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잉크·인쇄용 알루미늄까지 다 올랐다…출판계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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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용 제지가격 올 25% 급등
물류대란 덮치고 제본비까지 껑충
"책값 바로 올릴 수도 없고…" 한숨
물류대란 덮치고 제본비까지 껑충
"책값 바로 올릴 수도 없고…" 한숨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물류대란의 충격파가 출판업계까지 덮쳤다. 도서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종이 가격이 급등해서다. 잉크값과 인쇄용 판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가격, 제본비까지 껑충 뛰면서 출판사들의 주름이 깊어졌다.
2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출판용 주요 용지 가격이 평균 25%가량 상승했다. 통상 책 가격에서 종이값, 인쇄비, 제본비 등 제작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안팎(책에 따라 18~24%)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이값이 크게 뛰어 그러잖아도 마진이 박한 출판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판사들은 통상 종이 도매상(지업사)을 통해 용지를 공급받는다. 수많은 출판사와 전문적으로 거래할 뿐 아니라 물류까지 도맡은 지업사를 통하면 제지사와 직거래하는 것보다 싼 가격에 종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매입 규모에 따라 제지업체가 고지한 공장도 가격(고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는다. 제지사들은 고시가를 바꾸지 않아도 지업사를 통해 할인율을 조절하면서 사실상 시장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올 들어선 이례적으로 큰 폭의 할인율 축소가 이어졌다. 단행본을 발행하는 주요 대형 출판사들의 할인율은 지난 5월께 7%포인트가량 줄었고, 7~8월께 5%포인트가량 추가로 감소했다. 평소 30%의 할인율을 적용받던 출판사라면 할인율이 23%, 18% 식으로 삭감된 것이다.
이처럼 종이 가격이 급등한 것은 국제 펄프 가격 상승에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겹쳤기 때문이다. 국제 펄프 지수는 작년 말 142.5에서 올 9월 207.8로 46%나 올랐다. 7월에는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관련 도서의 인쇄 수요가 늘면서 지수가 216.9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다소 안정세를 찾았지만 여전히 작년 말 대비 40% 넘게 오른 상태다. 여기에 컨테이너 부족 등으로 펄프 운반 해상운임이 작년 대비 3배 넘게 오른 점도 종이값 상승을 부추겼다.
잉크값과 인쇄판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가격이 뛴 것도 책 제작단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토요일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된 제본업체들의 처리 물량이 떨어진 점도 제작단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생산원가는 오르고 있지만 출판사들은 책값을 섣불리 인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는 “최근 도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 책값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계 시스템이 종이값을 곧바로 책값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종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출판계의 타격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선 연말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C.H.베크를 비롯한 주요 출판사들이 “크리스마스 전에 주요 서적 인쇄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2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출판용 주요 용지 가격이 평균 25%가량 상승했다. 통상 책 가격에서 종이값, 인쇄비, 제본비 등 제작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안팎(책에 따라 18~24%)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이값이 크게 뛰어 그러잖아도 마진이 박한 출판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판사들은 통상 종이 도매상(지업사)을 통해 용지를 공급받는다. 수많은 출판사와 전문적으로 거래할 뿐 아니라 물류까지 도맡은 지업사를 통하면 제지사와 직거래하는 것보다 싼 가격에 종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매입 규모에 따라 제지업체가 고지한 공장도 가격(고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을 적용받는다. 제지사들은 고시가를 바꾸지 않아도 지업사를 통해 할인율을 조절하면서 사실상 시장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올 들어선 이례적으로 큰 폭의 할인율 축소가 이어졌다. 단행본을 발행하는 주요 대형 출판사들의 할인율은 지난 5월께 7%포인트가량 줄었고, 7~8월께 5%포인트가량 추가로 감소했다. 평소 30%의 할인율을 적용받던 출판사라면 할인율이 23%, 18% 식으로 삭감된 것이다.
이처럼 종이 가격이 급등한 것은 국제 펄프 가격 상승에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겹쳤기 때문이다. 국제 펄프 지수는 작년 말 142.5에서 올 9월 207.8로 46%나 올랐다. 7월에는 중국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관련 도서의 인쇄 수요가 늘면서 지수가 216.9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다소 안정세를 찾았지만 여전히 작년 말 대비 40% 넘게 오른 상태다. 여기에 컨테이너 부족 등으로 펄프 운반 해상운임이 작년 대비 3배 넘게 오른 점도 종이값 상승을 부추겼다.
잉크값과 인쇄판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가격이 뛴 것도 책 제작단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토요일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된 제본업체들의 처리 물량이 떨어진 점도 제작단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생산원가는 오르고 있지만 출판사들은 책값을 섣불리 인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는 “최근 도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 책값에 대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계 시스템이 종이값을 곧바로 책값에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종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출판계의 타격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선 연말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C.H.베크를 비롯한 주요 출판사들이 “크리스마스 전에 주요 서적 인쇄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