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모델을 가졌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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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 스티커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직원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 분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경영자다.
안타까워라, 하지만 그런 분은 드문 것 같다. 외려 저런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듯하다.
본받고 싶은 경영자도, 절대로 닮고 싶지 않은 경영자도, 전적으로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
정치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혀를 끌끌 차며 질타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있다.
가정에서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국제사면위원회의 ‘어린 인권운동가’ 시리즈 광고(2015)에서는 위인들을 소환해 영국과 벨기에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61년에 설립된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국가 권력에 의해 투옥되거나 구금된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한 국제적 조직이다.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미래의 인권 활동가를 모집하기 위해 학생 사진 공모전을 실시했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같은 위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를 보면 비주얼만 다르고 카피는 같다. 헤드라인은 이렇다. “모든 위대한 인권 운동가들도 한때는 어렸었다.”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고딕체를 써서 헤드라인을 부각시켰다. 헤드라인을 박스 안에 넣었지만 바로 아래에 다시 박스를 만들어 보디카피를 넣었다.
“반 친구들과 ‘눈의 권리(rights in the eye)’ 사진 공모전에 참여해 국제사면위원회가 인권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국제사면위원회의 사진 공모전에 참여해 눈으로 확인한 인권 문제를 사진에 담아 출품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린 간디’ 편에서는 생전의 마하트마 간디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지닌 어린이가 등장했다. 하얀 옷을 입은 채 빡빡 머리를 깎고 안경 쓴 모습이 영락없는 간디 같다.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자세도 자못 흥미롭다. 착해 보이는 눈망울이지만 눈매가 초롱초롱한 걸 보니 인권 침해를 당하면 절대 참지 않고 문제를 제기할 것 같다.
늙은 간디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다시 영특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인도 민족운동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비폭력 운동을 전개해 영국으로부터 인도의 독립을 주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목도한 뒤, 1894년에 ‘나탈인도국민회의’를 창설하고 인도인의 단결을 촉구했다.
1947년에 인도가 독립하자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갈등을 중재하려고 노력하다 1948년에 힌두교의 급진주의 무장단체에 의해 암살당했다. ‘어린 루터 킹’ 편을 보면 웅변을 하고 있는 흑인 소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린이답지 않게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이다.
어른들이 선호하는 짙은 군청색의 정장이 소년에게도 잘 어울린다. 오른쪽 가슴에는 킹 목사의 상징이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달았다.
왼손을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들어 올리고 정면을 응시하는 자세가 단호해 보인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상징인 킹 목사를 연상시킨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은 침례교 목사로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50-60년대의 미국에서 흑인의 비폭력 인권운동을 주도했다.
1963년에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세기의 연설을 했다. 196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68년에 극우파 백인 제임스 얼 레이의 총에 맞아 향년 39세로 사망했다. 1986년에 미국 의회는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눈의 생김새가 같다는 점에서 눈은 평등을 의미한다. 공모전 제목에는 누구나 평등한 눈이기에 눈의 권리도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출품작은 인권 문제를 나타내며 가능하다면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무시되었는지 설명해야 했다. 인권 사진 공모전을 준비할 학생들에게 간디와 루터 킹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롤 모델이었을 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광고회사 에어(Air)의 광고 창작자들은 간디나 킹 목사의 실제 사진을 쓰지 않고, 이미지가 비슷한 어린이 모델을 써서 위대한 인권 운동가들을 롤 모델로 연상하도록 했다.
바로 이 점에 광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어린이 모델이 위인들의 몸짓과 옷차림을 따라하게 함으로써 학생 사진 공모전과 연결시켰다. 유명한 대중 스타들을 어린이들이 따라하는 습관이 있다는 점에서 꽤 설득력 있는 접근 방법이었다.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롤 모델(Role Model)이다. 롤 모델이란 업무 현장이나 일상생활은 물론 인생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이다. 요즘의 멘토란 말은 롤 모델의 하위 개념이다.
멘토의 어원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조언자 이름에서 유래했다. 트로이전쟁에 출전하게 된 오디세우스는 친구인 멘토에게 아들 교육을 맡긴다.
멘토는 10여년 지속된 전쟁 내내 선생님이자 조언자로서 친구의 아들을 보살폈다. 그 후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의 뜻으로 멘토란 말이 쓰이게 됐다. 멘토와 멘티 관계도 결국 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롤 모델이 되는 사람도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이지만, 롤 모델을 가진 사람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인생이다.
로댕은 자신보다 400여년 먼저 태어난 미켈란젤로를 예술적 멘토로 삼아 자신의 예술 세계를 성장시켜나갔다.
역사에서든, 생활에서든, 경영 현장에서든, 정치판에서든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삶을 사는 것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억지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 있지 않을까?
롤 모델로 삼을만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인생도 달라지리라.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롤 모델이 없는 사람이다.
모방은 나쁘다고들 하지만 좋은 모방도 있다. 광고에서 어린이 모델이 위인의 몸짓과 옷차림을 따라한 것은 인권 운동가의 삶을 예행 연습하는 좋은 모방이었다.
자신이 롤 모델이 되려면 자신도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을 가져야 한다. 당신은 자신의 롤 모델을 가졌는지요?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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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워라, 하지만 그런 분은 드문 것 같다. 외려 저런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생각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듯하다.
본받고 싶은 경영자도, 절대로 닮고 싶지 않은 경영자도, 전적으로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
정치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존경받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혀를 끌끌 차며 질타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있다.
가정에서 자식과 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국제사면위원회의 ‘어린 인권운동가’ 시리즈 광고(2015)에서는 위인들을 소환해 영국과 벨기에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61년에 설립된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국가 권력에 의해 투옥되거나 구금된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한 국제적 조직이다.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미래의 인권 활동가를 모집하기 위해 학생 사진 공모전을 실시했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같은 위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광고를 보면 비주얼만 다르고 카피는 같다. 헤드라인은 이렇다. “모든 위대한 인권 운동가들도 한때는 어렸었다.”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고딕체를 써서 헤드라인을 부각시켰다. 헤드라인을 박스 안에 넣었지만 바로 아래에 다시 박스를 만들어 보디카피를 넣었다.
“반 친구들과 ‘눈의 권리(rights in the eye)’ 사진 공모전에 참여해 국제사면위원회가 인권을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국제사면위원회의 사진 공모전에 참여해 눈으로 확인한 인권 문제를 사진에 담아 출품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어린 간디’ 편에서는 생전의 마하트마 간디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지닌 어린이가 등장했다. 하얀 옷을 입은 채 빡빡 머리를 깎고 안경 쓴 모습이 영락없는 간디 같다.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자세도 자못 흥미롭다. 착해 보이는 눈망울이지만 눈매가 초롱초롱한 걸 보니 인권 침해를 당하면 절대 참지 않고 문제를 제기할 것 같다.
늙은 간디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다시 영특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인도 민족운동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비폭력 운동을 전개해 영국으로부터 인도의 독립을 주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목도한 뒤, 1894년에 ‘나탈인도국민회의’를 창설하고 인도인의 단결을 촉구했다.
1947년에 인도가 독립하자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갈등을 중재하려고 노력하다 1948년에 힌두교의 급진주의 무장단체에 의해 암살당했다. ‘어린 루터 킹’ 편을 보면 웅변을 하고 있는 흑인 소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린이답지 않게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이다.
어른들이 선호하는 짙은 군청색의 정장이 소년에게도 잘 어울린다. 오른쪽 가슴에는 킹 목사의 상징이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달았다.
왼손을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들어 올리고 정면을 응시하는 자세가 단호해 보인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상징인 킹 목사를 연상시킨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은 침례교 목사로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50-60년대의 미국에서 흑인의 비폭력 인권운동을 주도했다.
1963년에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세기의 연설을 했다. 196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68년에 극우파 백인 제임스 얼 레이의 총에 맞아 향년 39세로 사망했다. 1986년에 미국 의회는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눈의 생김새가 같다는 점에서 눈은 평등을 의미한다. 공모전 제목에는 누구나 평등한 눈이기에 눈의 권리도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출품작은 인권 문제를 나타내며 가능하다면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무시되었는지 설명해야 했다. 인권 사진 공모전을 준비할 학생들에게 간디와 루터 킹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롤 모델이었을 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광고회사 에어(Air)의 광고 창작자들은 간디나 킹 목사의 실제 사진을 쓰지 않고, 이미지가 비슷한 어린이 모델을 써서 위대한 인권 운동가들을 롤 모델로 연상하도록 했다.
바로 이 점에 광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어린이 모델이 위인들의 몸짓과 옷차림을 따라하게 함으로써 학생 사진 공모전과 연결시켰다. 유명한 대중 스타들을 어린이들이 따라하는 습관이 있다는 점에서 꽤 설득력 있는 접근 방법이었다.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롤 모델(Role Model)이다. 롤 모델이란 업무 현장이나 일상생활은 물론 인생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이다. 요즘의 멘토란 말은 롤 모델의 하위 개념이다.
멘토의 어원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조언자 이름에서 유래했다. 트로이전쟁에 출전하게 된 오디세우스는 친구인 멘토에게 아들 교육을 맡긴다.
멘토는 10여년 지속된 전쟁 내내 선생님이자 조언자로서 친구의 아들을 보살폈다. 그 후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의 뜻으로 멘토란 말이 쓰이게 됐다. 멘토와 멘티 관계도 결국 롤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롤 모델이 되는 사람도 어느 정도 성공한 인생이지만, 롤 모델을 가진 사람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인생이다.
로댕은 자신보다 400여년 먼저 태어난 미켈란젤로를 예술적 멘토로 삼아 자신의 예술 세계를 성장시켜나갔다.
역사에서든, 생활에서든, 경영 현장에서든, 정치판에서든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삶을 사는 것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억지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 있지 않을까?
롤 모델로 삼을만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인생도 달라지리라.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롤 모델이 없는 사람이다.
모방은 나쁘다고들 하지만 좋은 모방도 있다. 광고에서 어린이 모델이 위인의 몸짓과 옷차림을 따라한 것은 인권 운동가의 삶을 예행 연습하는 좋은 모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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