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개장 직전 프리마켓부터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전날 장 마감 직후 발표했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괜찮은 3분기 실적을 내놨는데요 문제는 전망이었습니다.
매출이 192억달러, 순이익이 68억달러로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으나 매출 중에는 SK하이닉스로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매각 금액이 11억달러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를 빼면 지난 7월 자사가 제시했던 전망치도 밑돌았습니다. 또 올해 전체 주당순이익을 4.50달러로 제시했는데, 시장 평균치인 4.79달러를 하회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그동안 인텔의 최대 고객사로 꼽혔던 기업들이 잇따라 자체 칩 제작에 나서면서 인텔의 경쟁력이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스냅 역시 장 마감 직후 내놓은 실적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주당순이익을 기록했으나 매출이 월가 예상을 소폭 밑돌았습니다.
특히 애플의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 때문에 4분기에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 업체들에까지 커다란 충격을 줬습니다.
스냅은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1억7000만∼12억1000만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인 13억6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의 사생활 보호 조치가 스냅의 광고 사업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 아이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앱을 처음 실행하면 이용 기록을 추적해도 될지 이용자에게 물어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이용자가 승인을 거부하면 광고 효과 측정 및 맞춤형 광고 게재가 불가능합니다. 이 조치 이후 미국에서 이용 기록 추적을 허용한 사람은 1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냅과 같은 소셜미디어이지만 약간 속성이 다른 디지털 월드 애퀴지션은 반대로 이틀 연속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SNS 기업과 합병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인데요, 어제 뉴욕증시에서 4.6배 급등한 데 이어 오늘 역시 개장 직후 190% 상승했습니다.
트위터 팔로워만 8900만 명에 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내놓으면 가입자가 몰릴 것이란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업체이죠, 헝다그룹의 부도 위기가 불거졌었는데 23일 달러채권 이자의 지급유예 기간 종료를 앞두고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일단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습니다만 월가에선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헝다그룹이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총 부채가 3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헝다가 이를 갚을 능력이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이번 달러채권 이자 지급은 일종의 깜짝쇼였는데, 대외적으로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 대한 불안했던 시각을 조금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자산관리 회사인 애버딘의 폴 루카제스키 채권 담당 분석가는 “달러채 이자 지급은 헝다그룹과 중국 당국이 중국 내부와 해외 채권자들을 적어도 지금은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며 “의외였지만 시장엔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시각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채권만 4건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부채 규모는 74억달러에 달합니다.
노무라증권의 아이리스 첸 애널리스트는 “헝다는 우선 이달 29일까지 4500만달러를 추가로 갚아야 한다”며 “이번 달러채권 이자 지급은 헝다에 단지 며칠의 시간만 벌어줬을 뿐 위기를 벗어난 게 전혀 아니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헝다가 부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중국 내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줄도산이 예상되는 만큼 당국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