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아이콘에서 대선배로
"다행히 선생님이라 부르는 사람 없어"
드라마 '해바라기'와 '햇빛속으로', '황태자의 첫사랑'을 비롯해 영화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까지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청춘의 표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청춘 드라마'를 내세웠던 KBS 2TV '경찰수업'에서 차태현은 한걸음 물러나 풋풋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을 자처했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며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26년. 그렇지만 여전히 싱그러운 청량한 미소를 간직한 차태현은 "애써 '청춘'이라고 어필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젠 몸도 힘들고, '맛이 갔다'는 걸 많이 느낀다"면서 유쾌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수업'은 온몸을 다 바쳐 범인을 때려잡는 형사와 똑똑한 머리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해커 출신 학생이 경찰대에서 교수와 제자의 신분으로 만나 펼치는 공조 수사기를 담은 작품. 차태현이 연기하는 유동만은 불법 도박 조직을 쫓다 약혼녀를 잃고, 모든 열정을 범죄자 검거에 쏟는 인물이다.
까칠한 말투지만 세심하게 주변을 살피고, 후배와 제자들을 챙기는 유동만의 모습은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하게 이어가는 의리파로 유명한 차태현과도 닮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진지한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까지 차태현은 높은 싱크로율로 유동만을 선보였다. 어느덧 진영, 정수정, 이달, 유영재 등 학생 역할로 나오는 배우들은 물론 송진우, 서예화 등 경찰, 경찰대 관계자들보다 선배가 된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은 "현장에서 어떤 선배였냐"는 질문에 "아내가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그랬다"고 웃으며 "최대한 어렵지 않은 선배가 됐으면 좋겠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선배가 됐길 바랐는데 잘 됐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드라마는 신입생 또래끼리 어떻게 잘 친하게 지내느냐가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그들이 친한 게 잘 보여지는 게 중요했죠. 그런데 정말 잘 지내더라고요. 또 개개인으로도 정말 훌륭한 배우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하게 될 친구들이에요. 앞으로 세대교체가 많이될 텐데 그 중심이 될 거 같습니다."
촬영장에서 역할도 달라졌지만 교수 캐릭터를 맡은 것도 '경찰수업'이 처음이었다. 유동만의 성향 자체가 닳은 부분이 있더라도 직업적으로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차태현은 고민했다고. 특히 익숙하지 않은 수사학 용어나 강의 등을 준비하는 건 차태현에게도 낯선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범인을 때려잡는 액션은 물론 첫 회부터 노출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차태현은 "액션은 몸이 좋지 않아 너무 힘든데, 하고 나면 저도 모르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며 "저도 이런데 장혁이나 이런 애들이 액션을 하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동료 배우들을 치켜세웠다.
또 노출에 대해선 "부담은 없다"면서도 "좋지 않은 몸을 쓰는 건 이유가 있으니까 하긴 하는데, 시청자들이 양해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폭소케 했다. '경찰수업'을 마무리한 후 차태현은 차기작으로 디즈니플러스 '무빙'과 JTBC 예능프로그램 '다수의 수다'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KBS 2TV '1박2일' 시즌2와 시즌3를 이끌고, tvN '거기가 어딘데?', '서울촌놈', '어쩌다 사장'과 MBN '전국방방쿡쿡'까지 예능에서도 맹활약을 이어온 차태현이 또 다시 새로운 예능프로그램과 연기를 병행하게 된 것.
하지만 새로운 작품에도 '로맨스'는 없다. 이전과 같은 청춘 로맨스는 아니더라도 결혼 후 멜로와 벽을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은 "결혼 후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진 거 같다"며 "왜 인지 모르겠지만, 로맨스에 그다지 끌리지 않고, 저에게 제안이 오지도 않는다"며 웃었다.
"집에 있을 때 트로피를 보니 꽤 여러 개가 이것저것 많더라고요. 이것저것 많이 해서 그런지.(웃음) 데뷔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체력이 그만큼 안 될 뿐이지. '지금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할 수 있냐'고 한다면 '못한다'고 할 만큼 했기에 후회는 없어요. 그래도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예전에 데뷔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