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그녀의 당당한 눈빛…부르주아의 위선을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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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
신흥 귀족들 탐욕·타락 그려
당대엔 "외설" 혹평 받았지만
오늘날 "위대한 혁명" 찬사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
신흥 귀족들 탐욕·타락 그려
당대엔 "외설" 혹평 받았지만
오늘날 "위대한 혁명" 찬사
![마네, 풀밭 위의 점심, 1863년경, 오르세미술관 파리](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AA.27805855.1.jpg)
황제의 입장 표명이 요구되자 나폴레옹 3세는 불만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낙선전’ 개최를 파격적으로 허용했다. 살롱전의 낙선자인 마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알릴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마네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출품해 관객의 주목을 받는다는 성공전략을 세웠다.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풀밭 위의 점심’을 세 점의 출품작에 의도적으로 포함시켰다.
그런데 마네의 예측을 뛰어넘어 스캔들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1863년 5월 15일 ‘낙선전’이 개최된 첫날, 7000여 명의 관객이 ‘풀밭 위의 점심’이 걸린 전시실로 몰려들었다. 작품 앞에선 관객들이 혼란과 동요,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고 비웃음과 모욕, 규탄, 혹평 등 온갖 형태의 비난이 쏟아졌다.
오죽하면 작품이 전시된 홀을 ‘경악의 방’으로 불렀을까. 이 그림의 어떤 점이 동시대인의 심기를 그토록 건드렸던 걸까. 주제의 파격성과 기법의 현대성이다. 그림에는 도시를 벗어나 교외 숲속으로 소풍을 나온 네 명의 젊은 남녀가 등장한다. 부르주아 계급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두 신사는 편안한 자세로 풀밭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매매 여성으로 보이는 둘 중 한 명은 나체 상태로 풀밭에 앉아 관객을 빤히 바라보고, 다른 한 명은 속옷 차림으로 강에서 목욕을 즐기는 중이다. 화면 왼쪽 앞 풀밭에는 두 여성이 벗어던진 옷과 뒤집힌 피크닉 바구니에서 쏟아진 과일, 빵, 술병이 널려 있다.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옷가지와 음식물은 대낮 야외에서 네 남녀의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암시한다.
![티치아노 ‘전원의 합주’ (1509~1510)](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AA.27806172.1.jpg)
![라이몬디가 라파엘로 작품을 모사한 ‘파리스의 심판’ (부분, 1510~1520)](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AA.27806166.1.jpg)
즉 신흥 귀족 집단인 부르주아 계층이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벌이는 장면이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마네가 인물의 현대성과 장소의 사실성을 강조한 의도는 기득권층인 부르주아의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가치관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이 작품은 서양미술을 지배했던 단일 시점의 원근법 법칙도 깨뜨렸다.
![벌거벗은 그녀의 당당한 눈빛…부르주아의 위선을 고발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AA.27426139.1.jpg)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