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경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남 무안의 한 아파트가 최근 부동산 경매에서 한국부동산원 시세 10배 금액으로 낙찰됐다. 일각에서는 '입찰표 오기입'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전남 무안군 근화베아채 아파트 전용면적 59㎡(4층)가 16억4580만 원에 낙찰됐다. 최저 입찰가인 감정가 1억6400만 원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해당 아파트의 공시 가격 최저가는 8760만 원, 최고가는 1억1600만 원이다. 한국부동산원 매매 시세는 1억6200만 원에서 1억 7300만 원이었다.

매매 실거래가도 이달 2억 원에 거래된 게 최대 금액이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효성아파트 전용 59㎡ 매물의 현재 호가가 16억 원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개발 호재가 없는 지방 아파트가 서울 강남권 소형 아파트 가격에 낙찰된 것.

관계자들은 낙찰자가 입찰가를 잘못 써낸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경매 절차가 수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로 응찰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지난 5월에도 강남구 청담동 삼성청담 아파트 전용 86㎡가 감정가 12억6000만 원 10배인 12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낙찰자가 결국 잔금을 치르지 않아 재입찰이 이뤄졌다. 이 물건은 3개월 후 13억8699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0년에도 서울 홍은동 서강아파트2차 전용면적 139㎡짜리 아파트가 41억39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5억6600만 원과 비교하면 8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이 응찰자는 4억1390만원을 쓰려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고, 낙찰받지 않겠다며 법원에 매각불허가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결국 응찰자는 입찰보증금 3620만원(최저입찰가의 10%)을 물고 잔금을 미납하는 방식으로 경매를 포기했다.

과거엔 응찰자가 실수로 '오기'할 경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매각불허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구제가 가능했다. 매각불허가를 통해 경매를 무효로 되돌리는 것. 2009년 울산에서 한 응찰자가 최저입찰가 6300만 원짜리 아파트에 7330억 원을 적어냈다가 매각불허가로 구제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이 입찰표 오기입을 매각불허가 사유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최저입찰가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포기해 잔금을 미납하는 방식으로만 매각 취소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졌다. 때문에 경매에 참여할 땐 신중하게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