을 알 수 있었다.
이후에는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를 다른 종류의 자폐 유전자 동물모델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실제로 두 마리의 마우스가 사회적 상황을 할 때나, 혹은 여러 가지 감각적 신호가 무변별하게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내측 전전두엽의 사회적 정보처리를 연구하다 보면, 자폐증 환자들의 사회적 결핍 상황을 해결해줄 공통적인 치료법을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자폐증 극복을 향한 길
혹자는 성장기 이후 이미 굳어진 발달의 이상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는 회의적 질문을 한다. 경이롭게도 유전적 변이에 의해 이미 신경 발달이 왜곡되더라도, 성인기에 변이를 수정했을 때 증상이 없어지는 여러 실험 결과가 존재한다. 최근 Shank2 결핍 마우스에서 어려서 생기는 NMDA 수용체 이상을 수정하면 성인기의 증상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증명했다.
자폐증 치료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공통적인 발병 기전을 찾아서 그것을 되돌리는 한두 가지의 중요한 약물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질이나 암, 우울증 등 여러 질환을 보면 치료제가 여러 종류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밀의료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특히 100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유전적 변이가 어떤 것인지 규명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유전자 변이를 찾는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 유전적인 스크리닝을 통하여 진단이 되면 소아기나 성인에 유전적인 발현을 조절하는 치료 및 약물치료의 적용이 훨씬 유리해지리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을 돕는 교육, 직업, 돌봄 및 요양 등의 사회적 지지체계를 잘 구성하는 것이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자폐증은 신경발달장애의 한 종류로 모체 내에서 발생 할 때부터 주로 이상이 생긴다고 여겨진다. 특히 임신 2기(13~28주) 동안의 모체 감염이나 면역 활성화가 자폐증 발생에 중요한 환경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대뇌 피질이 분화하고 발생하는 시기로 언어·지능 발달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자폐증에서는 언어 장애, 지능 저하, 간질 및 불안장애 등을 흔히 동반한다.
하지만 자폐증은 유전적인 요인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신과 영역의 질환 중 가장 높다.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1000개가 넘고, 그 관여하는 기전도 다양하지만, 주로 시냅스에 관련되거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폐증에 해당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이런 다양한 유전자와 역할 이상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공통된 발병 기전을 가지고 있어야 용이한데, 현재까지 알려진 여러 연구물이 일부 유전적인 이상을 가진 경우나 제한적인 경우에만 관여하는 발병 기전에 대한 치료제를 제시할 뿐이다.
특히 사회성이라는 것은 뇌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여 시시각각 처리해야 하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뇌의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이다. 적절한 언어 능력, 사회적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상대를 알아보고 기억하는 능력, 상대방의 표정을 통하여 감정을 읽는 능력, 내가 한 이야기의 여파를 예측하는 능력 등을 포괄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MRI나 뇌파 검사를 통해 나오는 데이터들도 뇌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의 여러 부분 중 일부의 발달 이상이 생겨도 전체적인 사회성은 장애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동물모델을 이용한 사회성 연구
사회성 결핍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사회적 대상에 대한 정보처리가 문제가 있는 경우 사회적 대상과 비사회적 대상에 대한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과학자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 부족을 꼽는다. 실제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를 나타내는 여러 뇌 부위에서 자폐증 관련 유전자를 없애면 사회성 결핍이 생긴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는 본능적으로 잘 유지가 되고 있고, 자폐증 환자들도 사회적 관계에 대한 동기가 있는 경우경우가 많다. 이를 미뤄봤을 때 동기 부족을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러 단일 자폐 유전자 변형 생쥐들에서 사회성 결핍의 원인들을 조사하며, 공통적인 발병 기전을 발견하고 그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첫 시도로 사회적 대상과 비사회적 대상에 대한 대뇌피질 중 사회적 관계 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잘 알려져 있는 내측 전전두엽에서 신경발화도를 측정했는데, 정상 생쥐에서는 사회적 대상을 봤을 때만 특별히 발화하는 신경들이 측정된 신경세포 중 17% 정도 존재했다.
반면 시냅스 및 뉴런 작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hank2’ 유전자 변형 생쥐에서는 이 비율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비사회적 대상에 대해 반응하는 세포의 비율이 증가하고, 하나의 신경세포가 여러 가지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사회적 상황에서 정보처리에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파브알부민(Parvalbumin)을 표지자로 가지는 억제성 신경세포를 10Hz의 빛으로 자극하면 이런 비효율적인 정보처리가 유의하게 돌아왔다. 이것은 신경 발달 과정에서 Shank2 유전자 결핍이 가지고 오는 네트워크적인 이상을 보상하기 위해 간극 연접(gap junction)이 증가해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임을 증명했다.
자폐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이 보상적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마우스에서 같은 Shank2 유전자 결핍 시 사춘기에 해당하는 3주령에 생기는 유전자 발현 이상은 수십 개에 불과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12주)에는 수백 개에 이르는 현상을 미뤄봤을 때, 신경계의 성숙과 함께 확대됨을 알 수 있었다.
이후에는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를 다른 종류의 자폐 유전자 동물모델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실제로 두 마리의 마우스가 사회적 상황을 할 때나, 혹은 여러 가지 감각적 신호가 무변별하게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내측 전전두엽의 사회적 정보처리를 연구하다 보면, 자폐증 환자들의 사회적 결핍 상황을 해결해줄 공통적인 치료법을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자폐증 극복을 향한 길
혹자는 성장기 이후 이미 굳어진 발달의 이상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는 회의적 질문을 한다. 경이롭게도 유전적 변이에 의해 이미 신경 발달이 왜곡되더라도, 성인기에 변이를 수정했을 때 증상이 없어지는 여러 실험 결과가 존재한다. 최근 Shank2 결핍 마우스에서 어려서 생기는 NMDA 수용체 이상을 수정하면 성인기의 증상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증명했다.
자폐증 치료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공통적인 발병 기전을 찾아서 그것을 되돌리는 한두 가지의 중요한 약물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질이나 암, 우울증 등 여러 질환을 보면 치료제가 여러 종류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사용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밀의료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특히 100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유전적 변이가 어떤 것인지 규명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유전자 변이를 찾는 대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든다. 유전적인 스크리닝을 통하여 진단이 되면 소아기나 성인에 유전적인 발현을 조절하는 치료 및 약물치료의 적용이 훨씬 유리해지리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을 돕는 교육, 직업, 돌봄 및 요양 등의 사회적 지지체계를 잘 구성하는 것이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