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의 유력 후보지인 서울 송현동 부지를 정부가 무상으로 쓸 수 없다는 법제처 법령해석이 나왔다. 송현동 부지 선정에 걸림돌이 생기면서 용산 부지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8일 법제처로부터 “국가가 미술관 설립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그 소유의 부동산을 대여받았더라도 해당 공간에 건물 등 영구시설물을 축조할 수 없다”는 법령해석을 받았다. “공유재산법 제13조엔 지방자치단체장 외에는 공유재산에 구조물이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이 법령해석은 서울시, 행안부, 문화부가 지난 8월 법제처에 ‘국가가 미술관을 설립·운영하려는 경우 지자체장으로부터 유휴 부동산을 대여받아 미술관 설립을 목적으로 건물 등 영구시설물을 축조할 수 있느냐’를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문화부는 7월 송현동 부지와 용산 부지 중 한 곳에 이건희 미술관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4월에 삼성가 유가족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약 2만3000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을 한곳에 모아 전시·보관한다는 취지다.

당시 각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두고 경쟁을 벌였지만 송현동과 용산 부지로 후보지가 압축됐다.

송현동 부지는 시유지여서 공유재산에 해당한다. 시 관계자는 “송현동 불가 답변에 따라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국가가 송현동 부지를 유상으로 이용하거나 국가 소유의 다른 토지와 교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부는 송현동 부지와 용산 부지를 놓고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번 법령해석으로 용산 부지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용산 부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활용에 문제가 없다. 문화부는 연내 최종 건립지를 결정하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이건희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