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면 다 정규직 시켜주나"…건보공단 MZ직원들 "역차별" 반발
“정규직이 되고자 묵묵히 준비하며 실력을 쌓아온 노력을 비웃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납니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원을 사실상 공단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공기업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의 날선 반응이 쏟아졌다.

“자소서(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온갖 활동을 다했는데…”라는 허탈감과 “떼 쓰면 다 해주는 것인가”라는 분노도 쏟아졌다.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국공 사태’는 공사가 지난해 6월 1900여 명의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자 공사 직원과 취준생들이 집단 반발한 것을 말한다. 한 취준생은 “인국공 사태 이후 정규직 채용이 크게 줄었다”며 “건보공단 입사는 이제 끝났다”고 했다.

취준생들 “제2의 인국공 사태”

"떼쓰면 다 정규직 시켜주나"…건보공단 MZ직원들 "역차별" 반발
건보공단 직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소속기관으로 구분된다고는 하나 사실상 공단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며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직원의 임금 동결이 불보듯 뻔하다”고 했다.

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불공정한 정규직화로 인해 노력을 통해 취업했거나,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콜센터 상담원의 직접고용이 사회 공정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세금과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건보공단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부담을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민간 회사의 정규직이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젊은 직원들 위주로 구성된 ‘공정가치연대’는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 역에서 콜센터 상담원의 직고용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9월 해당 광고가 부적절하다며 한 차례 반려했지만 최근 광고 게재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콜센터 노조의 직접고용 요구는 지난 2월부터 본격화했다. 콜센터 노조는 25일간 총파업을 통해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5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하지 못하자 6월 10일 2차 총파업을 단행했다. 건보공단 기존 직원들이 직접고용 반대를 위한 1인시위로 맞불을 놓으며 갈등이 격화되자 당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가기도 했다.

건보공단 “채용절차 거칠 것”

건보공단은 이날 소속기관 설립에 관한 문답자료에서 이 같은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소속기관은 별도의 조직으로 관리·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이나 취업준비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입장이다.

건보공단은 “소속기관의 예산은 현재 상담원 정원과 도급비 범위 내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직원의 처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불공정한 채용 방식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성될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에서 시험 등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기회 박탈과 관련해선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고용전환 내용이 이미 들어가 있어 취업준비생의 정규직 입사 기회가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건보공단이 소속기관을 설립해 콜센터 상담원을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실제 전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설치된 비정규직 전환 태스크포스에 해당 내용을 보고한 뒤 노사정 협의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게 된다. 소속기관 전환 형태를 선택했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정원을 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도 거쳐야 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