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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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근무한 근로자에게 26일치 연차휴가수당을 주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제대로 했더라면 있지도 않았을 대법원 판결이다.”

고용부가 키운 '4년 혼란'…"받아간 연차수당 내놔라" 줄소송 예고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니라 11일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한 자영업자의 하소연이다. ‘고용부의 행정해석이 틀렸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미 26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반환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근로자 권리 보호에만 몰두한 고용부의 잘못된 법 해석으로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핵심 쟁점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딱 1년만 일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26일치 연차수당 청구권이 발생하는지였다. 당초 1심은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근무한 근로자에게도 26일치의 수당 청구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원심을 일부 취소하고 26일치가 아닌, 11일치의 수당 청구권만 인정했다. 대법원도 “근로기준법에서는 (아무리 장기 근속을 해도) 1년 최대 휴가일수를 25일로 제한하고 있다”며 “(고용부 해석대로라면)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6일의 휴가가 발생하는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근로계약 지속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연차휴가 사용권은 1년간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며 “그 전에 퇴직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에는 연차휴가 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연차휴가는 다음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1년이 지나 (다음해에) 근로계약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연차수당 반환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1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고용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 사업장에서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 26일치 연차수당을 지급해왔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년 계약직 근로자는 163만여 명에 달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근로자도 딱 1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면 이 판결이 적용된다”며 “이미 지급된 연차휴가 수당에 대한 반환청구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에서도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다수 공공기관에서도 1년 계약직에게 26일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왔다”며 “환수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혼란의 배경에는 고용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 4월 2심 법원이 고용부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이후에도 같은달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 “26일치 수당 지급이 맞다고 지도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정부 지침과 다른 법원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아니고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근거로 한 해석”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장 근로감독관들은 고용부 지침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한 근로감독관은 “사업주가 26일치 수당을 안 준다는 임금체불 진정이 들어와 검찰 지휘를 받아보면 임금체불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검사가 많았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부의 행정해석 변경 여부가 주목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의문이 없지는 않지만 행정해석 변경 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용희/최진석/백승현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