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 달러, 금리의 향방…월가의 분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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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20일(현지시간)에도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근처를 맴돌았습니다. 다우 지수는 0.43%, S&P500 지수는 0.37% 오르며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다우는 장중 35669.69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두 달여 만에 갈아치웠고, S&P500 지수는 지난 9월2일 사상최고치(4545.85)에 0.3% 차이로 근접했습니다. 다만 나스닥은 0.05% 약보합세로 마무리됐습니다.
S&P500 지수는 지난 4일 4300을 찍은 뒤 12거래일간 6% 이상 올랐습니다. 연초 대비 상승폭은 다시 20%로 높아졌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 평론가는 "시장은 누적돼온 비관론과 방어적 포지션을 연료로 삼아 단기에 강하게 반등했다"면서 "단기적 문제는 여기서 일시적으로 쉴 것인지, 혹은 일부 후퇴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선된 분위기를 되돌릴 것은 없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많이 올라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상 최고치가 너무 급하게 올라온 지수에게 단기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다우가 이날 다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건 연말 산타랠리의 발판을 놓은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곧 고점에 도달할 것이고 역사적으로 보면 더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FRA에 따르면 1945년 이후 S&P500 지수는 매년 10월 저점에서 12월 말까지 평균 7.2%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상승 확률이 92%에 달합니다.가장 큰 상승률은 28.1%(1998년)였고 최악은 -9.9%(1973년)이었습니다. 이날 시장의 폭은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세 배나 많아 꽤 견고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5.49에 머물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VIX가 이렇게 떨어졌다는 건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별달리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을 보면 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많다"라면서 "기업 실적도 예상보다 좋고 유동성도 괜찮고 금리도 급하게 뛰고 있지는 않은 만큼 주가가 많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건 3분기 어닝시즌의 영향이 큽니다.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걱정했던 소비재기업 P&G 등도 이익이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 시장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85% 이상이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3분기 이익은 전년동기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BMO캐피털마켓의 존 애덤스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실적 기대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2분기가 정점일 것 같지만 3분기도 강세를 보일 것이며, 아마도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실적 강세는 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며 마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공급망 문제와 증가하는 임금 상승 압력을 주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진이 건강한 수준이며 앞으로 더 많은 상승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기업 이익은 예상보다는 좋지만, 2분기처럼 인상적 수준은 아닙니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비용과 마진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뒤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에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매년 연말 쇼핑시즌 쇼핑액을 집계하는 어도비는 올해 연말에도 전자상거래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온라인 판매액이 작년보다 10% 증가한 20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어도비는 다만 광범위한 재고 부족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의류가 가장 높은 수준의 재고 부족을 겪고 있으며 스포츠 용품, 유아 용품 및 전자 제품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강력한 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지금의 공급망 혼란의 3분의 2는 너무 강한 수요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수많은 화물이 적체되어 있는 LA 롱비치항은 올해 평년보다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 중앙은행(Fed)의 경기보고서인 10월 베이지북에서는 이같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잘 묘사됐습니다. 이 베이지북은 2주 뒤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초 자료로 쓰이게 됩니다. 베이지북은 "대부분의 지역은 상품 및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보고했습니다. 공급망 병목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투입 비용이 증가한 게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보고됐습니다. 가격 압력은 물류와 노동력 제약, 원자재 부족이 증가해 더 커졌습니다. 철강, 전자부품, 운임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업 실적이 잘 나오고 있는 이유도 짚었습니다. 베이지북은 "많은 기업들이 판가를 인상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강한 수요 속에서 고객에게 높아진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나타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요? 베이지북은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는 다양했습니다. 일부는 가격이 높게 유지되거나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향후 12개월 동안 가격이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과 비슷합니다. 전날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58%가 "일시적", 28%는 "지속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정말 다양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① 일시적이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대표적이지요. 당초 생각했던 '일시적'보다는 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어쨌든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일시적' 요인 탓이고, 시간이 흐르면 완화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날 랜달 퀄스 부의장은 "인플레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게 발생할 지가 문제"라면서 "지금까지는 너무 높거나, 너무 길게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Fed가 인플레이션의 곡선 뒤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② '지속적'이다
최근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영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언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등이 입을 모아 밝혔죠. 이날 유명 투자자 폴 튜더 존스도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 일반 투자자들이 직면한 1순위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금융시장과 미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핑크 CEO는 지난 13일 "인플레이션은 분명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임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Made in America)은 이런 임금 상승을 촉진하고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지금까지 물가를 억제해온 세계화 흐름을 꺼꾸로 되돌리고 있는 게 장기 물가 상승을 만들어낼 것이란 얘기입니다.
핑크는 또 ”중국의 인구 통계도 물가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낮거나 없었지만 이제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처럼 낮은 가격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핑크는 기후 위험은 또 다른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세계의 에너지 정책은 수요를 바꾸는 것보다 공급을 더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이런 정책을 지속한다면 전체 경제를 봤을 때 좋지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고의로 부추기고 있다
경제학자이며 투자자인 대니얼 라칼은 "막대한 돈을 퍼부어 경제를 확장하고 엄청난 적자를 만들어내는 정부는 물가 상승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예를 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찍어내 매년 물가가 수십%씩 치솟습니다. 돈을 마구쓰다보면 재정적자가 늘어나는데,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적자는 저절로 줄어들게 됩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지난 1월 이런 비슷한 얘기를 했죠. 미국 민주당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써도 괜찮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국이 그 많은 부채를 미국이 어떻게 갚을 지 걱정한다. 그 빚은 꼭 갚을 필요가 없다. 세계 2차 대전 때를 봐라. 미국은 한 번도 전쟁 빚을 갚은 적이 없다. 그냥 계속 차환 발행을 통해 국채 만기를 연장했다. 그러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 그 빚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1960년대가 되니 2차 대전 전쟁 빚의 경제적 의미는 미미해졌다.우리는 매년 달러 기준 3~4% 성장하는 GDP를 갖고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는 금리 1% 미만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 이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빚이 아니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GDP에서 차지하는 빚의 비중은 저절로 녹아버릴 것이란 뜻이다. 우리가 24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갖고 있지만 당신이 이걸 과대 평가하지 않고 분석한다면 별다른 가시적 문제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④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온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우드는 지난 18일 밀컨콘퍼런스에서 한경 강영연 특파원과 만나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6개월 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사재기 광풍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쌓이는 재고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드가 디플레이션을 예측한 근거는 혁신 기술입니다. 기술 발전, 즉 자동화, 효율화로 원가 절감 요인이 발생하고 물가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배터리 기술을 예로 들면서 "낮아지는 배터리 가격 덕분에 향후 5년 내에 전기차(EV)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15~20배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이너드 CIO는 기술과 함께 세계 인구감소 등 구조적 요인을 듭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세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역풍이 궁극적으로 일시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건 누구도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최근 인터뷰한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올 지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병에 넣었다가 원할 때 꺼낼 수 있는 ‘지니’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병에서 나온다면 쉽게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오면 중앙은행은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 Fed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Fed 멤버들도 이런 위험을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퀄스 부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Fed 장기 목표치의 두 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내년 봄에도 4%로 유지되면 금리 인상 경로를 재평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 속도로 상승한다면 Fed는 내년에 더 공격적 정책 대응을 해야 할 수도 있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조기 금리 인상을 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해 한 때 연 1.67%까지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오르지 못하고 하락한 배경입니다. 2년물 등 단기물은 내리고 30년물 등 장기물은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가팔라지는 현상)도 지속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영향도 있지만,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난 게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24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2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해 낙찰 금리(2.10%)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2.075%)보다 크게 뛴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만약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지속된다면 Fed의 긴축(기준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습니다. 단기 금리는 높아지고, 장기 금리는 내려가겠지요. 하지만 파월 의장의 예상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가 완화되기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단기 금리는 낮아지고, 장기 금리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강세를 보이던 달러 가치는 최근 며칠 하락하고 있습니다. 94를 넘었던 ICE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1%가량 떨어져 93.6을 기록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우리는 DXY가 기술적 저항선인 94~95 수준을 돌파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주 DXY는 13개월 최고치인 94.5를 기록했지만 기술적 저항을 넘지 못하고 이후 1% 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BCA리서치는 "앞으로의 경기 사이클은 달러 약세를 가리킨다. 미국의 성장이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글로벌 성장 모멘텀은 다른 선진국으로 확대되면서 달러에 역풍을 일으킬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Fed보다) 더 우려하면서 보다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Fed가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정상화에서는 다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에 뒤처져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기술적으로도 달러화는 그동안 매우 과매수된 상태로 하락할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현재 매수 포지션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달러가 포지셔닝 반전에 취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달러 가치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월가 관계자는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도,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면 Fed는 어쩔 수 없이 긴축을 해야합니다. 그렇다면 달러가 강세를 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도 수준에 머물다가 완화된다면 Fed는 최대한 금리 인상을 미룰 겁니다. 달러 약세 시나리오입니다.
모든 것은 사실 인플레이션 상승의 강도와 속도, 기간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플레이션 변화는 시장의 많은 것을 바꿀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 평론가는 "시장은 누적돼온 비관론과 방어적 포지션을 연료로 삼아 단기에 강하게 반등했다"면서 "단기적 문제는 여기서 일시적으로 쉴 것인지, 혹은 일부 후퇴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선된 분위기를 되돌릴 것은 없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많이 올라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상 최고치가 너무 급하게 올라온 지수에게 단기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다우가 이날 다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건 연말 산타랠리의 발판을 놓은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곧 고점에 도달할 것이고 역사적으로 보면 더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FRA에 따르면 1945년 이후 S&P500 지수는 매년 10월 저점에서 12월 말까지 평균 7.2%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 상승 확률이 92%에 달합니다.가장 큰 상승률은 28.1%(1998년)였고 최악은 -9.9%(1973년)이었습니다. 이날 시장의 폭은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세 배나 많아 꽤 견고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5.49에 머물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VIX가 이렇게 떨어졌다는 건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별달리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을 보면 시장의 유동성은 여전히 많다"라면서 "기업 실적도 예상보다 좋고 유동성도 괜찮고 금리도 급하게 뛰고 있지는 않은 만큼 주가가 많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건 3분기 어닝시즌의 영향이 큽니다. 인플레이션으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걱정했던 소비재기업 P&G 등도 이익이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 시장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85% 이상이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3분기 이익은 전년동기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BMO캐피털마켓의 존 애덤스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실적 기대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2분기가 정점일 것 같지만 3분기도 강세를 보일 것이며, 아마도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실적 강세는 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며 마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공급망 문제와 증가하는 임금 상승 압력을 주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진이 건강한 수준이며 앞으로 더 많은 상승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기업 이익은 예상보다는 좋지만, 2분기처럼 인상적 수준은 아닙니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비용과 마진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뒤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에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매년 연말 쇼핑시즌 쇼핑액을 집계하는 어도비는 올해 연말에도 전자상거래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온라인 판매액이 작년보다 10% 증가한 20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어도비는 다만 광범위한 재고 부족으로 인해 일부 기업은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의류가 가장 높은 수준의 재고 부족을 겪고 있으며 스포츠 용품, 유아 용품 및 전자 제품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강력한 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지금의 공급망 혼란의 3분의 2는 너무 강한 수요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수많은 화물이 적체되어 있는 LA 롱비치항은 올해 평년보다 많은 물동량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 중앙은행(Fed)의 경기보고서인 10월 베이지북에서는 이같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잘 묘사됐습니다. 이 베이지북은 2주 뒤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초 자료로 쓰이게 됩니다. 베이지북은 "대부분의 지역은 상품 및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보고했습니다. 공급망 병목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투입 비용이 증가한 게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보고됐습니다. 가격 압력은 물류와 노동력 제약, 원자재 부족이 증가해 더 커졌습니다. 철강, 전자부품, 운임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업 실적이 잘 나오고 있는 이유도 짚었습니다. 베이지북은 "많은 기업들이 판가를 인상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강한 수요 속에서 고객에게 높아진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나타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을까요? 베이지북은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는 다양했습니다. 일부는 가격이 높게 유지되거나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향후 12개월 동안 가격이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과 비슷합니다. 전날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58%가 "일시적", 28%는 "지속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정말 다양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① 일시적이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대표적이지요. 당초 생각했던 '일시적'보다는 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어쨌든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일시적' 요인 탓이고, 시간이 흐르면 완화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날 랜달 퀄스 부의장은 "인플레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게 발생할 지가 문제"라면서 "지금까지는 너무 높거나, 너무 길게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Fed가 인플레이션의 곡선 뒤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② '지속적'이다
최근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영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언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등이 입을 모아 밝혔죠. 이날 유명 투자자 폴 튜더 존스도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 일반 투자자들이 직면한 1순위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금융시장과 미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핑크 CEO는 지난 13일 "인플레이션은 분명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임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는 움직임(Made in America)은 이런 임금 상승을 촉진하고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지금까지 물가를 억제해온 세계화 흐름을 꺼꾸로 되돌리고 있는 게 장기 물가 상승을 만들어낼 것이란 얘기입니다.
핑크는 또 ”중국의 인구 통계도 물가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낮거나 없었지만 이제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처럼 낮은 가격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핑크는 기후 위험은 또 다른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세계의 에너지 정책은 수요를 바꾸는 것보다 공급을 더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이런 정책을 지속한다면 전체 경제를 봤을 때 좋지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고의로 부추기고 있다
경제학자이며 투자자인 대니얼 라칼은 "막대한 돈을 퍼부어 경제를 확장하고 엄청난 적자를 만들어내는 정부는 물가 상승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예를 들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찍어내 매년 물가가 수십%씩 치솟습니다. 돈을 마구쓰다보면 재정적자가 늘어나는데,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적자는 저절로 줄어들게 됩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지난 1월 이런 비슷한 얘기를 했죠. 미국 민주당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써도 괜찮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국이 그 많은 부채를 미국이 어떻게 갚을 지 걱정한다. 그 빚은 꼭 갚을 필요가 없다. 세계 2차 대전 때를 봐라. 미국은 한 번도 전쟁 빚을 갚은 적이 없다. 그냥 계속 차환 발행을 통해 국채 만기를 연장했다. 그러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 그 빚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1960년대가 되니 2차 대전 전쟁 빚의 경제적 의미는 미미해졌다.우리는 매년 달러 기준 3~4% 성장하는 GDP를 갖고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는 금리 1% 미만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 이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빚이 아니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GDP에서 차지하는 빚의 비중은 저절로 녹아버릴 것이란 뜻이다. 우리가 24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갖고 있지만 당신이 이걸 과대 평가하지 않고 분석한다면 별다른 가시적 문제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④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온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우드는 지난 18일 밀컨콘퍼런스에서 한경 강영연 특파원과 만나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6개월 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사재기 광풍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쌓이는 재고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드가 디플레이션을 예측한 근거는 혁신 기술입니다. 기술 발전, 즉 자동화, 효율화로 원가 절감 요인이 발생하고 물가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배터리 기술을 예로 들면서 "낮아지는 배터리 가격 덕분에 향후 5년 내에 전기차(EV)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15~20배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이너드 CIO는 기술과 함께 세계 인구감소 등 구조적 요인을 듭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세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역풍이 궁극적으로 일시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건 누구도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최근 인터뷰한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올 지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병에 넣었다가 원할 때 꺼낼 수 있는 ‘지니’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병에서 나온다면 쉽게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오면 중앙은행은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 Fed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인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Fed 멤버들도 이런 위험을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퀄스 부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Fed 장기 목표치의 두 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내년 봄에도 4%로 유지되면 금리 인상 경로를 재평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현재 속도로 상승한다면 Fed는 내년에 더 공격적 정책 대응을 해야 할 수도 있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조기 금리 인상을 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해 한 때 연 1.67%까지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오르지 못하고 하락한 배경입니다. 2년물 등 단기물은 내리고 30년물 등 장기물은 오르면서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가팔라지는 현상)도 지속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영향도 있지만,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난 게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24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20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해 낙찰 금리(2.10%)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2.075%)보다 크게 뛴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금리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만약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지속된다면 Fed의 긴축(기준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습니다. 단기 금리는 높아지고, 장기 금리는 내려가겠지요. 하지만 파월 의장의 예상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가 완화되기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단기 금리는 낮아지고, 장기 금리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강세를 보이던 달러 가치는 최근 며칠 하락하고 있습니다. 94를 넘었던 ICE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1%가량 떨어져 93.6을 기록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우리는 DXY가 기술적 저항선인 94~95 수준을 돌파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주 DXY는 13개월 최고치인 94.5를 기록했지만 기술적 저항을 넘지 못하고 이후 1% 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BCA리서치는 "앞으로의 경기 사이클은 달러 약세를 가리킨다. 미국의 성장이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글로벌 성장 모멘텀은 다른 선진국으로 확대되면서 달러에 역풍을 일으킬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Fed보다) 더 우려하면서 보다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Fed가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지만 통화정책 정상화에서는 다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에 뒤처져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기술적으로도 달러화는 그동안 매우 과매수된 상태로 하락할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현재 매수 포지션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달러가 포지셔닝 반전에 취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달러 가치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월가 관계자는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도,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물가가 계속 올라간다면 Fed는 어쩔 수 없이 긴축을 해야합니다. 그렇다면 달러가 강세를 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도 수준에 머물다가 완화된다면 Fed는 최대한 금리 인상을 미룰 겁니다. 달러 약세 시나리오입니다.
모든 것은 사실 인플레이션 상승의 강도와 속도, 기간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플레이션 변화는 시장의 많은 것을 바꿀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