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COMPANY] ❷ 마스터메디텍 “맞춤형 항생제로 내성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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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전의 항생제입니다. 균이 가지고 있는 ‘독소-항독소(toxin-antitoxin system)’를 이용합니다. 항생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내성 문제를 극복하고 슈퍼박테리아에도 대항할 수 있는 ‘항생제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봉진 마스터메디텍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폐렴 항생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초기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하는 단계에 있다. 내년 상반기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소-항독소’ 시스템 이용해 항생제 내성균 잡는다
마스터메디텍의 폐렴 항생제 작동 원리는 원핵생물(세포핵을 가지지 않는 생물)에만 존재하는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독소-항독소 시스템은 이 대표의 오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서울대 약대 교수이기도 한 이 대표는 6년간 최장수 학장을 맡을 만큼 신망이 두터운 과학자다. 병원균이 가진 독소-항독소 시스템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 분석과 기능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다 2018년, 이를 이용한 항균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같은 고등생물은 외부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내 온도나 수분 등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진화해 왔다. 하지만 병원균과 같은 원핵생물은 외부 온도가 생존에 불리한 상황이 되면 건강한 개체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내에 독소를 품고 다닌다. 외부 환경에 잘 버티지 못하는 개체인 경우 독소가 활성화되고 개체는 ‘세포 자살(아폽토시스)’을 하게 된다. 독소가 일종의 ‘은장도’인 셈이다. 평소에 은장도는 칼집(항독소)에 안전하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척박해지면 칼집이 분해되면서 독소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 대표는 ‘안전한 환경에서 칼집을 칼로부터 분리시키면 병원균을 사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바로 연구에 착수했다.
회사는 현재 개발 중인 폐렴 항생제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폐렴균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항생제 내성을 가진 폐렴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로 인한 감염사망자 수가 크게 늘었다. 영국 생어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341명에 그쳤던 사망자 수는 2015년 6배에 달하는 2094명으로 증가했다. 이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에는 기존에 사용되던 항생제 8종(페니실린, 세파로스포린, 매크로라이드, 퀴놀론, 클린다마이신, 테트라사이클린, 트리메소프림-설파메톡사졸, 카바페넴)에 모두 내성을 가진 ‘광범위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이 국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개발 중인 항생제는 기존의 것과 기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폐렴균에 효과가 탁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조 기반의 약물 설계, 정확성·효율성 모두 높인다
‘맞춤형 항생제’라는 점도 강점이다. 기존 항생제는 특정 균만을 사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람음성균 혹은 그람양성균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개발 초기에는 이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내성균이 발생하면서 이는 항생제의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마스터메디텍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폐렴균의 독소 단백질과 항독소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해 약물을 설계했다. 항독소 단백질의 활성부위(도메인)에 결합하는 저해제로, 독소 단백질과의 결합을 막는다. 기존 항생제가 군대의 정규군이라면, 마스터메디텍의 항생제는 폐렴균만 노리는 특수요원인 셈이다. 특수요원을 길러내기 위해서 마스터메디텍은 구조기반 신약 개발(SBDD)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이용해 약물이 개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 단백질의 구조를 명확히 밝혀내는 게 첫 단추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포항과 일본에 위치한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강한 빛을 이용해 나노 단위의 작은 단백질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얻을 수 있는 거대 기기다. 이 대표는 “학계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회사 연구를 주도하고 있고, 전체의 80% 이상이 연구인력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가 회사를 창립한 2019년 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구자들이 대거 합류했다. 호암상을 받았던 김규원 서울대 약대 석좌교수, 오원근 서울대 약대 교수, MSD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네이처> 표지 논문을 장식했던 김경규 성균관대 의대 교수, 유한양행 선임연구원 출신의 이승규 서울대 약대 박사 등이다.
이 대표는 “주요 인력들이 가진 경험을 기반으로 시장에 없던 약물을 개발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마스터메디텍의 폐평균 항생제는 현재 물질 발굴 단계로 전임상을 앞두고 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
이봉진 마스터메디텍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폐렴 항생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초기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하는 단계에 있다. 내년 상반기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소-항독소’ 시스템 이용해 항생제 내성균 잡는다
마스터메디텍의 폐렴 항생제 작동 원리는 원핵생물(세포핵을 가지지 않는 생물)에만 존재하는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독소-항독소 시스템은 이 대표의 오랜 연구 주제 중 하나다. 서울대 약대 교수이기도 한 이 대표는 6년간 최장수 학장을 맡을 만큼 신망이 두터운 과학자다. 병원균이 가진 독소-항독소 시스템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 분석과 기능 연구를 오랫동안 해오다 2018년, 이를 이용한 항균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같은 고등생물은 외부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내 온도나 수분 등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진화해 왔다. 하지만 병원균과 같은 원핵생물은 외부 온도가 생존에 불리한 상황이 되면 건강한 개체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내에 독소를 품고 다닌다. 외부 환경에 잘 버티지 못하는 개체인 경우 독소가 활성화되고 개체는 ‘세포 자살(아폽토시스)’을 하게 된다. 독소가 일종의 ‘은장도’인 셈이다. 평소에 은장도는 칼집(항독소)에 안전하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척박해지면 칼집이 분해되면서 독소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 대표는 ‘안전한 환경에서 칼집을 칼로부터 분리시키면 병원균을 사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바로 연구에 착수했다.
회사는 현재 개발 중인 폐렴 항생제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폐렴균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항생제 내성을 가진 폐렴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로 인한 감염사망자 수가 크게 늘었다. 영국 생어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341명에 그쳤던 사망자 수는 2015년 6배에 달하는 2094명으로 증가했다. 이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에는 기존에 사용되던 항생제 8종(페니실린, 세파로스포린, 매크로라이드, 퀴놀론, 클린다마이신, 테트라사이클린, 트리메소프림-설파메톡사졸, 카바페넴)에 모두 내성을 가진 ‘광범위 항생제 내성 폐렴구균’이 국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개발 중인 항생제는 기존의 것과 기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 폐렴균에 효과가 탁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조 기반의 약물 설계, 정확성·효율성 모두 높인다
‘맞춤형 항생제’라는 점도 강점이다. 기존 항생제는 특정 균만을 사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람음성균 혹은 그람양성균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개발 초기에는 이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내성균이 발생하면서 이는 항생제의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마스터메디텍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폐렴균의 독소 단백질과 항독소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해 약물을 설계했다. 항독소 단백질의 활성부위(도메인)에 결합하는 저해제로, 독소 단백질과의 결합을 막는다. 기존 항생제가 군대의 정규군이라면, 마스터메디텍의 항생제는 폐렴균만 노리는 특수요원인 셈이다. 특수요원을 길러내기 위해서 마스터메디텍은 구조기반 신약 개발(SBDD)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독소-항독소 시스템을 이용해 약물이 개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 단백질의 구조를 명확히 밝혀내는 게 첫 단추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포항과 일본에 위치한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강한 빛을 이용해 나노 단위의 작은 단백질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얻을 수 있는 거대 기기다. 이 대표는 “학계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회사 연구를 주도하고 있고, 전체의 80% 이상이 연구인력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가 회사를 창립한 2019년 학계에서 잔뼈가 굵은 연구자들이 대거 합류했다. 호암상을 받았던 김규원 서울대 약대 석좌교수, 오원근 서울대 약대 교수, MSD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병문 서울대 화학부 교수, <네이처> 표지 논문을 장식했던 김경규 성균관대 의대 교수, 유한양행 선임연구원 출신의 이승규 서울대 약대 박사 등이다.
이 대표는 “주요 인력들이 가진 경험을 기반으로 시장에 없던 약물을 개발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마스터메디텍의 폐평균 항생제는 현재 물질 발굴 단계로 전임상을 앞두고 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