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개발의 꿈' 이제 시작이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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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110/ZA.27831423.1.jpg)
이번 발사는 한국 우주산업이 설계·제작·시험·인증·발사에 이르는 발사체 독자기술을 축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하지만 주변국에 비해 우주 개발이 뒤늦어 ‘우주 지각생’이란 평가를 들어온 이상 마냥 자축만 할 때는 아니다.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며칠 전 선저우 13호를 쏘아올린 중국은 물론 일본도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인 ‘류구’의 토양 시료를 지구로 가져올 정도로 까마득히 앞서 달린다. 내년 5월 성능 검증 위성을 실제로 탑재한 발사 일정은 물론 이후 2027년까지 총 네 번에 걸쳐 반복 발사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이를 성공시켜야 기술적으로 안정된 로켓으로 인정받는다. 2.8t 인공위성까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시간표도 이미 짜여 있다.
내년 10월까지 12년에 걸쳐 누리호 개발에 총 1조957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한국의 우주산업 역량과 예산·인력은 우주 강국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 그런 만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가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우주 4강국’이 목표라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직을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맡아야 한다. 이미 일본은 총리가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이 얼마 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인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의 우주개발을 앞으로 민간이 주체가 되는 ‘뉴 스페이스’로 바꾼다는 비전도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우주의 꿈’은 미래산업의 총체적 역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우주산업 자체가 호흡이 긴 분야이고, 리스크도 크다. 수없는 고난과 실패 앞에 오히려 차분하게 박수 보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뒤에야 ‘누리호 키즈’들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고, 이들이 일궈갈 우주 강국의 꿈이 열매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