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인데 남편이 밥을 안 해요" [법알못]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맞벌이 부부인데 남편이 밥을 안 합니다. 밥은 여자가 하는 거래요. 돈이나 많이 벌어다 주면 모르겠는데 남편 월급이 저보다 10만 원 적습니다. 남편은 회사가 가까워서 저보다 40~50분 먼저 퇴근하는데 제가 올 때까지 취사 버튼 눌러 놓기는커녕 소파에 누워 쉬고만 있습니다. 밥을 안 먹을 거냐니까 그건 아니라는데 제가 차리길 기다리고만 있네요. 싸우다 지쳐서 집에서 저녁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저는 구내식당에서 먹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퇴근 후 밥을 누가 할 것이냐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신혼부부의 사연이다.
아내 A 씨의 불만은 말 그대로 '남편이 밥을 안 한다'는 것이다.
A 씨에 따르면 남편 B 씨는 결혼 전 자취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찌개 몇 가지와 달걀후라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결혼 전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합의하기로는 평일 저녁 준비는 남편이, 주말 식사는 아내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이 원칙은 깨지고 말았다.
B 씨는 회사와 집이 가까워서 퇴근 시간이 A 씨에 평균 40~50분 정도 빠름에도 불구하고 A 씨가 귀가해서 보면 남편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기 일쑤였다.
A 씨가 "왜 저녁 준비 안 하냐. 밥을 해야 저녁을 먹을 거 아니냐"고 했지만 B 씨는 "밥은 여자가 해야 하는 거다"라고 했다.
A 씨는 연애할 때는 가끔 맛있는 거 해준다고 요리도 하던 남편의 돌변한 모습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B 씨는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는 입장이고 A 씨는 "돈도 내가 더 많이 버는데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밥을 해야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어 "100만 원 더 벌어오면 내가 밥을 하겠다"고 해서 부부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싸움 끝에 내린 결론은 평일 저녁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집에서 먹지 않는 것이다.
A 씨는 "오늘도 구내식당에서 저녁 먹고 갈 생각이다"라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실제로 내 사촌 동생이 저 짓 하다 1년도 못가 이혼당했다. 결혼 전 자취할 때 청소랑 요리 잘했는데 결혼 후 손 놓더라", "수입 관계없이 맞벌이면 맞가사가 맞다. 그 문제에서 벌이를 논하면 안 된다. 이러다 아이 생기면 육아는 당연히 여자 일이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밥은 당연히 여자가 하는 거라고 하는 사람이 왜 맞벌이를 하지? 남자답게 바깥일은 당연히 남자만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일찍 퇴근한 사람이 빨리 후다닥 저녁 차려야지 저게 무슨 짓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례 속 A 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라며 남편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이혼까지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가사에 대한 역할분담 갈등도 이혼 사유가 될까.
최근 신세대 부부는 물론 중장년 부부들도 가사분담에 대한 의식변화가 일어났지만 아직도 남편은 직장에 다니니 아내가 전적으로 가사와 육아 등을 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문제로 다툼이 심해지고 이혼까지 간다면 누구 책임일까.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이인철 변호사는 "아직도 ‘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밥 줘’, 아내가 아파도 ‘밥 줘’, 아내 이름보다 '밥', '반찬'을 더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만 밥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면서 "밥은 배고프고 아쉬운 사람이 차려 먹으면 된다"고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부부는 서로 협조 의무가 있다. 비록 아내가 전업주부이고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가사는 부부가 같이 분담해야 한다"면서 "요즘 시대에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서 아내에게 ‘내가 당신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말하면 큰일 난다"고 비유했다.
이어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고 당연히 남편도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라면서 "다만 남편이 직장을 다니고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주된 가사 살림은 아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남편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는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내도 직장생활을 힘들게 하는 남편을 이해하고 내조를 잘해야 할 것이다"라며 "아울러 육아도 아내가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부 모두 자녀에 대하여 법적으로 공동친권자이므로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양해야 한다"면서 "부모는 적극적으로 양육을 해야 하고 양육비 부양료도 지급해서 자녀가 행복하게 잘 성장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남녀는 평등하고 부부도 평등해야 하므로 일을 누가 하는지는 부부가 협의하고 서로 협조가 잘 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직장 일이나 가사나 부부 한쪽만 하고 다른 배우자는 놀고먹고 결과적으로 한 명이 희생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갈등이 커지고 혼인이 파탄되어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될 수 있다"면서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하며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퇴근 후 밥을 누가 할 것이냐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신혼부부의 사연이다.
아내 A 씨의 불만은 말 그대로 '남편이 밥을 안 한다'는 것이다.
A 씨에 따르면 남편 B 씨는 결혼 전 자취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찌개 몇 가지와 달걀후라이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결혼 전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합의하기로는 평일 저녁 준비는 남편이, 주말 식사는 아내가 맡기로 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이 원칙은 깨지고 말았다.
B 씨는 회사와 집이 가까워서 퇴근 시간이 A 씨에 평균 40~50분 정도 빠름에도 불구하고 A 씨가 귀가해서 보면 남편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기 일쑤였다.
A 씨가 "왜 저녁 준비 안 하냐. 밥을 해야 저녁을 먹을 거 아니냐"고 했지만 B 씨는 "밥은 여자가 해야 하는 거다"라고 했다.
A 씨는 연애할 때는 가끔 맛있는 거 해준다고 요리도 하던 남편의 돌변한 모습이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B 씨는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는 입장이고 A 씨는 "돈도 내가 더 많이 버는데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밥을 해야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어 "100만 원 더 벌어오면 내가 밥을 하겠다"고 해서 부부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싸움 끝에 내린 결론은 평일 저녁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집에서 먹지 않는 것이다.
A 씨는 "오늘도 구내식당에서 저녁 먹고 갈 생각이다"라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실제로 내 사촌 동생이 저 짓 하다 1년도 못가 이혼당했다. 결혼 전 자취할 때 청소랑 요리 잘했는데 결혼 후 손 놓더라", "수입 관계없이 맞벌이면 맞가사가 맞다. 그 문제에서 벌이를 논하면 안 된다. 이러다 아이 생기면 육아는 당연히 여자 일이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밥은 당연히 여자가 하는 거라고 하는 사람이 왜 맞벌이를 하지? 남자답게 바깥일은 당연히 남자만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일찍 퇴근한 사람이 빨리 후다닥 저녁 차려야지 저게 무슨 짓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례 속 A 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라며 남편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이혼까지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가사에 대한 역할분담 갈등도 이혼 사유가 될까.
최근 신세대 부부는 물론 중장년 부부들도 가사분담에 대한 의식변화가 일어났지만 아직도 남편은 직장에 다니니 아내가 전적으로 가사와 육아 등을 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문제로 다툼이 심해지고 이혼까지 간다면 누구 책임일까.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이인철 변호사는 "아직도 ‘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밥 줘’, 아내가 아파도 ‘밥 줘’, 아내 이름보다 '밥', '반찬'을 더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만 밥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면서 "밥은 배고프고 아쉬운 사람이 차려 먹으면 된다"고 규정했다.
이 변호사는 "부부는 서로 협조 의무가 있다. 비록 아내가 전업주부이고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가사는 부부가 같이 분담해야 한다"면서 "요즘 시대에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서 아내에게 ‘내가 당신을 많이 도와주었다!’고 말하면 큰일 난다"고 비유했다.
이어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고 당연히 남편도 해야 하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라면서 "다만 남편이 직장을 다니고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주된 가사 살림은 아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남편은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는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내도 직장생활을 힘들게 하는 남편을 이해하고 내조를 잘해야 할 것이다"라며 "아울러 육아도 아내가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부부 모두 자녀에 대하여 법적으로 공동친권자이므로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양해야 한다"면서 "부모는 적극적으로 양육을 해야 하고 양육비 부양료도 지급해서 자녀가 행복하게 잘 성장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남녀는 평등하고 부부도 평등해야 하므로 일을 누가 하는지는 부부가 협의하고 서로 협조가 잘 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직장 일이나 가사나 부부 한쪽만 하고 다른 배우자는 놀고먹고 결과적으로 한 명이 희생하는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면 갈등이 커지고 혼인이 파탄되어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될 수 있다"면서 "부부는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하며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