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산업 최전방 기업…수혜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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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탄소제로화 사업이 호평받고 있다. 주가는 올해 90% 넘게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그린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을 내놓고 탄소 중립 관련 17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한경ESG] ESG 핫 종목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올해 90% 넘게 올랐다. 최근 6개월간 상승률은 63%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속한 건설업종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KRX 건설지수 상승률이 20%대임을 고려하면 건설주인 삼성엔지니어링으로서는 이례적 흐름이다. 업종을 뛰어넘는 주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삼성엔지니어링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탄소제로화 사업이 시장에서 호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까지 관련 EPC(설계·조달·시공) 수주 기대가 커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멀게만 느껴지던 건설주가 ESG에 가장 가까운 친환경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친환경 EPC 기업으로 도약
수소 산업은 한국의 주요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는 친환경 사업이다. ESG 트렌드에도 부합하고, 시장 전망도 밝다. 삼성, SK, 한화, 현대, 롯데 등 주요 그룹 중 수소에 사활을 걸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수혜 시기의 차이다. 수소 밸류체인에 따라 실제 수혜를 입는 업종의 시간 차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소 인프라는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은 수소 유통이다. 수소를 활용한 모빌리티 등은 그다음 순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을 둘러싸고 주가 재평가가 이뤄진 결정적 이유다. 수소 산업의 최전방에서 실질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 세계 플랜트 시장에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EPC(설계·구매·시공) 전문 기업이다. 정유·화학·반도체 등 기존 산업 관련 설비를 주로 건설해왔다. 수처리·바이오 관련 수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화공 플랜트와 비화공 플랜트 부문이 각각 절반 수준의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화공 플랜트는 석유·가스 탐사, 생산, 운반설비와 관련된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비화공 플랜트는 산업, 환경, 발전 플랜트 사업을 맡는다. 이 중 환경 플랜트 사업은 수처리시설, 쓰레기 소각시설 등을 포함한다. 전력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전력 플랜트도 포함돼 있다. 전체적으로는 해외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 66% 정도다. 정유시설 수주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그동안 원유 가격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곤 했다.
두 부문 모두 에너지 가격이나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구조적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동안 주가가 수주 상황에 따라 움직일 뿐 큰 폭의 재평가가 이뤄지진 못했던 이유다. ESG 트렌드에도 부적합했다.
하지만 판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그린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을 내놨다.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포집, 수소 등에 투자하고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총 17건의 탄소중립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롯데케미칼, 베이커 휴즈 등과 협업을 늘려가겠다는 내용도 내놨다. 다른 기업의 수소 청사진과 달리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됐다. 2025년 기준 EPC 규모로 110억 달러의 파이프라인을 제시했다. 대규모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하는 그린암모니아 협의체에 EPC 중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내후년부터 수소 수혜 가시화
내년부터 수혜는 가시화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탄소제로 관련 17개 프로젝트 중 6개는 사전 논의를 거쳐 기본설계 전 단계(FEL)다. 나머지 11개는 발주처와 사전 논의 단계에 있다. 순차적으로 FEL 진입이 이뤄진다. 17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5개다. 110억 달러 중 약 80%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근 발표한 말레이시아 사라왁 그린암모니아 및 수소 생산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시장에선 이 프로젝트가 이르면 내년에 EPC로 전환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수소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뜻이다.
주가는 기대를 선반영한다. 내년도부터 수소 관련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반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수소 관련 프로젝트의 EPC 전환 소식이 연속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삼성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경쟁사 평균 밸류에이션에 20% 프리미엄을 적용한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는 탄소포집(CCUS)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고 저장하는 전반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들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기술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소포집, 친환경 플라스틱, 에너지 최적화 등 순수 EPC업체로서 다양한 신재생 성장 포인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급등 따른 주가 부담은
단기 급등에 따른 주가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1년 전 삼성엔지니어링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였다. 최근엔 13배로 높아졌다. 글로벌 EPC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순 플랜트업체가 아닌 수소 관련 밸류체인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목표 주가 평균도 1만5100원에서 3만700원으로 2배 뛰었다. 가장 높은 목표 주가는 3만5000원(KTB투자증권)이다. 22일 종가(2만5600원)보다 37% 높다.
하지만 2차전지주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차전지주는 실적 성장이 뒤따르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다. 주요 소재주의 12개월 선행 PER이 60~70배까지 뛰었다. 수년 전만 해도 모두 20배가 안 되던 종목이다. 신성장산업이 개화하면서 본격적인 주가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수소탱크를 생산하는 일진하이솔루스를 통해 수소 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엿볼 수 있다. 일진하이솔루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80배에 달한다. 현재 13배 수준인 삼성엔지니어링의 PER이 어디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을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 등 신사업을 그동안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만큼 향후에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 주가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삼성엔지니어링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탄소제로화 사업이 시장에서 호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까지 관련 EPC(설계·조달·시공) 수주 기대가 커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멀게만 느껴지던 건설주가 ESG에 가장 가까운 친환경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친환경 EPC 기업으로 도약
수소 산업은 한국의 주요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는 친환경 사업이다. ESG 트렌드에도 부합하고, 시장 전망도 밝다. 삼성, SK, 한화, 현대, 롯데 등 주요 그룹 중 수소에 사활을 걸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수혜 시기의 차이다. 수소 밸류체인에 따라 실제 수혜를 입는 업종의 시간 차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소 인프라는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은 수소 유통이다. 수소를 활용한 모빌리티 등은 그다음 순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을 둘러싸고 주가 재평가가 이뤄진 결정적 이유다. 수소 산업의 최전방에서 실질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 세계 플랜트 시장에서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EPC(설계·구매·시공) 전문 기업이다. 정유·화학·반도체 등 기존 산업 관련 설비를 주로 건설해왔다. 수처리·바이오 관련 수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화공 플랜트와 비화공 플랜트 부문이 각각 절반 수준의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화공 플랜트는 석유·가스 탐사, 생산, 운반설비와 관련된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비화공 플랜트는 산업, 환경, 발전 플랜트 사업을 맡는다. 이 중 환경 플랜트 사업은 수처리시설, 쓰레기 소각시설 등을 포함한다. 전력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전력 플랜트도 포함돼 있다. 전체적으로는 해외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 66% 정도다. 정유시설 수주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그동안 원유 가격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곤 했다.
두 부문 모두 에너지 가격이나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구조적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동안 주가가 수주 상황에 따라 움직일 뿐 큰 폭의 재평가가 이뤄지진 못했던 이유다. ESG 트렌드에도 부적합했다.
하지만 판이 달라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그린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을 내놨다.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포집, 수소 등에 투자하고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총 17건의 탄소중립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롯데케미칼, 베이커 휴즈 등과 협업을 늘려가겠다는 내용도 내놨다. 다른 기업의 수소 청사진과 달리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됐다. 2025년 기준 EPC 규모로 110억 달러의 파이프라인을 제시했다. 대규모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하는 그린암모니아 협의체에 EPC 중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내후년부터 수소 수혜 가시화
내년부터 수혜는 가시화할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탄소제로 관련 17개 프로젝트 중 6개는 사전 논의를 거쳐 기본설계 전 단계(FEL)다. 나머지 11개는 발주처와 사전 논의 단계에 있다. 순차적으로 FEL 진입이 이뤄진다. 17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5개다. 110억 달러 중 약 80%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근 발표한 말레이시아 사라왁 그린암모니아 및 수소 생산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시장에선 이 프로젝트가 이르면 내년에 EPC로 전환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수소 관련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뜻이다.
주가는 기대를 선반영한다. 내년도부터 수소 관련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반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수소 관련 프로젝트의 EPC 전환 소식이 연속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삼성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경쟁사 평균 밸류에이션에 20% 프리미엄을 적용한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는 탄소포집(CCUS)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고 저장하는 전반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들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기술적으로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소포집, 친환경 플라스틱, 에너지 최적화 등 순수 EPC업체로서 다양한 신재생 성장 포인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급등 따른 주가 부담은
단기 급등에 따른 주가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1년 전 삼성엔지니어링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였다. 최근엔 13배로 높아졌다. 글로벌 EPC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순 플랜트업체가 아닌 수소 관련 밸류체인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목표 주가 평균도 1만5100원에서 3만700원으로 2배 뛰었다. 가장 높은 목표 주가는 3만5000원(KTB투자증권)이다. 22일 종가(2만5600원)보다 37% 높다.
하지만 2차전지주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차전지주는 실적 성장이 뒤따르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다. 주요 소재주의 12개월 선행 PER이 60~70배까지 뛰었다. 수년 전만 해도 모두 20배가 안 되던 종목이다. 신성장산업이 개화하면서 본격적인 주가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수소탱크를 생산하는 일진하이솔루스를 통해 수소 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엿볼 수 있다. 일진하이솔루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80배에 달한다. 현재 13배 수준인 삼성엔지니어링의 PER이 어디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을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 등 신사업을 그동안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만큼 향후에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 주가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