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라진 비관론, 시장 점령한 FOMO(추격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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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은 1987년 '블랙먼데이'가 발생했던 날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1853년 10월 19일엔 한 투자은행(오하이오 라이프 앤 트러스트)이 파산하면서 월가의 여러 증권사가 연쇄 도산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10월 19일의 뉴욕 증시 분위기는 편안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란 비관론은 몇 주 만에 'FOMO'(Fear of Missing Out: 혼자 뒤처질까 두려워 추격 매수하는 것)로 뒤바뀌었습니다. 갑자기 많은 낙관론이 나와 오히려 불안할 지경입니다. 지난달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악화되고 물가가 오르는) 첫 단계에 들어갔다"라고 주장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주 "(경기 회복세가 느리고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더 가깝다"라고 한 발 후퇴했습니다. 10~20% 주가 조정을 예상해온 모건스탠리도 "기업 실적이 이어지고, 개인 투자자 매수가 지속되면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시각을 바꿨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5.77까지 떨어져 52주 최저치(14.10)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고용, 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는 반등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만 건 대(29만3000건)로 떨어졌고, 델타 변이의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던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해 월가를 놀라게 했습니다.
최근 나온 지표 중 최근 나온 주요 지표 중 예상에 미치지 못한 건 소비자 심리입니다.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10월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71.4로 전달(72.8)보다 떨어져 월가 예상치 73에 못 미쳤습니다. 이에 대해 JP모간은 '소비자 심리의 기이한 하락'(The Odd Dip In Consumer Sentimen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비자 심리가 올여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계 저축과 소매판매, 급등한 주식과 집값 등 자산, 1100만 개에 달하는 비어있는 일자리 등을 고려하면 모든 측면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데 이상하다"라며 향후 반등을 예상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의한 일시적 하락이라는 해석입니다.
3분기 어닝시즌도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실적을 발표한 존슨앤드존슨의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주당 2.60달러로 월가 예상치 2.35달러보다 높았습니다. 코로나 백신 판매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올해 실적 전망치를 높였습니다. 보험사 트래블러스, 장 마감 뒤 실적을 내놓은 넷플릭스, 유나이티드항공도 월가 예상을 넘는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3분기 EPS는 3.19달러로 시장 예상 2.56달러를 웃돌았고 매출은 748억 달러로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세계 유료 구독자는 438만 명이나 증가해 예상치 384만 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대표적 필수소비재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주당 1.61달러를 벌어 예상치 1.59달러를 상회했습니다. 다만 이는 전년 동기의 주당 1.63달러보다는 적습니다. 유기적 매출이 4% 증가했지만 총이윤이 3.7% 포인트 줄어든 탓입니다. 안드레 슈얼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급망 혼란, 원자재와 물류비용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팸퍼스 등 일부 제품군의 가격을 올렸지만,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에 이날 P&G의 주가는 이날 1.18% 하락했습니다. 클로락스, 유니레버 등의 주가도 덩달아 소폭 내렸습니다. P&G의 슈얼튼 CFO는 "미용 상품과 구강 관리, 면도기 등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면서 "아직 가격 책정 주기의 초기 단계이지만 소비자 행동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실적 전망치(EPS 3~6% 증가)를 유지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9일 기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중 82%가 월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팩트셋은 이런 추세라면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많은 언론 기사가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상당히 더 큰 활력과 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수요가 있고 가계 자산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2조5000억 달러 더 많다. 개인 저축은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해 사상 최고에 달하고 있고 소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 이익은 단기적으로 약간 하락할 수 있지만, 재무상태는 견고하며 강력한 현금흐름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력 수요가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용주들은 임금을 인상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증가하고 있다. 채용공고도 역사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2분기 견실했던 고용 성장을 저지했던 델타 변이 확산세가 급감하고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고용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각종 실업급여 혜택으로 사람들의 고용시장 재진입이 지연됐지만 (연방정부 급여가 종료된 만큼) 일자리 복귀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구글 검색에서 '실업급여' 검색은 줄어들고 '일자리' 검색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긍정적 시각을 밝혔습니다. 그는 또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시스템의 유동성은 어마어마하다. 연말까지 뉴욕 증시에서 추가로 5~8%로 더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술주는 상승 가능성이 더 크고 더 오를 수 있다. 5~8%가 아니라 1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라이더는 시장 유동성과 관련 "(5조 달러가량의 돈이 있는) 머니마켓 펀드의 규모를 보라. 어디로 가겠느냐?. 연기금과 학교 기부금 펀드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뭔가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11월 중순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지만, 증시에 큰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봤습니다. 라이더는 "테이퍼링이 시작되어도 Fed의 자산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들은 투입하는 돈의 양을 줄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사람들이 시장이 비용 압력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 증가분을 전가할 수 있다면 주식은 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수요가 강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이익은 내구성이 있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다우 0.56%, S&P500 0.74%, 나스닥 0.71% 뛰었습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5거래일 연속 올랐고 다우와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0.5% 수준으로 바짝 다가섰습니다.
긍정적 분위기는 채권 시장으로도 전이됐습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속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5.3bp(1bp=0.01%포인트) 오른 1.637%까지 올라 지난 6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채권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추세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1~5년까지의 단기·중기물 금리는 내리고 10년물 이상 장기물 금리는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습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경기 하락의 신호이며, 가팔라지는 건 반대입니다. 워낙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다 보니, 이날 10년물 금리가 올랐는데도 애플(1.51%) 인텔(1.36%) ASML(1.62%) 알리바바(6.10%) 등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나스닥의 상승세도 강력했습니다.
비트코인도 급등했습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4.7% 급등한 6만398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고치는 지난 4월 14일 기록한 6만4895달러입니다.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된 게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티커 심볼 'BITO'인 이 ETF는 이날 4.82% 올랐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ETF 출시로 긍정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이 16만8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동안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해왔었습니다.
이 ETF는 많은 투자자가 디지털 화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다만 비판적 의견도 많습니다. 모닝스타는 "BITO는 기초자산이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이라며 매달 기초자산을 다음 월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세금 부담도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CIO는 "비트코인이 랠리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를 없애지 못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자산 기반 기술(블록체인)에서는 성장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직접적 노출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투기적인 투자자에게만 적합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는 인플레이션 등 위협 요인도 여전합니다. 유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63% 상승한 배럴당 82.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12월물 브렌트유는 0.78% 올라 배럴당 84.9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추가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공급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에너지 가격을 자극했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를 통한 장기 공급계약이 유리한 조건으로 맺어질 때까지 공급을 조일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럽은 올겨울에 심각한 추위가 닥치거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손에 놀아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통화정책에 대해 강도가 센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 속도로 상승한다면 Fed는 내년에 더 공격적 정책 대응을 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러 이사는 "테이퍼링의 전제조건인 고용, 물가는 모두 충족이 됐다"라면서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관계가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조기 금리 인상을 원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고, 현재의 빠른 가격 상승이 계속될 수 있어 매우 우려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자, Fed가 안심하고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3조5000억 달러의 인프라 예산안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법안의 생사여탈권을 쥔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당)이 이날 "탄소세를 제외하기로 했다"라고 밝힌 데 따른 겁니다. 맨친 의원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는 탄광이 많아 탄소세에 반대해왔습니다. 만약 탄소세가 최종적으로 제외된다면, 인프라 예산을 댈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법안도 축소해야 합니다. 이를 반영해 골드만삭스는 이날 민주당 인프라 예산안의 예상 규모를 2조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또 민주당이 오는 10월31일까지 초당파 인프라법안(1조2000억 달러)과 자체 인프라 예산안을 함께 표결에 부칠 계획이지만 이 시한이 또다시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인프라법안들은 오는 12월 3일께 부채한도 및 2022회계연도 예산안과 함께 표결에 부쳐지거나, 올해 말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11월 말부터는 또 다시 워싱턴 발 폭풍이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2021년 10월 19일의 뉴욕 증시 분위기는 편안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란 비관론은 몇 주 만에 'FOMO'(Fear of Missing Out: 혼자 뒤처질까 두려워 추격 매수하는 것)로 뒤바뀌었습니다. 갑자기 많은 낙관론이 나와 오히려 불안할 지경입니다. 지난달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악화되고 물가가 오르는) 첫 단계에 들어갔다"라고 주장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주 "(경기 회복세가 느리고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더 가깝다"라고 한 발 후퇴했습니다. 10~20% 주가 조정을 예상해온 모건스탠리도 "기업 실적이 이어지고, 개인 투자자 매수가 지속되면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시각을 바꿨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15.77까지 떨어져 52주 최저치(14.10)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고용, 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는 반등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만 건 대(29만3000건)로 떨어졌고, 델타 변이의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던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해 월가를 놀라게 했습니다.
최근 나온 지표 중 최근 나온 주요 지표 중 예상에 미치지 못한 건 소비자 심리입니다. 미시간대가 집계하는 10월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71.4로 전달(72.8)보다 떨어져 월가 예상치 73에 못 미쳤습니다. 이에 대해 JP모간은 '소비자 심리의 기이한 하락'(The Odd Dip In Consumer Sentimen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비자 심리가 올여름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다. 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가계 저축과 소매판매, 급등한 주식과 집값 등 자산, 1100만 개에 달하는 비어있는 일자리 등을 고려하면 모든 측면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데 이상하다"라며 향후 반등을 예상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의한 일시적 하락이라는 해석입니다.
3분기 어닝시즌도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실적을 발표한 존슨앤드존슨의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주당 2.60달러로 월가 예상치 2.35달러보다 높았습니다. 코로나 백신 판매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올해 실적 전망치를 높였습니다. 보험사 트래블러스, 장 마감 뒤 실적을 내놓은 넷플릭스, 유나이티드항공도 월가 예상을 넘는 성적표를 공개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3분기 EPS는 3.19달러로 시장 예상 2.56달러를 웃돌았고 매출은 748억 달러로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세계 유료 구독자는 438만 명이나 증가해 예상치 384만 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대표적 필수소비재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도 주당 1.61달러를 벌어 예상치 1.59달러를 상회했습니다. 다만 이는 전년 동기의 주당 1.63달러보다는 적습니다. 유기적 매출이 4% 증가했지만 총이윤이 3.7% 포인트 줄어든 탓입니다. 안드레 슈얼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급망 혼란, 원자재와 물류비용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팸퍼스 등 일부 제품군의 가격을 올렸지만,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에 이날 P&G의 주가는 이날 1.18% 하락했습니다. 클로락스, 유니레버 등의 주가도 덩달아 소폭 내렸습니다. P&G의 슈얼튼 CFO는 "미용 상품과 구강 관리, 면도기 등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면서 "아직 가격 책정 주기의 초기 단계이지만 소비자 행동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실적 전망치(EPS 3~6% 증가)를 유지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9일 기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중 82%가 월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팩트셋은 이런 추세라면 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최근 미국 경제에 대한 많은 언론 기사가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상당히 더 큰 활력과 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수요가 있고 가계 자산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2조5000억 달러 더 많다. 개인 저축은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해 사상 최고에 달하고 있고 소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 이익은 단기적으로 약간 하락할 수 있지만, 재무상태는 견고하며 강력한 현금흐름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력 수요가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용주들은 임금을 인상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증가하고 있다. 채용공고도 역사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2분기 견실했던 고용 성장을 저지했던 델타 변이 확산세가 급감하고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고용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각종 실업급여 혜택으로 사람들의 고용시장 재진입이 지연됐지만 (연방정부 급여가 종료된 만큼) 일자리 복귀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구글 검색에서 '실업급여' 검색은 줄어들고 '일자리' 검색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긍정적 시각을 밝혔습니다. 그는 또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시스템의 유동성은 어마어마하다. 연말까지 뉴욕 증시에서 추가로 5~8%로 더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술주는 상승 가능성이 더 크고 더 오를 수 있다. 5~8%가 아니라 1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라이더는 시장 유동성과 관련 "(5조 달러가량의 돈이 있는) 머니마켓 펀드의 규모를 보라. 어디로 가겠느냐?. 연기금과 학교 기부금 펀드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뭔가 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Fed가 11월 중순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지만, 증시에 큰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봤습니다. 라이더는 "테이퍼링이 시작되어도 Fed의 자산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들은 투입하는 돈의 양을 줄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사람들이 시장이 비용 압력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 증가분을 전가할 수 있다면 주식은 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수요가 강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이익은 내구성이 있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다우 0.56%, S&P500 0.74%, 나스닥 0.71% 뛰었습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5거래일 연속 올랐고 다우와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0.5% 수준으로 바짝 다가섰습니다.
긍정적 분위기는 채권 시장으로도 전이됐습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속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5.3bp(1bp=0.01%포인트) 오른 1.637%까지 올라 지난 6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채권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추세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1~5년까지의 단기·중기물 금리는 내리고 10년물 이상 장기물 금리는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졌습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경기 하락의 신호이며, 가팔라지는 건 반대입니다. 워낙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다 보니, 이날 10년물 금리가 올랐는데도 애플(1.51%) 인텔(1.36%) ASML(1.62%) 알리바바(6.10%) 등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나스닥의 상승세도 강력했습니다.
비트코인도 급등했습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4.7% 급등한 6만398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고치는 지난 4월 14일 기록한 6만4895달러입니다.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된 게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티커 심볼 'BITO'인 이 ETF는 이날 4.82% 올랐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ETF 출시로 긍정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이 16만8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동안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해왔었습니다.
이 ETF는 많은 투자자가 디지털 화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다만 비판적 의견도 많습니다. 모닝스타는 "BITO는 기초자산이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이라며 매달 기초자산을 다음 월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세금 부담도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CIO는 "비트코인이 랠리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를 없애지 못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자산 기반 기술(블록체인)에서는 성장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직접적 노출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투기적인 투자자에게만 적합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는 인플레이션 등 위협 요인도 여전합니다. 유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63% 상승한 배럴당 82.9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 12월물 브렌트유는 0.78% 올라 배럴당 84.9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추가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공급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에너지 가격을 자극했습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 스트림 2' 파이프를 통한 장기 공급계약이 유리한 조건으로 맺어질 때까지 공급을 조일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럽은 올겨울에 심각한 추위가 닥치거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손에 놀아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통화정책에 대해 강도가 센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 속도로 상승한다면 Fed는 내년에 더 공격적 정책 대응을 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러 이사는 "테이퍼링의 전제조건인 고용, 물가는 모두 충족이 됐다"라면서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은 관계가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조기 금리 인상을 원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고, 현재의 빠른 가격 상승이 계속될 수 있어 매우 우려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자, Fed가 안심하고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3조5000억 달러의 인프라 예산안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법안의 생사여탈권을 쥔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당)이 이날 "탄소세를 제외하기로 했다"라고 밝힌 데 따른 겁니다. 맨친 의원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는 탄광이 많아 탄소세에 반대해왔습니다. 만약 탄소세가 최종적으로 제외된다면, 인프라 예산을 댈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법안도 축소해야 합니다. 이를 반영해 골드만삭스는 이날 민주당 인프라 예산안의 예상 규모를 2조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또 민주당이 오는 10월31일까지 초당파 인프라법안(1조2000억 달러)과 자체 인프라 예산안을 함께 표결에 부칠 계획이지만 이 시한이 또다시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인프라법안들은 오는 12월 3일께 부채한도 및 2022회계연도 예산안과 함께 표결에 부쳐지거나, 올해 말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습니다. 11월 말부터는 또 다시 워싱턴 발 폭풍이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