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COMPANY] ❶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병원균의 적' 박테리오파지 이용해 내성 없는 항생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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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동지’라고 했던가.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는 박테리아의 바이러스로 알려진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항생제를 개발한다. 박테리오파지의 무기인 ‘엔도리신’을 가공해 약물로 개발하고 있다. 대표 파이프라인인 ‘SAL200’은 연내 미국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SAL200, MRSA와 심내막염 두 마리 토끼 잡을까
SAL200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타깃으로 한다. MRSA는 알려진 슈퍼박테리아 중 가장 강력하고 흔하게 발견되는 균이다. 인트론바이오는 9월 29일 국제 감염병 학회인 ‘IDWeek 2021’에서 SAL200의 미국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엔도리신 기반의 항생제로는 세계 최초로 수행된 임상이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다중용량상승시험에 대한 결과다. 유효용량(3ml/kg)의 3배에 달하는 용량(9ml/kg)을 최대 6회 투여해도 안전하다는 내용이다.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공동대표는 “항생제는 염증이 잡힐 때까지 여러 번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용량에 대한 안전성 시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SAL200이 심내막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전임상 결과다. 심내막염은 심장 내막이나 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 페니실린 계통의 항생제로 치료가 이뤄진다. 전임상 결과, 심내막염이 발생한 토끼에 SAL200을 투여하자 염증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회사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심내막염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임상 2b상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항생제의 경우 동물과 사람에서 효능이 유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런 항생제의 특성을 고려해 임상 3상에서는 100~200명에 대한 데이터만 제출해도 인정해주는 ‘게인 액트법(GAIN Act)’을 시행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항생제는 메커니즘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전임상 결과와 임상 결과가 유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임상 2상과 3상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 로이반트사이언스는 이런 점을 고려해 국내 임상 2상이 완료되기 전인 2018년 SAL200을 기술도입했다.
병원균 완전박멸, 내성 발생 가능성 낮춰
SAL200을 포함한 인트론바이오의 항생제 파이프라인은 모두 박테리오파지의 엔도리신을 이용한다. 엔도리신은 박테리오파지가 가진 효소로 박테리아의 ‘펩티도글리칸’ 층을 분해한다. 박테리아의 겉면은 단단한 세포벽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쪽에는 얇은 펩티도글리칸층이 있다. 이 층이 붕괴되면 삼투압에 의해 외부의 수분이 박테리아 내부로 밀고 들어온다. 빵빵해진 박테리아는 결국 풍선처럼 터지고 만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의 DNA에서 엔도리신에 해당하는 서열을 분리한 뒤, 필요한 부분만 유전자재조합을 했다. 윤 대표는 “엔도리신에서도 특정 균에 결합하는 바인딩 도메인, 엔도리신을 활성화시키는 활성 도메인 등을 중심으로 재조합을 한다”고 말했다.
모든 항생제 파이프라인이 엔도리신을 기반으로 하지만 표적하는 균마다 조금씩 구조가 다르다. 그만큼 ‘선택성’이 뛰어나다. 윤 대표는 “합성 화합물인 기존 항생제는 병원균뿐만 아니라 체내 유익균까지 모두 제거한다”며 “엔도리신 기반의 항생제는 유익균은 유지하면서 병원균만 제거해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내성 발생 가능성도 낮다. 페니실린, 카바페넴 등 많은 수의 항생제는 세포벽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원리다. 이미 세포벽이 만들어진 균을 제거하기는 어렵다. 일부 생존한 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성균이 발생하고, 퍼져나가기도 한다.
반면 엔도리신 기반의 항생제는 세포벽을 터뜨려 모든 균을 제거한다. 내성균이 생길 틈을 주지 않고 ‘폭격’하는 셈이다. 윤 대표는 “세균을 인위적으로 증식시키는 계대배양을 12번까지 진행했지만, 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내성에 대항하는 동시에 또 다른 내성균의 발생까지 막는다”고 말했다.
치료제 적은 그람음성균 시장, GNA200이 공략
현재 물질 최적화 단계에 있는 GNA200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라는 균을 표적으로 한다. 다소 생소한 균이지만, 최근 3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데다, 그람음성균이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윤 대표는 “박테리아는 크게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으로 나뉘는데, 서로 다른 항생제가 사용된다”며 “그람음성균은 세포벽이 더 두꺼워 항생제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GNA200은 전기적인 힘을 이용해 세포벽을 뚫고 들어간다. 그람음성균의 세포벽은 전기적으로 음성을 띠고 있다. GNA200에는 일정한 전하를 띤 물질이 매달려 있어, 세포벽과의 ‘전하 차이’를 이용해 벽을 뚫고 들어간다.
윤 대표는 “내부 실험 결과 GNA200이 표적 균 외에도 다양한 그람음성균에서 효능을 보였다”며 “그람음성균 중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균이 매우 많아, GNA200의 가치를 매우 크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트론바이오는 내년 하반기에 GNA200의 전임상을 완료하고, 이후 기술수출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SAL200, MRSA와 심내막염 두 마리 토끼 잡을까
SAL200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타깃으로 한다. MRSA는 알려진 슈퍼박테리아 중 가장 강력하고 흔하게 발견되는 균이다. 인트론바이오는 9월 29일 국제 감염병 학회인 ‘IDWeek 2021’에서 SAL200의 미국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엔도리신 기반의 항생제로는 세계 최초로 수행된 임상이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다중용량상승시험에 대한 결과다. 유효용량(3ml/kg)의 3배에 달하는 용량(9ml/kg)을 최대 6회 투여해도 안전하다는 내용이다.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공동대표는 “항생제는 염증이 잡힐 때까지 여러 번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용량에 대한 안전성 시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SAL200이 심내막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전임상 결과다. 심내막염은 심장 내막이나 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 페니실린 계통의 항생제로 치료가 이뤄진다. 전임상 결과, 심내막염이 발생한 토끼에 SAL200을 투여하자 염증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회사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심내막염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임상 2b상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항생제의 경우 동물과 사람에서 효능이 유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런 항생제의 특성을 고려해 임상 3상에서는 100~200명에 대한 데이터만 제출해도 인정해주는 ‘게인 액트법(GAIN Act)’을 시행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항생제는 메커니즘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전임상 결과와 임상 결과가 유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임상 2상과 3상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 기업 로이반트사이언스는 이런 점을 고려해 국내 임상 2상이 완료되기 전인 2018년 SAL200을 기술도입했다.
병원균 완전박멸, 내성 발생 가능성 낮춰
SAL200을 포함한 인트론바이오의 항생제 파이프라인은 모두 박테리오파지의 엔도리신을 이용한다. 엔도리신은 박테리오파지가 가진 효소로 박테리아의 ‘펩티도글리칸’ 층을 분해한다. 박테리아의 겉면은 단단한 세포벽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쪽에는 얇은 펩티도글리칸층이 있다. 이 층이 붕괴되면 삼투압에 의해 외부의 수분이 박테리아 내부로 밀고 들어온다. 빵빵해진 박테리아는 결국 풍선처럼 터지고 만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의 DNA에서 엔도리신에 해당하는 서열을 분리한 뒤, 필요한 부분만 유전자재조합을 했다. 윤 대표는 “엔도리신에서도 특정 균에 결합하는 바인딩 도메인, 엔도리신을 활성화시키는 활성 도메인 등을 중심으로 재조합을 한다”고 말했다.
모든 항생제 파이프라인이 엔도리신을 기반으로 하지만 표적하는 균마다 조금씩 구조가 다르다. 그만큼 ‘선택성’이 뛰어나다. 윤 대표는 “합성 화합물인 기존 항생제는 병원균뿐만 아니라 체내 유익균까지 모두 제거한다”며 “엔도리신 기반의 항생제는 유익균은 유지하면서 병원균만 제거해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내성 발생 가능성도 낮다. 페니실린, 카바페넴 등 많은 수의 항생제는 세포벽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원리다. 이미 세포벽이 만들어진 균을 제거하기는 어렵다. 일부 생존한 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성균이 발생하고, 퍼져나가기도 한다.
반면 엔도리신 기반의 항생제는 세포벽을 터뜨려 모든 균을 제거한다. 내성균이 생길 틈을 주지 않고 ‘폭격’하는 셈이다. 윤 대표는 “세균을 인위적으로 증식시키는 계대배양을 12번까지 진행했지만, 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내성에 대항하는 동시에 또 다른 내성균의 발생까지 막는다”고 말했다.
치료제 적은 그람음성균 시장, GNA200이 공략
현재 물질 최적화 단계에 있는 GNA200은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라는 균을 표적으로 한다. 다소 생소한 균이지만, 최근 3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데다, 그람음성균이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윤 대표는 “박테리아는 크게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으로 나뉘는데, 서로 다른 항생제가 사용된다”며 “그람음성균은 세포벽이 더 두꺼워 항생제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GNA200은 전기적인 힘을 이용해 세포벽을 뚫고 들어간다. 그람음성균의 세포벽은 전기적으로 음성을 띠고 있다. GNA200에는 일정한 전하를 띤 물질이 매달려 있어, 세포벽과의 ‘전하 차이’를 이용해 벽을 뚫고 들어간다.
윤 대표는 “내부 실험 결과 GNA200이 표적 균 외에도 다양한 그람음성균에서 효능을 보였다”며 “그람음성균 중 패혈증의 원인이 되는 균이 매우 많아, GNA200의 가치를 매우 크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트론바이오는 내년 하반기에 GNA200의 전임상을 완료하고, 이후 기술수출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