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무대를 빛내는 사람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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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의 Behind The Scene: 극작가 윤미현씨]
처음~끝을 조율하는 '무대위의 지휘자'
배우들 말투,표정 교정도 극작가의 몫
벽산희곡상, 동아역극상,두산 연강예술상 등 수상
처음~끝을 조율하는 '무대위의 지휘자'
배우들 말투,표정 교정도 극작가의 몫
벽산희곡상, 동아역극상,두산 연강예술상 등 수상
연극이라는 예술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이루고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지도 수년이 흘렀다. 사람들이 이토록 연극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극만이 주는 현장성과 스토리라인에 감동받기 때문이다.
장면 전환이 자유로운 영화와는 다르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극의 전개를 펼치기 위해서는 배우와 소품, 조명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는 것이 바로 극작가다. 그들은 무대 위에는 오르지 않지만,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간다. 각 배우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같은 인물이더라도 말투나 표정 등을 교정해 주는 것도 극작가의 몫이다. 여러 번 본 연극의 등장인물이 예전과는 사람인 것 같다 느끼는 것 또한 극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며 이는 현장성을 살릴 뿐만 아니라 연극 속 등장인물들이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인 것만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극작가가 연출해 놓은 여러 장치들 덕분에 관객들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괴리감을 잊고 비로소 극에 동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극작가는 연극의 연출을 포함한 극의 분위기, 배우 캐스팅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없어선 안 될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향유하며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몰입의 힘은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극작가의 손에 달려있는데, ‘만선’, ‘텍사스 고모’,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등을 집필하고 <벽산 희곡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두산 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압도적인 주목을 받아온 윤미현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극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윤미현이라고 한다. 극작을 집필하고 있고 소설로도 등단한 바 있다. 현재는 두산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바바리맨-킬라이크아이두’를 준비하고 있다."
▷극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는가?
"본래 꿈꾸던 것은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사실, 단 한 번도 극작가가 되는 것을 꿈꾼 적 없다.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배경에는 문학이 있었다. 김사인 교수(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님께 배운 문학이 내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다."
▷극작가라는 직업의 장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종이가 아닌 무대에서 글이 재현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통해 글을 전달하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극작을 할 때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단점은 ‘없다.’ 공연이 끝났다 하더라도, 작품만은 곁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필 극은 무엇인가?
"신춘문예 단막극제가 끝나면, 신춘문예에 당선된 극작가들에게 장막극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그때 썼던 작품이 <텃밭 킬러>다. 본래 썼던 미발표 소설을 희곡으로 만든 작품으로, 극에서 끝나지 않고 오페라 공연까지 이어진 작품이다. 소설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시기에 <텃밭 킬러>가 공연됐고, 희곡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극작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표면적인 글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극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글을 쓰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글을 쓴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사람을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서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마음공부’라는 것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남의 감정이나 일상을 가져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일생일 수 있는 부분인데 짧은 마음과 지식으로 가져온다면 탈이 날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우리 삶의 한 부분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일반 산문과 극작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희곡의 대사는 죽어있는 말이 없다. 정제된 소설과는 다르게 실제 사람이 하는 말이니 정리되지 않고 때로는 거칠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말이니 동시대성도 갖는다. 지문과 같은 경우는 무대를 지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보통의 희곡은 인물의 대사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글을 작성한다는 말에 대한 생각은?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적극 공감한다. ‘뿌듯하다’라는 포괄적인 감정보다는 연극을 위해 고생하시는 배우분들을 보며 숭고하면서도 예술적인 순간을 느낀다."
▷극작가 지망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어쩌면 본인이 꿈꾸던 공연이라는 게 막상 와서 보면 꿈꿨던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공연은 굉장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예술은 어떤 것을 하더라도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도전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고 생각한다. 항상 타인의 삶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꾸준히 글을 써라. 언젠가는 세상이 당신의 글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다."
고기정(한국경제 JOB아라 기자단 2기/동덕여자대학교 2학년)
장면 전환이 자유로운 영화와는 다르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극의 전개를 펼치기 위해서는 배우와 소품, 조명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는 것이 바로 극작가다. 그들은 무대 위에는 오르지 않지만,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간다. 각 배우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같은 인물이더라도 말투나 표정 등을 교정해 주는 것도 극작가의 몫이다. 여러 번 본 연극의 등장인물이 예전과는 사람인 것 같다 느끼는 것 또한 극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며 이는 현장성을 살릴 뿐만 아니라 연극 속 등장인물들이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인 것만 같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극작가가 연출해 놓은 여러 장치들 덕분에 관객들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괴리감을 잊고 비로소 극에 동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극작가는 연극의 연출을 포함한 극의 분위기, 배우 캐스팅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는, 없어선 안 될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향유하며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몰입의 힘은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극작가의 손에 달려있는데, ‘만선’, ‘텍사스 고모’,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등을 집필하고 <벽산 희곡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두산 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의 압도적인 주목을 받아온 윤미현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극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윤미현이라고 한다. 극작을 집필하고 있고 소설로도 등단한 바 있다. 현재는 두산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바바리맨-킬라이크아이두’를 준비하고 있다."
▷극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는가?
"본래 꿈꾸던 것은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사실, 단 한 번도 극작가가 되는 것을 꿈꾼 적 없다.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배경에는 문학이 있었다. 김사인 교수(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님께 배운 문학이 내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다."
▷극작가라는 직업의 장단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종이가 아닌 무대에서 글이 재현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통해 글을 전달하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극작을 할 때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단점은 ‘없다.’ 공연이 끝났다 하더라도, 작품만은 곁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필 극은 무엇인가?
"신춘문예 단막극제가 끝나면, 신춘문예에 당선된 극작가들에게 장막극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그때 썼던 작품이 <텃밭 킬러>다. 본래 썼던 미발표 소설을 희곡으로 만든 작품으로, 극에서 끝나지 않고 오페라 공연까지 이어진 작품이다. 소설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시기에 <텃밭 킬러>가 공연됐고, 희곡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극작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표면적인 글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극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글을 쓰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글을 쓴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사람을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서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것이다.
‘마음공부’라는 것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남의 감정이나 일상을 가져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일생일 수 있는 부분인데 짧은 마음과 지식으로 가져온다면 탈이 날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우리 삶의 한 부분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일반 산문과 극작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희곡의 대사는 죽어있는 말이 없다. 정제된 소설과는 다르게 실제 사람이 하는 말이니 정리되지 않고 때로는 거칠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말이니 동시대성도 갖는다. 지문과 같은 경우는 무대를 지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보통의 희곡은 인물의 대사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글을 작성한다는 말에 대한 생각은?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적극 공감한다. ‘뿌듯하다’라는 포괄적인 감정보다는 연극을 위해 고생하시는 배우분들을 보며 숭고하면서도 예술적인 순간을 느낀다."
▷극작가 지망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어쩌면 본인이 꿈꾸던 공연이라는 게 막상 와서 보면 꿈꿨던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공연은 굉장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예술은 어떤 것을 하더라도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도전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고 생각한다. 항상 타인의 삶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꾸준히 글을 써라. 언젠가는 세상이 당신의 글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다."
고기정(한국경제 JOB아라 기자단 2기/동덕여자대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