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기업] 미토콘드리아로 세계 첫 임상 나선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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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는 LG화학 책임연구원, 차바이오텍 바이오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한 한규범 박사가 2013년 세운 회사다.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자가면역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게 목표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다발성 근염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임상에서 사용하는 세계 첫 시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 ‘엔진’ 역할을 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혈액으로 운반된 산소를 이용해 인체의 세포 활동에 쓰이는 에너지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활성산소도 생성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자가포식(mitophagy) 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문제는 이 자가포식 기능이 활성산소로 인해 망가졌을 때 생긴다. 자가포식 기능이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들은 죽음을 택하는 대신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은 활성산소를 만들고, 이 활성산소가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들이 내뿜는 활성산소로 인해 세포는 자가사멸(apoptosis)에 이르게 된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투입해 세포의 자가사멸을 막고 세포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게 파이안바이오의 신약 개발 콘셉트다.
미토콘드리아 치료제로 임상 1상 진입
파이안바이오는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UC-MSC)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로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파이프라인은 다발성 근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PN-101’이다. 동종 유래 UC-MSC에서 뽑아낸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와 3년간 공동 개발한 뒤 지난 6월 임상 1·2a상 시험계획 승인을 얻었다.
다발성 근염은 전신 근육에 염증이 생기면서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가 미토콘드리아 이상으로 기능이 망가져 근육세포를 공격하는 게 발병 원인이다. 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이 치료제로 쓰이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지속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파이안바이오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인간의 근육에 달라붙는 단백질을 주입시켜 면역체계가 근육을 공격하도록 한 마우스 모델에서 미토콘드리아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했다. 인체 대상 임상에선 단회 투여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한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임상 2b상에서 반복 투여도 검토할 예정이다.
파이안바이오는 혈소판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도 활용하고 있다. 세포에서 분리된 미토콘드리아는 1주일 이상 장기 보관이 어렵다. 냉동 보관이 가능한 혈소판을 이용하면 6개월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확보할 수 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활용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패혈증 치료후보물질인 ‘PN-112’다.
패혈증은 혈액 속에 침입한 세균이 온갖 장기를 감염시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파이안바이오는 패혈증 동물모델에서 사망률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염증반응으로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져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는 때에 미토콘드리아를 투입해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면역세포를 활발하게, 혹은 약물 탑재해 암세포만 공격하게
파이안바이오는 미토콘드리아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두 가지 접근법을 추가로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성능을 끌어올린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비특이적으로 여러 암종의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자연살해(NK)세포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넣어 NK세포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NK세포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면 그랜자임, 퍼포린 등 암세포를 공격할 때 활용하는 단백질이 더 많이 생성된다.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감마의 분비도 촉진돼 세포 활성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동물모델에서 생존율 증가를 확인한 만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한규범 대표의 생각이다.
두 번째 전략은 미토콘드리아를 약물전달체로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PN-301, PN-302 등이 이런 전략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인체에서 유래한 물질이다 보니 이 자체로는 물질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공정이나 병용투여 등의 치료법으로만 특허 획득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특허를 확보하는 등 미토콘드리아 치료제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HER2 단백질을 겨냥하는 단일사슬단편항체(scFv)를 미토콘드리아에 붙인 뒤 연구를 진행했다. 한 대표는 “세포실험 결과, scFv를 붙여놓은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걸 확인했다”며 “특정 암세포를 겨냥하도록 만든 미토콘드리아에 약물을 탑재하면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체가 근간이 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대비 미토콘드리아 기반 표적항암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항체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종양세포 안으로 약물이 전달되기가 어렵다. 반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고유 작용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분자화합물을 부착하는 ADC와 달리 분자량이 큰 단백질을 탑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암세포의 자가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약물로 실어 항암제를 만들겠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신약 개발 잠재력 큰 미토콘드리아
더 나아가 한 대표는 미토콘드리아로 이중항체 개념의 항암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표면 한쪽엔 암세포를 자극하는 scFv 항체를, 다른 한쪽엔 면역세포를 찾아가는 scFv 항체를 붙이겠다는 발상이다.
파이안바이오는 미토콘드리아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난청을 앓고 있는 동물에 형광물질을 탑재한 미토콘드리아를 정맥투여했더니 대뇌피질세포에서 해당 미토콘드리아를 상당수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추가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뇌혈관장벽(BBB) 투과 효율을 확인하겠다”며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자가포식(mitophagy) 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문제는 이 자가포식 기능이 활성산소로 인해 망가졌을 때 생긴다. 자가포식 기능이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들은 죽음을 택하는 대신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은 활성산소를 만들고, 이 활성산소가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리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들이 내뿜는 활성산소로 인해 세포는 자가사멸(apoptosis)에 이르게 된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투입해 세포의 자가사멸을 막고 세포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게 파이안바이오의 신약 개발 콘셉트다.
미토콘드리아 치료제로 임상 1상 진입
파이안바이오는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UC-MSC)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로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파이프라인은 다발성 근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PN-101’이다. 동종 유래 UC-MSC에서 뽑아낸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와 3년간 공동 개발한 뒤 지난 6월 임상 1·2a상 시험계획 승인을 얻었다.
다발성 근염은 전신 근육에 염증이 생기면서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가 미토콘드리아 이상으로 기능이 망가져 근육세포를 공격하는 게 발병 원인이다. 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이 치료제로 쓰이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지속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파이안바이오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인간의 근육에 달라붙는 단백질을 주입시켜 면역체계가 근육을 공격하도록 한 마우스 모델에서 미토콘드리아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했다. 인체 대상 임상에선 단회 투여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한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임상 2b상에서 반복 투여도 검토할 예정이다.
파이안바이오는 혈소판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도 활용하고 있다. 세포에서 분리된 미토콘드리아는 1주일 이상 장기 보관이 어렵다. 냉동 보관이 가능한 혈소판을 이용하면 6개월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확보할 수 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활용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패혈증 치료후보물질인 ‘PN-112’다.
패혈증은 혈액 속에 침입한 세균이 온갖 장기를 감염시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파이안바이오는 패혈증 동물모델에서 사망률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염증반응으로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져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는 때에 미토콘드리아를 투입해 생존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면역세포를 활발하게, 혹은 약물 탑재해 암세포만 공격하게
파이안바이오는 미토콘드리아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두 가지 접근법을 추가로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성능을 끌어올린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비특이적으로 여러 암종의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자연살해(NK)세포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넣어 NK세포치료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NK세포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면 그랜자임, 퍼포린 등 암세포를 공격할 때 활용하는 단백질이 더 많이 생성된다.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감마의 분비도 촉진돼 세포 활성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동물모델에서 생존율 증가를 확인한 만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한규범 대표의 생각이다.
두 번째 전략은 미토콘드리아를 약물전달체로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PN-301, PN-302 등이 이런 전략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인체에서 유래한 물질이다 보니 이 자체로는 물질 특허를 받을 수 없다. 공정이나 병용투여 등의 치료법으로만 특허 획득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특허를 확보하는 등 미토콘드리아 치료제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HER2 단백질을 겨냥하는 단일사슬단편항체(scFv)를 미토콘드리아에 붙인 뒤 연구를 진행했다. 한 대표는 “세포실험 결과, scFv를 붙여놓은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걸 확인했다”며 “특정 암세포를 겨냥하도록 만든 미토콘드리아에 약물을 탑재하면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항체가 근간이 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대비 미토콘드리아 기반 표적항암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항체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종양세포 안으로 약물이 전달되기가 어렵다. 반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고유 작용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분자화합물을 부착하는 ADC와 달리 분자량이 큰 단백질을 탑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암세포의 자가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약물로 실어 항암제를 만들겠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신약 개발 잠재력 큰 미토콘드리아
더 나아가 한 대표는 미토콘드리아로 이중항체 개념의 항암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표면 한쪽엔 암세포를 자극하는 scFv 항체를, 다른 한쪽엔 면역세포를 찾아가는 scFv 항체를 붙이겠다는 발상이다.
파이안바이오는 미토콘드리아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난청을 앓고 있는 동물에 형광물질을 탑재한 미토콘드리아를 정맥투여했더니 대뇌피질세포에서 해당 미토콘드리아를 상당수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추가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뇌혈관장벽(BBB) 투과 효율을 확인하겠다”며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