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ESG 스타트업 키우는 SK텔레콤
청각장애인 신명철(54) 씨는 올 초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전에 하던 택배 기사 일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워 매번 단기 근로에 그쳤지만, 이번엔 달랐다. 택시 내부에 음성인식 기능(TTS),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등 각종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덕분이다.

그가 근무하는 기업은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 호출 서비스 고요한M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액터스다. SK텔레콤이 지원한 ICT로 서비스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였고, 덕분에 2018년 출범 이후 누적 운행 횟수가 3만2800건을 넘었다.

SK텔레콤과 코액터스의 협업은 11월이면 3주년을 맞는다. 2018년 자사 택시 호출 서비스 ‘티맵택시(현 UT)’를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착한 기술, 착한 이동’을 표방하던 SK텔레콤이 코액터스를 발굴해 지원했다. 이를 주도한 여지영 SK텔레콤 ESG혁신그룹 오픈콜라보 담당(부사장)은 “업계 맏형 격인 SK텔레콤이 스타트업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생각에 단발성 지원 대신 꾸준한 협업을 택했다”며 “덕분에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사 1명' 모빌리티 스타트업 발굴해 지원

코액터스는 모빌리티 서비스 ‘고요한 M’을 운영한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고요한’ 택시를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 쉽지 않은 청각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당시 코액터스는 대학생 3학년 학생들이 갓 만든 스타트업이었다. 소속된 청각장애인 기사는 한 명뿐이었다. 언뜻 보면 성장이 불확실한 조합이다. 여 담당은 “청각장애인의 사회 진출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고, 젊은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두 가지 가치가 겹친다는 점에서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지원 결정을 내리는 데엔 기업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SK그룹의 ‘더블 바텀라인’ 기조도 도움이 됐다. 이 같은 분위기 덕분에 좋은 취지에 동감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었고, ‘지원 업무를 맡겠다’며 자원한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연이어 나왔다는 설명이다.

협업이 결정되자 SK텔레콤은 코액터스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집중 논의에 돌입했다. 두 회사가 가장 먼저 개선에 나선 것은 택시 기사와 승객 간 소통 문제였다. 당시 고요한M은 자체 솔루션을 기반으로 택시 안에 태블릿을 설치해 기사와 승객이 서로 목적지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게 했다.

남은 관건은 승객이 택시를 타기 전후였다. 택시 기사가 전화벨 소리를 듣기 힘들다 보니 탑승 위치 변경 등 승객의 요청 사항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받은 기사가 ‘불량 서비스’ 신고를 받기도 일쑤였다.

SK텔레콤은 코액터스와 5개월간 논의한 끝에 티맵 택시에 청각장애인 기사를 위한 시각 정보 기반 호출 기능을 탑재했다. 콜(호출)이 들어오면 스마트폰 화면 전체가 깜박거리게 해 기사가 쉽게 호출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비스 개선을 위해 택시 기사 자격증을 따서 직접 택시를 운행해본 여 부사장의 경험에서 나온 조치다. 그는 “택시를 운전할 때는 전방과 양옆, 계기반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청각장애 기사에게 주요 알림을 시각적으로 또렷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청각장애인 기사들의 안전 운전을 돕고, 승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SK텔레콤의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기술도 적용했다.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 위험이 있는 경우, 진로 변경 의도가 없는 와중에 차선을 이탈한 경우 등에 기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다. 모바일 손목시계 ‘T케어 스마트워치’를 통해 기사가 진동으로 알림을 받게 했다. 위급 상황 시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러 경찰이나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위치를 전송할 수 있는 긴급 SOS 기능도 넣었다.

화웨이 제치고 '선한 기술상' 받기도

이 같은 지원을 타고 코액터스는 쑥쑥 성장했다. 2018년 총 13명에 불과하던 기사 수가 지난 7월 기준 87명으로 늘었다. 소속 청각장애인 기사들은 월평균 255만원을 번다. 국내 청각장애인 10명 중 7명의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적 직장인 셈이다.

승객들의 반응도 좋다. 여 담당은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본 뒤 장애에 대한 편견이 줄었다는 승객들의 반응이 종종 나온다”며 “이는 청각장애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불안감이나 불편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요한M은 이 같은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세계 3대 ICT 전시회 중 하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테크 포 굿’부문상을 받았다. 모바일 기술로 취약계층의 접근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인 서비스에 주는 상이다. 지난 6월에는 여 담당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고요한M을 통해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고 디지털 포용 사회 구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코액터스를 비롯해 여러 ESG 스타트업을 장기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임팩트업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엔 지속 가능 개발 목표와 관련이 깊은 스타트업을 선정해 ICT 기술과 비즈니스 조언 등을 지원한다.

사업 기회를 직접 제공해 스타트업에 사업 사례를 쌓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미세먼지 저감필터 개발 기업 칸필터가 SK텔레콤 본사 건물에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내용과 밀접한 SK그룹 관계사도 이어준다. 임팩트업스에 참여한 21개 스타트업 중 5곳이 SK그룹의 투자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에는 ‘ESG 코리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스타트업의 ESG 목표 설정부터 서비스 개발, 시장 진입, 사업 확장까지 전방위 지원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집단과 투자회사, ESG 성과 측정 기관 등의 협력을 조율하는 역할도 맡는다.

카카오와 함께 공동 ESG 펀드도 조성했다. 국내 ICT 대기업이 함께 ESG 투자 펀드를 조성한 첫 사례다. 양 사가 펀드에 100억원씩 출자했다. 펀드 운용은 ESG 분야 전문 투자 경험을 보유한 유티씨인베스트먼트가 맡는다. 여 담당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제2, 제3의 코액터스를 발굴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SG 스타트업 키우는 SK텔레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