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얹은 에르메스…품격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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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보인 'H08' 품절 사태
예치금 걸고 3~4개월 기다려야
말과 관련한 용품에서 영감
수천만원짜리 가방 회사답게
스트랩에 최고급 가죽 적용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도 자체 제작
예치금 걸고 3~4개월 기다려야
말과 관련한 용품에서 영감
수천만원짜리 가방 회사답게
스트랩에 최고급 가죽 적용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도 자체 제작
에르메스에서 올해 첫선을 보인 남성용 시계 ‘에르메스 H08’은 매장에 재고가 없어 못 파는 제품이다. 예치금을 걸고 최소 3~4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는 게 에르메스 측 설명이다. 에르메스가 시계를 처음 제조한 건 1912년이다. 창립자의 3대손인 에밀 에르메스가 승마를 좋아하는 딸 재클린에게 가죽 시계를 만들어 선물한 것으로 시작됐다. 가죽 벨트에 소형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를 장착한 벨트형 시계는 골프, 승마를 즐기는 상류층 남성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었다.
에르메스 H08은 광물 소재 케이스와 블랙, 그레이, 블루, 오렌지 색상을 사용해 ‘차가운 도시 남성’을 연상시켜 남성들에게 ‘패션 시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명에 나오는 H08 중 0은 무(無), 8은 무한대를 뜻한다. ‘무와 무한을 오가는 여행’처럼 시간의 신비와 깊이를 담았다는 의미다.
에르메스 H08은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첫 번째 모델은 매끈한 새틴 마감 처리를 한 세라믹 베젤과 야광으로 만든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시간을 보여주는 숫자), 블랙 니켈로 마감 처리한 핸즈(시침 분침 등 시간을 가리키는 부품), 데이트 디스플레이(날짜 창) 등이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광택이 돌아 정장에 잘 어울린다.
보셰 매뉴팩처 플러리에선 연간 3만5000개의 무브먼트가 생산된다. 손으로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기계식 무브먼트(셀프와인딩), 차고 있으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오토매틱 무브먼트(핸드와인딩), 아주 얇은 두께의 울트라신 무브먼트 등 다양한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슬림 데르메스 룬’ 시계가 나왔다. 무브먼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스켈레톤 방식으로 시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제품이다. 원형 케이스에 각진 러그(시계와 스트랩의 연결 부위)를 가지고 있어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짙은 색상의 스켈레톤 다이얼은 시계의 특성과 정교함을 담았다. 에르메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주적이고 꿈과 같은 시간에 걸맞게 디자인된 두 개의 달은 간결하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에르메스는 ‘갤롭 데르메스’의 크기를 작게 축소해 새로운 스몰 사이즈(20×27.2㎜) 주얼리 워치를 내놨다. 시계는 세 종류로 구성됐다. 일반 스틸 케이스 버전과 134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스틸 버전,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 등이다. 곡선으로 디자인된 케이스는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시계 속 아라비아 숫자는 다이얼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커져 넓은 다이얼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과 함께 역동성과 원근감을 표현하도록 만들어졌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말(馬) 용품을 닮은 시계
에르메스는 1837년 파리 외곽의 한 마구용품 판매점에서 출발했다. 승마에서 발 받침대로 쓰이는 등자를 연상케 하는 ‘갤롭 데르메스’ 등 시계 역시 말과 관련한 용품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 많다. 에르메스가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하자 ‘에르메스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에르메스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가방과 의류, 신발에 이어 시계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시계는 무엇보다 가죽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 특성을 살렸다. 럭셔리 워치 메이커 중 유일하게 자체 제작한 스트랩을 사용하는 브랜드가 에르메스다. 수천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에 사용하는 최고급 가죽으로 스트랩을 제작하는 게 특징이다.에르메스 H08은 광물 소재 케이스와 블랙, 그레이, 블루, 오렌지 색상을 사용해 ‘차가운 도시 남성’을 연상시켜 남성들에게 ‘패션 시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명에 나오는 H08 중 0은 무(無), 8은 무한대를 뜻한다. ‘무와 무한을 오가는 여행’처럼 시간의 신비와 깊이를 담았다는 의미다.
에르메스 H08은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첫 번째 모델은 매끈한 새틴 마감 처리를 한 세라믹 베젤과 야광으로 만든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시간을 보여주는 숫자), 블랙 니켈로 마감 처리한 핸즈(시침 분침 등 시간을 가리키는 부품), 데이트 디스플레이(날짜 창) 등이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광택이 돌아 정장에 잘 어울린다.
무브먼트도 직접 제작하는 에르메스
에르메스가 본격적으로 시계산업에 뛰어든 건 1970년대 후반이다. 하지만 시계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무브먼트 공방 ‘보셰 매뉴팩처 플러리에’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체 무브먼트 제작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브먼트는 수백 개의 필수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해 시계의 ‘심장’으로 불린다. 2012년에는 다이얼 제조사 나테베르, 2013년에는 케이스 제조사 조세프 에랄드를 잇달아 사들였다. 단순히 ‘패션 시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럭셔리 워치 메이커’로 자리 잡겠다는 에르메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보셰 매뉴팩처 플러리에선 연간 3만5000개의 무브먼트가 생산된다. 손으로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기계식 무브먼트(셀프와인딩), 차고 있으면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오토매틱 무브먼트(핸드와인딩), 아주 얇은 두께의 울트라신 무브먼트 등 다양한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런 투자를 통해 ‘슬림 데르메스 룬’ 시계가 나왔다. 무브먼트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스켈레톤 방식으로 시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제품이다. 원형 케이스에 각진 러그(시계와 스트랩의 연결 부위)를 가지고 있어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짙은 색상의 스켈레톤 다이얼은 시계의 특성과 정교함을 담았다. 에르메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주적이고 꿈과 같은 시간에 걸맞게 디자인된 두 개의 달은 간결하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여성용은 더 정교하고 미니멀하게
여성용 제품은 더 우아해졌다.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마구용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갤롭 데르메스 시계’가 눈길을 끈다. 갤롭 데르메스는 에르메스의 아카이브에 소장된 물품을 토대로 완성됐다. 소장품 중 말의 재갈과 등자, 말굴레 등을 모티브로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 제품은 2019년 국내에 출시됐으나 인기가 좋아 최근 작은 사이즈로 재출시되는 등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에르메스는 ‘갤롭 데르메스’의 크기를 작게 축소해 새로운 스몰 사이즈(20×27.2㎜) 주얼리 워치를 내놨다. 시계는 세 종류로 구성됐다. 일반 스틸 케이스 버전과 134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스틸 버전,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 등이다. 곡선으로 디자인된 케이스는 미래적인 느낌을 준다. 시계 속 아라비아 숫자는 다이얼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커져 넓은 다이얼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과 함께 역동성과 원근감을 표현하도록 만들어졌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