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의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이야기] 비트코인과 나심탈렙의 변심 유감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뉴욕대 교수이자 투자 전문가인 나심탈렙은 월가의 트레이더 출신이며 2008년 금융위기때 옵션거래로 큰 수익을 내면서 유명해진 탈렙은 경제학자에 대한 독설과 자기만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당초 비트코인의 열렬한 신봉자였으나 어느순간부터 비트코인은 튤립버블이라고 주장하며 가치가 제로라고 단언한다.
무엇이 그의 관점을 바꾸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필자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역사상 인류는 수없이 많은 화폐를 만들어 냈다.
화폐의 기능은 가치 교환과 가치척도의 기능이 최우선이다.
내가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는 교환수단과 가치척도를 정하는 기준이 화폐의 기본 활용목적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화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교환 가능한 재화를 많이 보유한 것과 동일하기에 가치저장의 수단이 더해지면서 기회비용에 대한 이자 개념까지 추가되자 Yield(재화로부터 생성되는 수익)의 개념까지 도입되었다.

탈렙의 비트코인 가치 제로의 주장은 언뜻 비트코인에 Yield 창출 기능이 부재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금(金)이나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등에는 Yield 기능이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만들어 사용했던 돌 화폐나 조개, 비단, 소금등 인류 최초의 화폐 역시 Yield가 없다.

그래도 금이나 호크니의 작품이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희소성과 다수의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하는 다수의 신뢰성(Credit)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탈렙의 주장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것은 탈렙의 주장은 이미 전 세계 수십억명의 인류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플랫폼 사회의 개화와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 부족과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가치를 지닌 화폐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메타버스의 도입 필연성에 NFT의 거센 물결과 인류의 활동영역의 확대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금융환경을 인류에게 선사할 것이기에 금융상품 투자자로서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의 하나로만 바라본듯한 탈렙의 주장은 매우 유감이다.

과거 인류가 사용했던 화폐는 돌, 소금, 조개껍질, 비단, 주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화폐의 3대 기능이 가치의 교환,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이라면 화폐의 형태는 인류의 활동영역 확대와 비례하여 발전되어 왔다.

마이크로네시아 앱(Yap)섬에는 지름이 3m가 넘고 무게가 12톤에 이르는 거대한 돌화폐도 있는데 사용 인구가 적고 굳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 섬나라에서는 누구 소유인가를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배, 마차 등 이동 수단의 발달로 부족과 국가 간의 교역 범위가 넓어지며 화폐는 소지하기 쉽게 금화, 주화를 거쳐 인쇄술의 발달로 지폐로 그 형태가 바뀐다.

한편 1951년 ‘다이너스카드’로 시작된 신용카드 시장이 열렸고 컴퓨터의 발달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 되면서 모바일 상품권, 각종 포인트 및 페이(Pay)로 대변되는 디지털화폐는 인류에게 실물 없는 신용(Credit) 기반의 가상화폐 세계를 제공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스타워즈’에서 사용하는 화폐 이름도 ‘크레딧’이다.


지난 9월18일 스페이스X는 사상 최초로 우주관광객 4명을 싣고 사흘 간의 우주여행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인류의 활동영역이 지구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페이스북 사용자가 27억명이 넘고 10억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한 거대 플랫폼이 6개에 달하는 현재, 인류의 활동영역이 24시간 수십억 명이 실시간 연결되는 상거래로 확대되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가치가 동일한 공용화폐(세계화폐)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필자는 이러한 사용자 요구를 가상화폐가 채워줄 것으로 예상하는데 지난 수십년간 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국내외 금융기관 간 자금결제, 메시지 교환을 위한 국제적 통신정보망) 체제를 이용한 국가간 무역, 송금 방식은 최소 4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거치며 과다한 환전 및 송금 수수료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거래의 불편함이 존재하며 은행이 없는 오지(奧地)나 저개발국가 국민들 그리고 신용평가 점수가 없거나 낮은 20억명이 넘는 인류는 금융 서비스에 아예 접근조차 배제된 상태다.

또한 인플레 영향으로 달러의 경우 지난 100년간 그 가치가 5%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08년 미국 모기지 금융위기에 따른 무차별 달러 방출에 반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로 알려진 개발자는 비트코인을 설계하여 2019년1월3일 제네시스 블록 생성으로 세상에 공개했는데 이른바 탈중앙화된 금융 시장을 열어가는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비트코인 출시 후 12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중앙아메리카의 엘살바도르는 세계최초로 비트코인을 자국의 법정 화폐로 지정 사용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정착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수차례 미국 달러 가치 등락에 따른 외환위기를 경험한 몇몇 국가 중 상당수는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선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 이미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 거래의 편리성을 지원하는 관련 솔루션 개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 점차 사용이 쉽고 편리해지고 있다.


지난 10월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선물 추종ETF 상품을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6만달러를 넘어섰는데(10.17 현재) 조만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도 임박했음이 예측되면서 거대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기 시작하면 그 규모와 방식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비트코인 가격이 6천만원을 다시 넘는 순간 친구가 필자에게 비트코인을 지금 사도 되는지 물었다.


나는 다음 글로 대답을 대신했다.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박사의 말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미래에 대한 다음 몇 가지 관점에 깊은 검토와 투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첫째 비트코인은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검토, 둘째 비트코인이 살아 남는다면 어떤 용도로 사용될 것인가에 대한 검토, 그리고 셋째 10년후 비트코인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로 남을까 하는 이 3가지 질문에 대해 철저한 공부와 자기만의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철학을 갖춘 후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참고로
지난 9월24일 중국 정부가 모든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선언하며 강한 규제정책을 발표했으나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하락 후 빠른 속도로 회복하였고 더 이상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 정책에 별로 영향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보유자는 2억명이 넘었으며 비트코인은 이제 당당하게 법정화폐로 까지 편입되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새로운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프론티어 정신의 미국이 비트코인을 제재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이제 더 이상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대부분 제거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가 하루 생활권으로 바뀐 인류의 활동영역 확대에 따른 필연적인 변화로 보이며 조만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언하는 국가가 지속 늘어나고 비트코인 보유자가 10억명을 돌파하는 순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이며 그 가치는 현존하는 금(金)시장 규모(11조달러)에 견주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신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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