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에 연동하는 일본 상장사가 늘고 있다.

日, ESG 성과 나쁜 임원은 보너스 못받는다
21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토마츠그룹이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유가증권 보고서 제출 기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상장사의 24%가 임원 보수에 ESG 경영 성과를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성과를 연말 보너스 같은 단기형 보수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 중장기형 보수 한 가지 형태로만 반영한 기업은 각각 15%였다.

일본 2위 제약회사 다이이치산쿄는 중장기 실적에 따라 임원에게 주는 주식을 산정할 때 다우존스 같은 대표 ESG지수의 움직임을 10%가량 적용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는 임원의 성과 연동형 보수를 결정할 때 환경부담 경감, 종업원 만족도 등 ESG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히타치제작소는 내년부터 임원의 담당 분야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실적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닛산자동차는 임원의 연말 보너스 지급 기준에 종업원 만족도 지수를 포함시켰다.

유럽과 미국 기업은 일본 기업보다 더욱 적극적이다. 영국은 100대 기업의 66%가 단기형 보수에 ESG 실적을 반영한다. 미국 기업의 반영률도 52%에 달한다.

영국 로열더치셸은 2019년부터 ESG 경영 성과를 임원 보수에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임원에게 지급하는 스톡옵션을 평가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 환경 분야 성과를 20% 반영하기로 했다. 종전 비중은 10%였다.

미국 애플도 올해부터 임원 보수 설계 구조를 바꿨다. 재활용 소재 사용량을 늘리고,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는 임원은 그렇지 못한 임원보다 연말 현금 보너스를 20% 더 받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일수록 중장기 기업가치 전망도 밝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ESG 성과를 높이는 게 경영진의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임원 보수 체계 개편이 ESG 경영에 적극적인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ESG 평가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임원 보수를 ESG 경영 성과에 연동시킨 일본 기업 가운데 평가 기준과 반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기업은 45%에 불과했다.

딜로이트토마츠그룹 관계자는 “기업들이 측정 가능한 지표를 명시하고 임원 보수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