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환경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기차 완속 충전기 민간 사업자 보조사업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동안 총 2069억원의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이 민간 업자들에게 지급됐다. 2017년 408억원, 2018년 464억원, 2019년 717억원, 2020년 240억원, 2021년 240억원 등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등을 위한 전기차 활성화를 장려하기 위해 완속 충전기를 1대 설치할때마다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에는 200만원이었지만, 2017년에는 한대당 500만원을 지원했다. 충전기 설치를 위한 공사 비용과 운영 비용도 전액 지원했다.
문제는 부실 설계로 인한 '먹튀' 사례다.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은 충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가 있다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한데, 설치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기간 등은 없었다. 이렇다 보니 값싼 충전기를 설치해서 보조금으로 차익을 남기고 이를 모아 다시 전기차 사업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 등에 재매각 하는 방식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업체는 최근 전기차 충전기 9283대를 설치하고 총 146억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최근 대기업 계열사 몇 곳이 등이 이 업체의 지분을 65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따른 업체 B역시 1751대를 설치하면서 62억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한 대기업이 550억원에 이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런식의 전기차 충전기 업체 매각 협상이 8개나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영세 의원은 "전기차 보급‧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투입해 보조금으로 구축된 전기차 충전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지분 매각‧투자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막대한 정부보조금이 민간 업자들의 꼼수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국민 혈세가 꼼수 영업을 하는 일부 업자들에게 흘러간 것은 물론, 전기차 충전기 자체의 질적 하락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단순 1대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값싼 중국산 부푼들도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를 설치해 원래 목적인 충전 전기를 팔아 돈을 버는게 아니라 설치 자체를 통해 돈을 벌어온 셈이다.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먹튀 방지를 위해 '일정기간 운영 의무 조항' 등이 있었어야했다는 지적이다.
권영세 의원은 "일정 기간 동안 의무 운영 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며 "어떤 방식이든 충전기 사업자 보조금 지급 정책의 사후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