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의 위험한 상상, 1000조 코인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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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7>
▶10월 2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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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크루그먼이지만, 그가 지난 10월 1일자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를 무시하고 1조 달러(약 1000조 원)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 칼럼은 이게 유명 신문의 사설이 맞는지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1000조 코인'이라니 코인판이나 땡글에서 자주 봤을 법한 표현이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정말로 미국 정부가 1000조 원짜리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배경엔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문제가 있다. 원래 부채한도는 형식적인 장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추가로 빚을 내지 못하면서 예산안만 통과되어봐야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예산안의 통과는 곧 부채한도까지 함께 늘어남을 의미했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 부채한도는 공화·민주 양당이 예산안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인질 역할을 한다. 크루그먼은 사설에서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을 막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가치를 떨어트려 세계 경제를 무너지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동전의 액면가를 얼마까지 지정할 수 있는지는 법에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마음만 먹으면 조폐국을 통해 액면가 1조 달러짜리 동전을 발행할 수 있다. 게다가 조폐국을 통해 발행된 동전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다. 즉, 재무부가 조폐국을 통해 액면가 1조 달러짜리 동전을 발행하면 연준은 동전의 액면가만큼 달러를 발행해줘야 하고, 재무부는 이렇게 얻은 달러를 채무가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한다. 눈 깜짝할 새에 1000조 원이 생겨났지만, 그 누구의 빚도 늘지 않는다. 그야말로 합법적인 돈 복사인 셈이다.
다행히 옐런 장관은 이 무분별한 돈 복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이미 일축한 상태다. 지난 10일 ABC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옐런 장관은 "1000조 코인은 속임수"라며 "나는 그 아이디어에 반대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일부 원자재 가격은 공급난이 해소되면 가격이 내려올 수 있지만 음식료, 소비재, 그리고 서비스 가격은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의 물가상승,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단순히 병목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겠다며 대책 없이 환경규제를 남발한 선진국 정부들 때문에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더 이상 신규 투자하지 않아 발생한 원인이 더 크다. 서방의 리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그 때문에 발생한 에너지 공급난은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모든 상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사람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과 신용화폐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모여있는 똑똑한 천재들이 세계 경제를 잘 이끌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을 포기하게 만들 만큼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과 그 와중에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일말의 기대조차도 저버리게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오스트리아 경제학에서 내리는 진단은 신용화폐 시스템을 건전화폐 시스템으로 돌리는 것이다. 달러가 무한정 풀리는 지금의 환경에선 돈이 나오는 수도꼭지 근처로 갈수록 수혜를 보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임의대로 화폐 수량을 늘릴 수 없는 건전화폐가 도입되면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하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자연스레 부정부패도 줄어들게 된다.
비트코인은 어떠한 권력자도 발행량을 임의대로 늘릴 수 없는 건전화폐다. 신용화폐가 소수의 결정에 따라 무한대로 발행되어 그것을 보유한 사람을 점점 가난하게 만드는 데 반해, 비트코인은 통화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점점 가치가 상승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1000조 코인을 발행하기보다는 비트코인을 기축통화로 지정하는 게 어떨까? 그동안 중앙은행 제도와 신용화폐가 일으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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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 원짜리 코인을 발행하자는 경제학자
미국의 유명 일간지 뉴욕타임스에는 거의 매일같이 미국 아이비리그 최고 명문대인 프린스턴대의 경제학 교수, 폴 크루그먼의 사설이 올라온다. 그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20권이 넘는 저서와 왕성한 칼럼니스트 활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경제가 번영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케인스학파로 분류되며 현존하는 경제학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다.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지닌 크루그먼이지만, 그가 지난 10월 1일자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바이든 대통령은 부채한도를 무시하고 1조 달러(약 1000조 원)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 칼럼은 이게 유명 신문의 사설이 맞는지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1000조 코인'이라니 코인판이나 땡글에서 자주 봤을 법한 표현이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정말로 미국 정부가 1000조 원짜리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배경엔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문제가 있다. 원래 부채한도는 형식적인 장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추가로 빚을 내지 못하면서 예산안만 통과되어봐야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예산안의 통과는 곧 부채한도까지 함께 늘어남을 의미했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 부채한도는 공화·민주 양당이 예산안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인질 역할을 한다. 크루그먼은 사설에서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을 막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가치를 떨어트려 세계 경제를 무너지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1000조 코인' 발행이 가능한 이유
1000조 코인은 2011년 미국인 변호사 카를로스 무차가 처음 소개한 기발한 아이디어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돈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 권한을 연준과 조폐국에 위임하여 화폐를 생산한다. 연준은 우리가 잘 아는 지폐인 달러를 발행하는 주체지만 조폐국은 센트, 니켈, 다임, 쿼터, 하프달러, 그리고 1달러 동전 발행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중 1달러짜리 동전은 굉장히 다양한 한정판 디자인으로 발행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조폐국이 발행하는 동전은 그게 무엇이든 미국 전역에서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지위를 갖는다.문제는 동전의 액면가를 얼마까지 지정할 수 있는지는 법에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마음만 먹으면 조폐국을 통해 액면가 1조 달러짜리 동전을 발행할 수 있다. 게다가 조폐국을 통해 발행된 동전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다. 즉, 재무부가 조폐국을 통해 액면가 1조 달러짜리 동전을 발행하면 연준은 동전의 액면가만큼 달러를 발행해줘야 하고, 재무부는 이렇게 얻은 달러를 채무가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한다. 눈 깜짝할 새에 1000조 원이 생겨났지만, 그 누구의 빚도 늘지 않는다. 그야말로 합법적인 돈 복사인 셈이다.
다행히 옐런 장관은 이 무분별한 돈 복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이미 일축한 상태다. 지난 10일 ABC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옐런 장관은 "1000조 코인은 속임수"라며 "나는 그 아이디어에 반대하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더니…
만약 미국 정부가 정말로 1000조 코인을 이용해 합법적인 돈 복사를 시행한다면 불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연초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옐런 장관 등 경제계 고위 관료들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Inflation is transitory)"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생긴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면 잠시 올랐던 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1년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하는 중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30년래 최고치인 3.6%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고,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도 어느새 배럴당 84.9달러를 넘었다.사업이나 장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일부 원자재 가격은 공급난이 해소되면 가격이 내려올 수 있지만 음식료, 소비재, 그리고 서비스 가격은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의 물가상승, 특히 국제유가 상승은 단순히 병목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겠다며 대책 없이 환경규제를 남발한 선진국 정부들 때문에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더 이상 신규 투자하지 않아 발생한 원인이 더 크다. 서방의 리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탄소중립을 외쳤지만, 그 때문에 발생한 에너지 공급난은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모든 상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사람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
만약 정부가 의회의 간섭 없이 마음대로 예산을 마련할 수 있게 되면 도덕적 해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불과 지난달에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거액의 주식과 펀드를 매매해온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본인들이 수십만 달러 규모의 개인 재산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들이 순간순간 내린 투자 결정에 내부자 정보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과연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지난 5일에는 전·현직 정상 35명과 90개국의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330여 명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탈세를 해왔다는 판도라 페이퍼스가 공개되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최고급 저택, 부동산, 요트 등 고가 자산을 세무당국으로부터 숨기기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물론 유령회사를 설립하거나 고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했다면 냈을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이들이 그동안 내려온 국가적 의사결정이 자기 자신보다 국민을 위해 내려졌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1000조 코인보다는 비트코인을 도입하자
입법과 사법의 견제와 균형 없이 행정부 단독으로 1000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크루그먼의 주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칫 독재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행정부의 권력을 삼권분립을 통해 나누고 이양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 아무리 부채한도 증액이 중요해도 이런 식의 편법을 통해 관철하자는 주장은 도저히 저명한 경제학자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더욱이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과 신용화폐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에 모여있는 똑똑한 천재들이 세계 경제를 잘 이끌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을 포기하게 만들 만큼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과 그 와중에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일말의 기대조차도 저버리게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오스트리아 경제학에서 내리는 진단은 신용화폐 시스템을 건전화폐 시스템으로 돌리는 것이다. 달러가 무한정 풀리는 지금의 환경에선 돈이 나오는 수도꼭지 근처로 갈수록 수혜를 보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임의대로 화폐 수량을 늘릴 수 없는 건전화폐가 도입되면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하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자연스레 부정부패도 줄어들게 된다.
비트코인은 어떠한 권력자도 발행량을 임의대로 늘릴 수 없는 건전화폐다. 신용화폐가 소수의 결정에 따라 무한대로 발행되어 그것을 보유한 사람을 점점 가난하게 만드는 데 반해, 비트코인은 통화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점점 가치가 상승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1000조 코인을 발행하기보다는 비트코인을 기축통화로 지정하는 게 어떨까? 그동안 중앙은행 제도와 신용화폐가 일으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