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덩치 큰 조직 주름잡던 시대 끝났다…검증된 성공방식도 교체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경제 창간 57th 미래를 말한다
릴레이 인터뷰 (9) 진옥동 신한은행장
"장인정신 장점 많아도 혁신 우선해야
지금 잘된다고 '전환' 고민하지 않으면 도태
순이익 목표 낮춰 영업체계 바꾸는 실험 단행
인사카드 생년월일 없애서라도 세대교체 고민
앞으론 데이터 연결·해석·예측 능력이 경쟁력"
릴레이 인터뷰 (9) 진옥동 신한은행장
"장인정신 장점 많아도 혁신 우선해야
지금 잘된다고 '전환' 고민하지 않으면 도태
순이익 목표 낮춰 영업체계 바꾸는 실험 단행
인사카드 생년월일 없애서라도 세대교체 고민
앞으론 데이터 연결·해석·예측 능력이 경쟁력"

데이터 해석 능력이 경쟁력
진 행장은 요즘 경영환경의 특징으로 ‘예측 불가능성’과 ‘빠른 변화’를 꼽았다. 그는 “앞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조직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은행에는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고 준비해 제안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의사결정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부장부터 행장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 행장은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조직을 꾸리는 게 목표”라며 “방향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세대교체 안 하면 위기 올 수도
그는 “4~5년 내 은행업이 큰 ‘제너레이션 체인지(세대교체)’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업(業)의 본질’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은행업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게 주요 수익원이었다.진 행장은 “지금 잘된다고 전환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며 “일본은 수년간 전환을 시도하지 않아 ‘스타트업의 무덤’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오사카지점장, SBJ(신한은행 일본법인) 법인장 등 일본에서 19년간 일한 은행권의 대표적 ‘일본통’이다.
진 행장은 “일본이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권을 잃은 것은 세대교체에 주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산업계는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 뭐든지 조금씩 개선할 수 있다는 ‘장인정신’이 뿌리 내려 있다”며 “장인정신의 장점이 많지만 전략이나 행동의 전환이 없으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관행 깨야 미래 있다
국내 금융계를 리드하는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답지 않은 전략’을 틈틈이 시도하고 있다. 진 행장은 “빅테크 등 혁신적인 시장 참여자가 계속 등장하고 밀레니얼세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이 시대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고정관념을 버리고 전에 없던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2019년 말 신한은행의 이듬해 순이익 목표를 10% 낮췄다. 신한은행이 순이익 목표를 낮춘 것은 1982년 창립 후 처음이었다. 경영 전망이 아무리 어두워도 최소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목표로 내걸던 관행을 깬 것이다. 대신 고객 만족도와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금융상품, 영업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이를 두고 한동안 회사 안팎이 시끄러웠다. “열심히 안 하고 놀겠다는 거냐” “금융지주 ‘맏형’의 모양새가 빠진다” 등 날카로운 반응이 많았다. 이사회에선 “다른 은행들은 순이익 더 낸다는데 이래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진 행장은 “리더가 전환을 결심한다고 해서 마법처럼 ‘짠’하고 조직이 바뀌는 게 아니다”며 “조직에 전환의 이유와 내용을 설명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순혈 DNA’도 손봐
외부 수혈도 진 행장이 던진 승부수다. 내부 역량을 주로 활용해 성장에 집중하는 ‘순혈주의’가 강한 국내 은행권에선 이례적이었다. 신한은행은 2020년 12월 김혜주 KT 상무, 김준환 SK C&C 상무를 임원으로 영입했다.김혜주 상무는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김준환 상무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다. 진 행장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내부 규범까지 개정했다. 임원의 범위에 ‘상무 호칭을 사용하는 전문계약 인력’을 추가했다.
진 행장이 드라이브를 거는 전환의 결과가 반드시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는 “결과가 나쁘다고 좌절해선 안 된다”며 “문제가 있다면 그 점을 반영해 다른 전환을 시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내년 순이익 목표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남은 3개월간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무리한 목표는 잡지 않고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했다.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내년 3월 코로나19 긴급 대출 만기와 상환 유예가 끝날 때쯤 큰 위기가 들이닥칠 수도 있다”며 “리더가 당장 욕을 먹기 싫다고 미래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력
△1961년 전북 임실 출생
△1980년 11월 기업은행 입행
△1981년 2월 덕수상고 졸업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1997년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지점
△2004년 신한은행 자금부
△2008년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지점장
△2011년 일본 SH캐피털 사장
△2014년 SBJ(신한은행 일본법인) 부사장
△2016년 SBJ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9년~ 신한은행장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