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REPORT] AI 영상진단, 성공 핵심은 데이터량과 보험수가
AI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임상 정보를 이용해 의료진단, 환자 치료, 원격진료 등을 진행하는 독립형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영상진단이 여기에 포함된다. AI 의료 영상기기는 진단 알고리즘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뒤 환자의 영상을 판독한다. 의료진이 놓친 사례를 찾아내 민감도(양성 판별률)를 상승시키며, 판독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AI 활용으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해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AI 영상 분석은 엑스선 촬영(X-ray),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병리 조직 영상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존 암 진단에서 신경진단, 관상동맥진단, 기타 일반적인 의료영상 시술까지 적용 분야를 확대 중이다. 이에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패러다임이 예방·진단으로 변화하면서 영상 진단 솔루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인력 부족 현상과 업무 과중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진단 오류 사례가 증가세다. 올 6월 발표된 미국의과대학협회(AAM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34년에 최대 12만4000명의 의료 인력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사의 일손을 도와주는 AI 의료 영상기기는 의료 서비스의 편의성을 증대해 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수가 정책 정립 필요

국가별로 AI 관련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보험수가 정책은 정립이 필요한 상태다. 미국 보험청(CMS)은 신기술 추가 보상(NTAP)과 혁신급여 메디케어 지불 보상(MCIT)을 통해 혁신 기술 및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NTAP 적용 요건은 신규 의료 기술·서비스여야 하고, 신기술에 기존 수가 적용의 부적절함을 입증해야 하며, 기존 기술 대비 임상 결과를 크게 향상시켜야 한다. 3년간 적용될 수 있으며 포괄수가제(어떤 질병이냐에 따라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제도) 지불액 초과 비용의 65% 또는 신기술 비용의 65% 가운데 적은 금액을 적용한다. MCIT는 대체치료법이 없는 심각한 질병을 효과적으로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혁신적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4년간 전국 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있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NTAP가 적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영상진단 AI 기업 비즈에이아이의 뇌졸중 진단 소프트웨어 ‘LVO’와 하트플로의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알려주는 진단 소프트웨어 ‘FFRCT’다. LVO는 뇌졸중 환자의 치료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환자의 입원기간을 줄일 수 있어 건당 최대 1040달러의 건강보험 수가를 허가받았다. FFRCT는 관상동맥 CT 결과를 분석해 관상동맥의 혈액 흐름을 보여주고, 조영술 검사가 불필요한 환자를 선별해준다. 건당 최대 1450달러의 보험수가를 인정받았다.

국내는 2020년 12월에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함께 의료기술 건강보험 관련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영상의학 분야 AI 기반 의료기술과 3D 프린팅을 이용한 의료기술, 병리학 분야 AI 기반 의료기술에 대한 수가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사례에 따라 급여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보험수가와 관련해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진행하고, 임상적 안정성과 유효성 입증 시 심평원에서 건강보험 등재심사를 진행한다. 신의료기술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시적으로 의료보험제도 아래서 환자에게 사용하고 임상적인 판단을 받도록 한다. 아직 AI 기기를 활용한 의료기술은 대부분 수가가 없는 연구단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이 되려면 기존 의료기기와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존 의료기기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검사 수행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증거를 검증할 충분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아직 AI 영상진단기기들 중 보험수가를 받은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AI 진단기업들이 보험수가 없이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나, 수가를 받게 된다면 병원 도입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사용자 증대로 큰 폭의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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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료 영상기기 시장, 연평균 42% 성장

2020년 식약처의 신개발 의료기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AI 의료 영상기기 시장은 2018년 9180만 달러에서 연평균 42.2% 성장해 2025년에는 5억1800만 달러(약 6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AI 기반 영상기기의 적용 범위 확대와 지속적인 AI 의료 영상 솔루션 출시에 기인한다.

AI 의료 영상기기 기업의 주요 고객은 의료기관 및 병원이다. 기업별 판매 전략에 따라 파트너십 체결 또는 직접 판매를 통해 매출을 창출한다. 해외 주요 기업들은 버터플라이 네트워크와 하트플로, 아테리스 등이 있다.

버터플라이 네트워크는 휴대용 초음파기기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연결해 심장, 폐, 비뇨기, 갑상선 등 다양한 신체부위를 진단한다. 초음파기기로 촬영된 영상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을 클라우드(Butterfly Cloud)에 업로드 및 공유하면 전문의들이 영상을 받아보고 판독 및 진단을 한다. 클라우드로 전송된 환자의 의료 영상 및 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이 휴대용 초음파기기(Butterfly iQ+)는 자원이 부족한 재난 상황이나 응급 상황에서 주로 사용된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환자의 병원 내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휴대용 초음파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이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기기 가격은 1999달러이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튜토리얼 비디오, 무제한 클라우드 용량 서비스 등을 포함한 구독료 발생으로 추가적인 매출 발생이 가능하다. 2020년 매출은 4400만 달러였다. 시장 진입 가속화와 사용자 증대에 따라 2021년 매출은 7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까지 연평균 65% 성장해 3억34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음파기기의 교체시기는 3~5년으로, 기기와 소프트웨어 연동에 따른 고객 가두기 효과가 예상돼 향후 5년 이내 소프트웨어 매출만 40~50% 성장 가능할 전망이다.

하트플로는 심근경색 진단기기 전문업체로 관상동맥 CT 분석 보조를 하고 있다. 심근경색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로 관상동맥 조영술이나 관상동맥 CT 영상을 사용한다. 관상동맥 조영술은 혈관에 관을 삽입시키는 침습적 검사이기 때문에 통증을 포함하는 불편감이 있다. 시행에 30분~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관상동맥 CT 촬영은 비침습 방식으로 통증은 없으나 혈류를 측정할 수 없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트플로의 FFRCT는 혈관 CT 이미지를 AI로 분석한 뒤 환자의 관상동맥을 3차원 모델로 구축하고, 그 모델로 혈류 및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FFR(분획혈류예비력)을 계산해준다. 미국 상위 50대 병원의 80%를 포함해 세계 400여 개의 병원에서 이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실시간으로 여러 치료 전략을 모델링하는 대화형 도구인 ‘HeartFlow Planner’도 제공한다. 가상 모델링을 사용해 혈관별로 여러 치료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시술 전 치료 계획을 검토 및 수정해 치료 경로를 시각화할 수 있어 관련 제품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하트플로는 2020년 기준 매출 2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21년 4200만 달러를 달성해 2025년까지 연평균 97% 성장할 전망이다. 생명에 위험을 주는 질병을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 보험수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제품화로 통합솔루션 제공 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아테리스는 AI 의료 영상기기 업체로 주요 제품은 심장 영상 분석 프로그램이다. 심실의 용적을 정확하게 측정해 의사들의 심장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 다양한 기업의 AI 모델 작업을 통합해 세계 의료기관 및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주로 직접 판매를 하지만 아마존웹서비스와 지멘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제품 판매도 한다.

이와 같이 해외 AI 의료 영상진단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이 다르고, 서비스하는 분야가 다르다. 제품 매출뿐만 아니라 분석 건당 비용 부과, 연간·월간 구독료 발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출을 내고 있다.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비용을 부과할 수 있고, 다양한 질환 적용에 따라 제품을 다각화할 수 있어 매출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가치 극대화 잰걸음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은 2018년 410억 원에서 2023년 2465억 원으로 연평균 44.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은 엑스레이, CT, MRI 등과 같은 영상진단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AI 기술에 대한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국내 AI 기반 의료 영상기기 대표 기업은 루닛과 뷰노, 딥노이드, 제이엘케이다. 2020년 기준 국내에서 허가받은 64개의 AI 의료 영상기기 중 37개가 이 기업들 제품이다.

제이엘케이는 2019년 12월 국내 의료 AI 솔루션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주요 사업은 의료 영상진단과 원격진료 플랫폼, 데이터 매니지먼트 플랫폼 사업이다. 2021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한 뷰노는 국내 1호 AI 의료기기를 상용화했다. 의료 영상진단과 병리 분석, 생체 신호 데이터 기반 진단보조, 자동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의료음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판매망은 직접 판매와 다른 업체의 의료기기에 뷰노 의료시스템을 판매하는 구조로 생성돼 있다.

2021년 8월에 상장한 딥노이드는 AI 영상진단 플랫폼과 의료진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진단 제품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비상장사 루닛은 영상진단과 바이오마커 기반 조직검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GE헬스케어, 필립스,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인 가던트 헬스케어로부터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약 8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내년 상반기 상장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AI 영상진단 분야에서의 성공 핵심요인은 데이터량과 국가별 규제 및 보험수가 적용 여부, 기업별 판매 전략인 것으로 판단된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정확한 의학적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AI는 의학적 데이터를 학습해 솔루션을 분석 및 해석해 결과값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폐암이나 유방암과 같이 유병률이 높은 암종은 환자 데이터가 많아 대부분의 영상진단 업체들이 각자의 파이프라인에 포함하고 있다. 반면 희귀질환은 AI 시스템이 학습할 수 있는 이미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진단하기 어렵다. 특히 치매 진단의 경우 60세 이상의 환자가 많기 때문에 AI 영상 분야에서 주로 60세 이상 환자 대상으로 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또 의료 AI가 병원 및 의료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려면 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보험수가 적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AI 의료기기는 유효성을 검증할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국가별로 보험 적용이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국가별로 정부가 보험수가 적용과 데이터 활용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기업별 의료 데이터양과 보험수가 적용 여부, 사업 전략에 따라 매출이 상이할 것이다.
[Cover Story - REPORT] AI 영상진단, 성공 핵심은 데이터량과 보험수가
[Cover Story - REPORT] AI 영상진단, 성공 핵심은 데이터량과 보험수가
<저자 소개>

[Cover Story - REPORT] AI 영상진단, 성공 핵심은 데이터량과 보험수가
이지수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통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KB증권에서 제약·바이오 업종 분석 업무를 시작하고, 진단 전문업체 씨젠에서 기업홍보(IR)를 담당했다. 현재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로 재직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