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처럼 새롭게 개발된 발사체의 첫 비행시험은 완벽히 준비해도 국내외 전례상 실패가 흔하다. 성패에 연연하기보다 실패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발사체 첫 모델의 성공률은 20~30%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 기술 선진국으로 범위를 좁혀봐도 초기 발사 성공률은 40% 정도다.

첫 번째 발사 시도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전문기업 스페이스X의 초기 비행체 ‘팰컨1(Falcon1)’이다. 팰컨1은 다섯 번 발사 시도 중 세 번이 실패였다. 첫 번째 발사한 건 25초 만에 추락했고, 1년 뒤 쏜 두 번째 발사체는 저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세 번째 발사 역시 분리된 1단 로켓이 날아가야 할 2단 로켓과 충돌하며 실패했다.

우주 기술 선진국으로 꼽히는 국가들도 발사체 첫 모델은 수차례 발사에 실패했다. 미국 우주 계획 초기 사용된 ‘아틀라스’ 발사체는 여덟 차례의 발사 시도 중 다섯 번을 실패했다. 중국의 최초 자력 발사 인공위성인 ‘창정 1호’도 첫 발사 때 비행 69초 만에 추락한 끝에 이듬해 위성을 궤도에 올려놨다. 이 외에도 우크라이나 ‘치클론’ 발사체, 프랑스 ‘디아망’ 발사체, 러시아 ‘프로톤’ 발사체 등이 페어링(위성덮개) 분리 실패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합작한 우리 정부의 나로호 역시 두 차례 발사 실패 후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는 비행시험이었기 때문에 성패 여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독자 기술로 누리호를 개발하며 축적한 경험에 의의를 두겠다는 설명이다. 항우연은 이를 토대로 앞으로 완성도 높은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현재 약 99%의 발사 성공률을 자랑하는 스페이스X도 첫 발사체의 세 차례 발사 실패를 겪은 뒤 얻은 결과물이다. 당시 스페이스X는 실패를 발판 삼아 기술과 성능 개선에 집중하는 한편 개발에 참여했던 직원들을 크게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