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부터 3단까지 모든 기술을 국산화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위성 궤도 안착에 실패하면서 다음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내년 5월 누리호 발사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후속 발사를 거쳐 누리호 성능을 안정시킨 뒤 추력을 더 높인 ‘개량형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할 방침이다.

내년 5월 이후 후속발사는 2024, 2026, 2027년 등 총 세 번이다. 최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확정됐다. 이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에는 총사업비 6873억원을 투입한다.

모사위성을 탑재한 이번과 달리 내년 5월 2차 발사 땐 1.5t급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린다. 3차, 4차 발사 땐 차세대 중형위성 등을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1단 엔진 추력(75t)은 82t으로 높여 2.8t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게 개발한다. 다수의 위성을 탑재하고 일정 궤도에서 순차적으로 내보내는 다중탑재, 다중분리 기술도 이 과정에서 확보한다. 이후 고체 로켓을 보강한 ‘개량형 누리호’를 2029년, 2030년 두 차례 발사해 2030년까지 830㎏짜리 달 탐사선을 발사할 성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달 탐사선 발사는 약 38만㎞를 날아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누리호가 700㎞ 넘는 정상비행에 성공함으로써 발사체 연구개발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액체 로켓 기술을 확보한 만큼 액체와 고체 킥모터(부스터)를 결합한 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액체 엔진 클러스터링 개수를 늘리고 부스터를 달면 추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지난 5월 고체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묶어놨던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되면서 사거리 제한 없는 고체 로켓 개발도 가능해졌다. 로켓이 수직으로 발사돼 우주로 날아가면 우주발사체가 되지만, 각도가 기울어져 지면으로 떨어지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된다. 우주발사체와 ICBM의 뿌리는 같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