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정인설 워싱턴 특파원입니다. '한경 글로벌마켓' 유투브를 통해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간평가인 주지사 선거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11월2일이 바이든 심판일

미국에서 11월은 선거의 달입니다. 매년 11월마다 선거가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대선이 있었고 내년 11월이면 상하원 의원을 뽑는 중간선거가 열립니다. 대부분 짝수해에 큰 선거가 있습니다.

홀수해인 올해 11월엔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의 주지사 선거가 있습니다. 원래 미국 주지사 선거는 대부분 중간선거랑 같이 하거나 대선이랑 같이 합니다.

몇 개주는 홀수해에 합니다. 대선 다음해엔 올해같이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가 있습니다. 겨우 50개 주 중에 두 개 주지사 선거 하는데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합니다. 미국 정계 뿐 아니라 뉴욕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됐습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가 그 이후에 사실상 처음 열리는 선거입니다. 즉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첫 중간평가라는 거죠. 아 그러면 뉴스 열심히 본 분들은 “무슨 말이야 지난달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있었잖아”라고 물을 수 있겠죠. 근데 거긴 민주당 텃밭입니다. 그리고 국민소환제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리콜 선거였죠. 바이든하고 무관한 선거였고 이번이 진짜 바이든 중간평가가 되는 거죠.

민주당 패배 시 국정동력 상실

지금은 민주당에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입니다. 4조7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이제 환율이 올라 5640조원 규모의 인프라딜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고요. 디폴트(채무 불이행),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위기를 넘겼다고 하지만 사실은 12월로 잠시 넘겨놓은 것에 불과하죠. 이런 중요한 시기에 중간평가인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국정동력을 상실할 겁니다. 그럼 4조7000억달러의 향방. 디폴트, 증세 이게 다 이 선거에 영향을 받게 되겠죠.

지리적 특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버지니아는 정치 수도 워싱턴 바로 옆에 있습니다. 뉴저지는 경제 수도 뉴욕 바로 인근에 위치하죠. 우리로 치면 수도권 지역 핵심 광역 단체장을 뽑는 선거라는 거죠.

공교롭게도 버지니아와 뉴저지는 모두 우리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한국인들도 이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꼭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민주당 우세서 초접전으로 변화

선거 지역의 현재 분위기는 어떨까요.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마음 놓고 있다가 아차하며 걱정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뉴저지와 버지니아는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원래는 보수 공화당 아성이었지만 최근 10여년 전부터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버지니아를 예로 들면 최근 10회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7회 승리했습니다. 직전 다섯 차례 주지사 선거 중 네 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4회 연속으로 각각 민주당이 이긴 곳입니다.

민주당은 당연히 이번에도 이길 거라 생각했는데요. 갈수록 혼전양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거 잘못했다가 다 지는 거 아냐. 다 뺏기는 거 아냐 걱정하게 된 거죠.

8월 이전만 해도 민주당의 테리 매컬리프 후보가 비교적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9월부터 분위기가 좀 바뀌면서 초접전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하면 오차 범위내에서 매컬리프가 우세한 편인데요. 어떤 조사에선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도층 무당파를 대상으로 하면 공화당 영킨 후보가 우세한 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문제

이렇게 된 건 바이든 대통령과도 영향이 좀 있습니다. 바이든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주당이 버지니아에서 힘을 잃고 있는 거죠. 바이든 지지율은 취임 때만 해도 70% 가까이 됐는데요. 지금은 40%대도 무너졌습니다. 역대 최저 수준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하고요. 어떤 조사에선 트럼프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고 어떤 결정을 하는 지 모르겠고 어떤 일을 했는 지 모르겠다는 거죠. 유일하게 한 판단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인데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엄청 비판을 받았죠.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매컬리프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게 됩니다. 현직 대통령이 도움이 안돼 손절매를 하는 거죠. 매컬리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 신경쓰지 말고 우리끼리 헤쳐나가자고 지지자들에게 얘기할 정도입니다.

뉴저지주는 버지니아보다 상황은 낫지만 이곳도 조금씩 공화당 후보가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지율 두 자리수 차이에서 한 자리수 차이로 격차가 줄었습니다. 아직은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 있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당장 이번주 토요일 23일부터 사전선거가 시작돼 다음주 일요일 31일까지 이어지는데요.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민주당 전승하는 '블루 웨이브'해야 본전 치레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잘해야 본전입니다. 이미 버지니아와 뉴저지는 민주당 텃밭입니다. 두 곳을 모두 지켜야 제대로 방어한 것이죠. 1승1패만 해도 적잖은 타격을 받겠죠. 특히 버지니아가 승부처가 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3조5000억달러 패밀리 플랜, 사회복지 예산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건데요. 중도파 진보파로 나뉘어서 통과가 안되고 있죠. 예산 규모가 확 줄어서 1조5000억달러 안팎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데요. 통과 데드라인을 10월말로 정해놨죠. 그래서 11월2일 선거를 위해서라도 이걸 꼭 통과시키게 당론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죠. 바이든의 시험대인 선거를 지렛대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거죠.

바이든 행정부가 중간평가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