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국내 직업계고 학생 대상 최대 공모전인 ‘IP 마이스터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IP 마이스터는 학생이 주체가 돼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제안하는 공모전이다. 매년 1000여 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된다. 우수한 아이디어는 특허, 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IP) 출원·등록으로 이어진다. 기업에 기술이 이전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한다.
이걸 고등학생이 만들었다고?…"우리 회사로 오세요" 러브콜
한국발명진흥회에 따르면 올 11회를 맞은 IP 마이스터에 산업 문제를 의뢰한 업체는 30여 곳에 이른다. 한국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과 중소기업(케이비엘러먼트, 심작이엔지 등)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IP 마이스터에 참여한 학생들이 낸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별해 산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IP 마이스터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는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전담 변리사의 컨설팅 등을 거쳐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2~3명의 학생과 전담 교사로 이뤄진 팀이 6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낸다.

발명진흥회 관계자는 “IP 마이스터에 출품되는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IP 마이스터를 통해 99건의 특허가 출원됐고 이 중 18건이 기업으로 기술이전됐다. IP 마이스터에 지도교사로 참가한 한 특성화고 교사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참가한 학생들이 제품을 만들면서 발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특허의 귀중함을 배웠다”며 “이런 경험은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인재로 거듭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제9기 IP 마이스터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B.T.S’팀(구미전자공업고)이 개발한 ‘다양한 기능을 하는 뮤직블록’은 아이원솔루션에 기술이전됐다. 뮤직블록은 기존 음계블록에 그림 및 한글 블록을 추가해 활용도를 높인 학습도구로 시중에서 판매 중이다. 기존 음계블록 제품이 음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소비자 민원을 해결한 사례다.

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경험하면서 탄생한 발명품도 많다. 지난해 제10기 마이스터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내일은 발명왕’팀(합덕제철고)은 다양한 각도에서 알루미늄 용가재(용접부에 부가적으로 넣는 금속 재료)를 자동으로 주입할 수 있는 반자동 AI 용가재 주입기를 발명했다. 용접 실습을 할 때 두꺼운 장갑을 착용하고 알루미늄 용가재를 주입하는 데서 느꼈던 불편함이 아이디어가 됐다.

같은 상을 받은 ‘국비홀릭’팀(안산국제비즈니스고)은 산소포화도 측정기에 환자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고정해 측정기가 빠지지 않도록 돕는 기기를 개발했다. 120여 시간 병원 현장 실습을 하면서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환자 손가락에서 자주 빠지는 모습을 지켜봤던 경험에 착안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디어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P 마이스터에 참가한 아이디어의 특허 등록률(출원 대비 등록 비율)은 매년 70~80%에 달한다. 50%대인 국내 평균 특허 등록률을 크게 웃돈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이고 구체적이란 의미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