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에서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7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 지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부스터샷(추가 접종) 도입 속도가 빠른 이스라엘의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도 방역조치 강도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분석이다.

22일 영국 보건당국은 21일 신규 확진자가 5만2009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을 모두 합친 것보다 세 배나 많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영국 BBC는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0~19세에서 감염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의료계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재택근무를 권장해야 한다는 이른바 ‘플랜B’ 조치다.

영국 정부는 아직 방역 강화 기조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확진자가) 많기는 하지만 예상 범위 안”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12~15세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나섰다. 50세 이상에는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지난 18일 벨기에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6500여 명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벨기에는 이달 초 코로나19 패스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네덜란드에서도 12~19일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44% 늘었다.

재봉쇄 카드를 꺼내든 나라도 있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이다. 러시아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3만6000명을 넘어섰다. 라트비아는 다음달 15일까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라트비아는 인구에서 신규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최근 2주 동안 라트비아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는 1406명이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상황은 낫다.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3000명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엄격한 백신 패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거리두기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하루 신규 확진자도 최근 5000명 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루 확진자가 1000명 안팎이다. 중증 환자는 4차 유행이 최고조로 이르렀을 때보다 절반으로 감소했다.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을 시행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