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송 메타시스템즈 회장(왼쪽)과 류현석 수석연구원이 3차원 트래킹 기술을 활용한 척추시술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오석송 메타시스템즈 회장(왼쪽)과 류현석 수석연구원이 3차원 트래킹 기술을 활용한 척추시술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다. 하지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이 척추질환으로 고생한다.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가급적 최소한의 수술이나 시술로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 최소한의 절개나 천공 등을 통해 정확하면서도 신속하게 치료할 순 없을까. 아울러 방사선 조사량을 줄일 수 없을까.

이를 연구하기 위해 기업 대학 연구소 병원이 손잡았다. 이른바 산·학·연·병의 협업이다. 여기엔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인공지능(AI), 바이오기술, 로봇기술, 증강현실(AR) 등이다.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겠다는 프로젝트다.

메타시스템즈, "척추질환 치료시 방사선량 80%, 시술시간 66% 줄일 것"
프로젝트명은 조금 길다. 공식 명칭은 ‘경추간공 4㎜급 경막외내시경 수술의 정확성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한 척추 영상유도수술용 증강현실 및 인공지능 기반 진단·치료 통합형 내비게이션 플러스 시스템 개발’이다. 간단히 줄여서 ‘내비플러스’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인바로사업(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의료융합 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다.

‘추간공 경막외내시경 수술’은 척추뼈 추간공에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진입시켜 치료하는 최소 침습수술이다. 척추질환 치료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추간공에 내시경을 넣으려면 먼저 유도바늘을 삽입해 수술도구의 진입 경로를 찾아내게 된다. 이때 C암(C-arm) 방사선 영상을 여러 번 찍게 돼 환자와 의료진이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바늘삽입시간도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강동헌 메타시스템즈 상무는 “이번에 개발하는 시스템은 인공지능 기반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방사선 영상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직관적으로 내시경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의사를 지원하는 진단 및 치료 통합형 증강현실 수술유도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연구의 핵심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여기엔 △인공지능 기반 최적 수술계획 기술 △다중분산 위치추적기술 △증강현실 수술유도 내비게이션 기술이 포함된다. 이 중 인공지능 기반 최적 수술계획기술은 척추 CT영상을 3차원(3D) 모델로 구성해 병변을 진단하고 최적의 수술도구 진입경로를 제안하는 기술이다.

다중분산 위치추적기술은 수술실 장비나 의료진 등이 장애물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와 수술도구를 센싱하는 사물인터넷 기반 위치추적기술이다.

증강현실 수술유도 내비게이션 기술은 환자의 실시간 척추영상과 진입경로 수술도구 등의 위치와 자세를 환자 등표면에 정확히 일치시키고 투시형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로 가시화해 수술도구 진입을 가이드하는 기술이다.

이 과제가 목표로 삼는 시술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환자를 MRI로 촬영해 3D 영상을 획득하고 둘째, 해당 영상을 이용해 시술하고자 하는 부위에 대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시술 사전 시뮬레이션을 하게 된다. 셋째, 환자 3D 영상과 사전 시뮬레이션 영상을 C-arm 및 프로그램과 매칭하고 넷째, 매칭된 영상을 증강현실 디바이스로 실시간 확인하면서 환자를 시술하게 된다. 류현석 메타시스템즈 수석연구원(과제 책임자)은 “이를 통해 방사선 조사량을 80% 줄이고 시술 시간을 66%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제에는 여러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한국기계연구원(KIMM)은 트래킹기술(하드웨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테크정보는 증강현실 수술유도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수요자 요구분석과 비임상 및 임상 검증, 3D 최적 치료계획, 인공지능 정밀영상진단기술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각 기관 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데 도움을 주는 등 종합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과제의 주관기관은 지난 3년간 KIST가 담당했지만 이제 4년차로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올해부터 메타시스템즈가 맡고 있다. 메타시스템즈는 메타바이오메드의 자회사다.

경기 성남에 있는 메타시스템즈는 2004년 설립된 치과용 의료기기 제조업체다. 메타바이오메드와 메타시스템즈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오석송 회장(68)은 “세계 수술용 내비게이션 시장규모는 2025년 13억2000만달러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기관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