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 / 사진=이주현 기자
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 / 사진=이주현 기자
바디텍메드의 주력 사업은 현장진단(POCT)에 기반한 면역진단 장비·키트 사업입니다. 코로나19 진단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건 별도의 검사 장비가 필요 없는 신속 항원진단키트와 확진에 쓰이는 PCR 진단키트입니다. 각각 지난해 조 단위 매출을 올린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이 뚜렷한 성과를 낸 분야입니다. 물론 바디텍메드도 코로나19 진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장진단 장비를 이용한 항원 진단키트 위주로 말입니다.

바디텍메드의 사업 전략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아닙니다. 이 회사가 ‘포스트 코로나’를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감염병 대유행 이후 현장진단이 쓰일 수 있는 신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차세대 표준 진단 기술로 쓰일 신기술을 발 빠르게 개발하는 게 이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전략입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확보한 자금이 이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알차게 만들어줄 기반이 됐습니다.

시설 확장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연구개발(R&D) 센터 신축 부지를, 지난 7월엔 진단기기와 진단키트(카트리지) 생산시설을 새로 들일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현재 연간 1만5000대 수준인 진단장비 생산능력을 올 연말 2배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키워드 하나, 항체치료제

바디텍메드의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치료약물 농도감시(TDM) 키트입니다. 바이오의약품을 투약한 뒤 체내에 존재하는 약물의 농도를 확인하는 겁니다.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수출허가를 따냈던 인플릭시맙 진단키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성분명인 인플릭시맙은 벨기에 얀센이 만든 ‘레미케이드’라는 약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이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입니다. 바디텍메드는 지난 4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인플릭시맙 진단키트 및 진단장비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영업 성과를 내면 바디텍메드의 실적도 같이 오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인플릭시맙은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이는 항체치료제입니다. 종양괴사인자인 TNF-α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TNF-α는 정상적인 경우엔 염증반응을 조절해 면역체계의 항상성에 기여하지만 과도하게 생성되면 만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인플릭시맙은 통상 8주에 1회 투약한다고 합니다. 만성질환에 쓰이니 꾸준한 투약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환자마다 약효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어떤 환자에게선 인플릭시맙이 체내에 오래 남아 10주에 1회 투약하는 게 더 적합할 수 있지만 어떤 환자는 약물 농도가 빠르게 줄어 6주에 1회 투약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 몸속 항체치료제 농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 적절한 투여 시점을 결정할 수 있겠죠. 같은 항체치료제를 쓰더라도 TDM 진단키트를 사용한 쪽이 치료 효과를 더 높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아직 TDM 진단시장은 활성화된 시장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같은 주기로 투약받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는 앞으로 TDM 진단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TDM 진단키트를 썼을 때 환자와 의료진의 치료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만은 아닙니다.

TDM 진단 시장은 바이오시밀러 시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인플릭시맙을 이용한 의약품이 레미케이드만 있었을 때는 약물 농도를 확인하는 제품을 내놓을 만한 제약사 측의 수요가 높지 않았습니다. 치료제 출시만으로도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나오면서 같은 성분에 기반한 여러 치료제가 경쟁할 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제품들 사이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 하면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차별화 수단을 강구하기 마련입니다. 피하주사(SC)로 집에서도 투약할 수 있게 해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SC’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만약 약물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면 바이오시밀러 제약사 입장에선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 더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바디텍메드가 공급하는 TDM 진단키트 종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약물 농도 확인용 키트입니다. 다른 하나는 약물에 대한 체내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키트입니다. 항체치료제에 대한 항체가 몸속에 형성돼버리면 체내 약물 농도가 높더라도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약물과, 약물에 대한 항체 각각을 진단하는 제품을 개발했다는 게 최의열 대표의 설명입니다.

TDM 진단키트는 바디텍메드의 강점인 현장진단기술을 활용하기 좋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소형 현장진단 장비를 공급하기 적합한 곳이 항체치료제를 사용한 뒤 환자의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일선 의료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임상검사센터나 임상의가 있는 클리닉 등이 TDM 진단키트를 사용하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바디텍메드의 인플릭시맙 TDM 진단키트는 제형이 다른 램시마, 램시마SC 모두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TDM 진단키트로 상용화한 약물 표적들의 가짓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항체치료제 시장 규모가 큰 약물 성분부터 순차적으로 TDM 진단키트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미 인플릭시맙 외에도 미국 애브비의 ‘휴미라’로 알려진 아달리무맙, 스위스 로슈의 ‘허셉틴’으로 알려진 트라스트주맙, 얀센의 ‘심퍼니’로 알려진 골리무맙 등의 TDM 진단키트로 수출허가를 받았습니다.

아직까진 이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 상대가 없습니다. 프랑스, 독일에도 TDM 진단기업이 있지만 제품 편의성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입니다. 최 대표는 “임상부터 허가 획득까지 3년이 걸리는 만큼 다른 후발주자가 들어와도 한동안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허가 획득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유럽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한국,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릭시맙 TDM 진단키트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중입니다. 바디텍메드는 내년 국내 사용 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바디텍메드의 핵심 키워드 셋…❶ 항체치료제 ❷ 건강검진 ❸ 유전자 가위
키워드 둘, 건강검진

바디텍메드의 두 번째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은 건강검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진단키트와 간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아스파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T) 진단키트를 출시했습니다. LDL과 AST 모두 건강검진을 할 때 확인하는 바이오마커의 일종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생화학진단 장비를 사용했던 이들 바이오마커를 면역진단 분야로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바디텍메드는 생화학진단과 면역진단, 두 종류 장비를 써야 하는 건강검진 시장을 면역진단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LDL과 AST 외에도 당뇨를 측정할 때 보는 당화혈색소, 갑상선 검사에서 확인하는 항진호르몬(TSH), 골감소증 여부를 확인할 때 보는 비타민D 진단 등을 한 장비로 통합해 검사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LDL 진단키트와 AST 진단키트는 기존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처럼 15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구입해야 할 진단 장비의 종류를 줄이면 건강검진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입니다. 바디텍메드는 생화학진단 영역으로 분류됐던 LDL을 면역진단 장비로 읽는 기술에 대해 최근 미국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적으론 가정에서 건강검진이 가능한 장비를 보급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그간 국내에선 임신 진단이나 혈당 측정 등 소수 항목에 대해서만 가정용 진단에 대한 허가를 내줬지만 최근엔 편의점에서도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며 “만성질환 분야에서 가정용 진단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현의 바이오 탐구영역] ‘포스트 코로나’ 대비하는 바디텍메드의 핵심 키워드 셋…❶ 항체치료제 ❷ 건강검진 ❸ 유전자 가위
키워드 셋, 유전자 가위

세 번째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은 차세대 진단 기술을 선점하려는 시도입니다. 바디텍메드는 지난달 엔세이지와 차세대 진단 플랫폼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엔세이지는 툴젠, 지플러스생명과학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유전자 가위의 일종인 ‘크리스퍼-카스12a’를 50개 발굴해 특허 출원을 마친 상황입니다.

유전자 가위는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만 편집해 발병 원인 자체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죠. 이 유전자 가위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윤리 문제입니다. 사람의 유전자를 근본적으로 편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마에 오르내립니다. 진단 시장은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유전자 가위를 상용화할 수 있는 곳입니다. 치료제보다 임상 절차가 줄어드는 등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선 바이오벤처인 셜록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5월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셜록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이 주축이 된 브로드연구소 연구진이 참여한 기업입니다. 다우드나 교수가 몸담고 있는 미국 UC버클리의 기술을 활용한 매머드바이오사이언스도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리보핵산(RNA)을 잘라낼 수 있습니다. 이 RNA를 자르는 조건을 설정하면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잘라낼 RNA에 형광물질을 달아놓은 뒤 특정 바이러스를 인식했을 때 유전자 가위가 이 RNA를 자르도록 조건을 걸어두는 겁니다. 이러면 바이러스가 있을 때만 형광물질이 떨어져 나오는 진단키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 기반 진단키트는 분자진단키트처럼 유전자 수를 불리는 증폭 과정이 필요 없어 현장진단에 적합합니다. 민감도는 코로나19 확진에 쓰이는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99%)보다는 낮지만 일반적인 면역진단 방식(90% 내외)보다는 높다고 합니다.

이 유전자 가위에 붙이는 형광물질을 파장 종류별로 다양하게 바꾸면 여러 표적을 진단하는 다중진단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RNA뿐 아니라 DNA도 검출 가능해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 속에 떠다니는 세포유리DNA(cfDNA)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기술 수준을 더 끌어올리면 cfDNA를 통해 암 조기진단에서 유전자 가위 기반 진단키트가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최 대표는 “유전자 가위 기술도 PCR 기술처럼 향후 표준 진단 기술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디텍메드가 개발한 LDL 진단키트와 AST 진단키트. 바디텍메드의 진단키트는 생화학 진단을 통해 확인하던 바이오마커를 면역진단 영역으로 끌어왔다.
바디텍메드가 개발한 LDL 진단키트와 AST 진단키트. 바디텍메드의 진단키트는 생화학 진단을 통해 확인하던 바이오마커를 면역진단 영역으로 끌어왔다.
“경구용 치료제로 코로나19 진단 시장 넓어질 것”

코로나19 진단 시장에선 경구약 출시 이후에도 진단키트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전망입니다. 지난 6월 수요 감소로 인해 진단키트 재고를 폐기했던 미국 애보트가 멈췄던 공장을 다시 가동할 정도로 코로나19 진단 시장은 변동성이 큽니다. 바디텍메드는 장기적으론 코로나19 대응 상황이 신종플루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코로나19도 과거 타미플루의 사례처럼 가격경쟁력이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면 동네 병원에서 관리 가능한 감염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형 병원이나 의원에서 검사 가능한 영역으로 바뀌면 면역진단 시장도 함께 넓어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바디텍메드는 진단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제품 개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잠복결핵 진단키트의 국내 정식 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고가의 실험실 장비 대신 이 회사의 현장진단 장비인 ‘아이크로마’를 이용해 결핵균을 검출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