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의 새 장편소설 《제비심장》(문학과지성사·사진)이 출간됐다. 입양아, 철거민부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이주 고려인까지, 제자리에서 뿌리 뽑힌 사람에 주목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조선소 하루살이 노동자의 삶을 뒤쫓는다.

《제비심장》은 작가가 《철》(문학과지성사) 이후 13년 만에 다시 써낸 조선소 이야기다. ‘철(鐵)의 사랑’과 ‘철(鐵)이 노래할 때’ 등 그동안 문예지 등을 통해 연작 형태로 발표했던 작품을 장편으로 엮었다.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되는 ‘철상자’는 조선소에서 만드는 철배의 조각이다. 무게가 2~3t쯤 나가는 철판을 이어 붙여 더 큰 철판을 만들고, 그 철판을 짜 맞춰 철상자를 만든다. 60여t에 달하는 철상자 300여 개를 조립해 연결하면 철배가 탄생한다.

등장 인물은 철상자 안에서 평생을 보내지만 철배를 본 적이 없다. “철배는 없다. 우리 중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으니 우리에게 철배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철배는 없지만 철배를 만드는 철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살보다, 뼈보다 철을 더 많이 만진다.” 철배의 일부를 구성하지만 그곳에서 나올 수 없는 철상자는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작가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라는 단순 구도에서 벗어나 노동자 내의 분화와 갈등을 포착한다. 같이 배를 만드는 노동자라도 정규직이냐, 하청업체냐, 재하청을 받은 물량팀이냐에 따라 세 부류로 나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