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레기 정보야 어차피 다 공개되는 건데 그게 무슨 대단한 개인정보라고."

"원래 기자들은 제보 등을 위해 자기 휴대전화 번호 많이 노출하지 않나요? 그게 왜 개인정보 유출이죠? 아무튼 우리 추 장군님 대단하십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모 기자의 실명과 전화번호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을 두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지자들이 그의 기개를 추앙하는 이들이 남긴 댓글 중 일부다.

앞서 21일 한 인터넷 매체는 추 전 장관이 성남 국제마피아파 핵심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추 전 장관 외에 민주당 여러 인사가 조직원과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며 나열했다. 해당 기자는 추 전 장관에게 사실 확인을 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반론까지 충실히 게재했다.

추 전 장관은 기자의 "사진과 관련한 입장을 들려달라"는 문자 메시지 요청에 "당 대표나 공인으로서 행사 시 노출되어 있을 때 누구나 휴대폰으로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 일일이 신분 확인하고 찍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상정하기 어렵고 불가능하다. 상식적인 눈으로 보시면 될 문제다"라고 답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젊은 기자님! 너무 빨리 물들고 늙지 말기 바랍니다"라고 운을 뗀 뒤 "위에서 시키니까 할 수 없다는 것은 면책될 수 없다"면서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제 공적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왜곡하는 악의적 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즉시 해당 기사를 내릴 것을 요구하고 차후 법적 초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해당 기자의 실명과 전화번호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은 논란을 의식한 듯 한 시간 정도 후 전화번호 뒤 네 자리를 가려 수정했으나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기자의 개인정보가 확산한 상태였다.

시민단체는 추 전 장관을 경찰에 고발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23일 추 전 장관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법세련은 "기사에 문제가 있다면 정정 보도 청구, 언론중재위 제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유정화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지난 8월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는 최상이다'라고 단언하던 추 전 장관이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언론 말살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면서 "기자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왜 함부로 공개하나. 그것이 결과적으로 기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업무방해 내지 협박행위로 이어질 것이라는 걸 정말 모르셨던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이런 것을 악의적인 좌표 찍기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뒤늦게 해당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웠어도 이미 행위는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추 전 장관이 한 기자의 개인정보 유출이 업무방해죄가 되기 위해서는 지지자들과 정치적 연대를 넘어 기자 업무를 방해하겠다는 '적극적인 공동의사'가 있어야 한다"면서 "소위 '좌표찍기'가 지지자들과 교감을 넘어 위력행사를 같이 하자를 인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추 전 장관 입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조폭과 찍은 사진을 보도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됐고 악의적 보도로 명예가 실추됐다고 봤을 것이다"라며 "그럴지라도 기사에 문제가 있다면 정정 보도 청구, 언론중재위 제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공인으로서 적절한 대응이다"라고 말했다.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