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유통 대장주…이마트 웃고 롯데쇼핑 울었다
지난달 말 롯데백화점은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한다는 사내 공지를 올렸다. 1979년 창사 이후 4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다점포화 전략'의 종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롯데는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에 비해 두 배가량 많은 백화점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중심 전략을 펼쳐왔는데 코로나19로 유통업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자 뒤늦게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느냐'는 기업 가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코로나19 이후 약 2년새 유통 대장주 시가총액 1~3위는 모조리 자리 바꿈을 했다.

○e커머스 경쟁력이 시총 좌우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유통업 지수 내 시총 1위 종목은 이마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 3위였던 이마트는 이제 국내 유통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시총은 약 4조5000원으로 2년새 20% 이상 늘었다. 2019년 말 국내 유통 대장주 자리에 앉아있던 롯데쇼핑은 코스피 유통업 내 시총 4위까지 밀려났다.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제외한 순위다.

유통 대장주 자리를 좌우한 건 e커머스 경쟁력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는 쓱닷컴과의 시너지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 점유율도 상승했다"며 "롯데쇼핑의 경우 롯데하이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등 유통 밸류체인을 모두 갖고 있다보니 e커머스 전략을 위한 퍼즐 맞추기가 더 복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롯데ON'의 경쟁력 강화 전략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기회도 이마트에 내줬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스타벅스와의 시너지 등을 앞세운 이마트의 올해 영업이익은 3780억원으로 작년 대비 59.3%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올해 3130억원으로 작년보다 9.5%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이마트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2만8556원이다. 21일 종가 16만1500원을 감안하면 40%가량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재택근무도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든 강력한 변수다. 자회사 동서식품을 거느린 동서가 대표적인 예다. 동서식품은 '카누' '맥심'뿐 아니라 스타벅스 등의 즉석음용(RTD·Ready to Drink) 제품을 생산 중인데 재택근무 일상화로 실적이 크게 늘자 2019년 말 유통주 시총 10위에서 작년 말 2위로 뛰어올랐다. 호텔신라, 롯데쇼핑을 제쳤다.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복귀한 지금은 6위로 밀려났다. 한샘 역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가구 교체 수요가 증가한 효과로 시총이 14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눈앞의 변수는 '위드 코로나'

현 시점 유통주의 최대 변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다. 2019년 말 유통주 시총 9위였던 현대백화점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신세계가 2년간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10위권 안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적이다. 고가 명품 라인에 강점을 가진 신세계가 '보복소비' 효과를 누린 반면 의류 카테고리에 강점을 가진 현대백화점의 실적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아서다. 반대로 말하면 위드 코로나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실적 개선폭을 기대할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면서 "다음달 국내 주요 경제활동인구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백화점의 패션·잡화 수요 회복이 4분기에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내년도 해외 여행 재개로 인한 공항 면세점 수요 회복 기대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외 상장을 포함하면 명실상부 국내 유통기업 대장주는 쿠팡이다. 올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는데도 현재 시총은 5만달러(한화 약 59조원)가 넘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