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에 조금 못 미쳤습니다. 전력난과 부동산 경기 침체, 산발적인 코로나19 확산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요. 4분기나 내년 경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번 베이징나우는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중국사무소 상무에게 3분기 중국 성장률을 중심으로 경제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습니다. 전력난과 부동산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 글로벌 원자재가격 상승 등 다양한 요인들이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로 제시한 '6% 이상' 성장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악재들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일까요? 심 상무는 중국 경제가 구조적 전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악성 부채 문제 해소 등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적 악재들보다는 중장기적 발전 전략에 주목하라는 조언입니다.

지난 18일에 중국 3분기 성장률이 나왔죠. 총평과 전망을 해주신다면

전력난·부동산·물가 압박 속 중국 경제, 향후 전망은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2019년 6% 성장률이 나올 때도 중국 경제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좀 둔화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했죠.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2.3%까지 크게 떨어졌고요. 올 3분기까지 성장률이 4.9%로 발표가 됐는데, 2019년 3분기까지 성장률과 함께 2년 동안 평균을 내면 4.8% 정도고요. 시장의 기대, 또 중국 정부에서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성장 목표에 비해서도 조금 부진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작년과 올해 2년 평균 성장률을 5.5~5.7%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 내부적으로는 계속 걱정은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출은 굉장히 경기가 좋았지만 내수는, 특히 소비는 굉장히 안 좋고요. 또 국유기업과 대기업들이 높은 경영 성과를, 사상 최대 이익을 창출하기도 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투자 측면에서도 부동산 투자는 증가했지만 제조업 투자는 계속 부진한 상태고요. 전반적으로 좀 불균형한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계속 이런 불균형을 시정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고요.

중국 정부가 '6% 이상'이라는 성장 목표를 올해 제시한 이유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통해서 7%, 8%, 9%라는 숫자를 맞추는 것보다는, 중국 경제 구조를 개선해 나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2035년까지 중장기 발전 방안까지 올해 한꺼번에 발표했는데, 장기적인 성장 노선을 바꿔나가려는 계획을 이미 밝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특히 올해부터 탄소중립을 중국 경제의 새로운 핵심 노선으로 제시하고, 그걸 통해서 전통적 산업 구조의 한계를 극복해 갈 것인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취업률 제고와 이를 통한 소비 확대도 강조하고 있고요. 쌍순환이라는 중국 내수 중심, 소비 중심의 자립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나가려는 준비의 해로서 올해를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GDP 성장률 내 세부 지표들을 보면 투자 같은 부분에서 좀 변화가 있었다고요

투자 안에 인프라 투자, 부동산 투자, 제조업 투자. 저희가 이렇게 나눠볼 수 있을 텐데요. 인프라 투자는 중국 정부에서 지방 정부의 부채라든지 그림자 금융을 축소시키기 위해서 2019년부터 이미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전력난·부동산·물가 압박 속 중국 경제, 향후 전망은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이번에도 3분기까지 인프라 투자는 1.5% 증가에 그쳤고요. 또 작년과 올해 2년 평균은 0.4% 증가에 그쳤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 더 이상 과거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서 재정 투자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시대는 조금 지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에도 신 인프라 투자라고 5G(5세대 통신)라든지 AI(인공지능)라든지, 특고압선이라는 업그레이드된 전력망을 구축하는 쪽으로 투자가 있었고요.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는 크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투자가 작년부터 활성화되면서 경기의 한 축을 담당하긴 했지만 최근에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부분은 둔화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고요.

긍정적으로 만한 부분은 제조업 부문의 투자입니다. 2019년에도 3% 정도 증가에 머물렀었고요. 작년은 -2.2%로 투자 항목 중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전통 제조업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제조업으로에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히려 제조업 투자는 3분기까지 14.8%로 증가했고요. 2년 평균으로도 3.3%, 플러스 증가로 돌아섰고요. 투자의 내용도 첨단 기술이나 첨단 장비 위주로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도 제조 부문에서 어떤 방향의 투자가 늘어날 지가 중국 경제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 3분기까지 민간 기업의 투자가 9.8% 증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민간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가 정부의 큰 고민이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첨단 제조업 투자 증가, 민간 부문의 투자 증가가 주목할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전력난 전망은?

전력난·부동산·물가 압박 속 중국 경제, 향후 전망은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중국에는 모든 전기를 사서 가정이나 기업에 공급하는 중앙 정부 소속의 국가전력망이라는 대형 국유기업이 있습니다. 국가전력망이 얘기하는 전력 공급 부족의 원인은 주로 이상기온 때문에 소비가 증가한 것, 수력 발전량이 줄어든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수출 주문이 급증하면서 산업생산이 증가했다는 점도 있습니다. 중국의 전력 수급 체계 문제가 반영이 된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중국은 전체 전력 공급에서 화력발전이 71~72%고요. 그 중에 90%가 석탄화력이기 때문에 석탄화력 비중이 전체의 63~64% 정도됩니다. 석탄 가격이 급등했는데, 석탄화력 회사들은 중국전력망이 제시한 고정가격에 팔아야 하니까 손실이 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발전량을 늘리지 않는 측면도 있었고요.

석탄은 왜 그렇게 올랐냐면, 중국이 연간 38억t 정도를 생산하고, 그중에 약 30억t을 화력발전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금년 들어 안전·환경 규제가 굉장히 엄격해졌습니다. 9월부터는 그 부분에 대해서 광산 경영자들이 무한 책임을 져야 되는 법규가 새로 시행됐습니다. 그래서 9월달까지 석탄 생산량이 1억5000만t 가까이가 줄어들었습니다.

중국이 수입하는 양은 연간 2000만t 정도여서 수입 비중이 높지 않고요. 전체 공급량에서 보면 중국 내 생산이 한 95%고 5%가 수입, 또 그 수입에서 호주산이 25% 점유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과 호주 사이의 분쟁 때문에 석탄 가격이 올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수개월 내에 전력난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죠.

전력난 해결에는 세 가지 정도 방법이 있겠죠. 일단 중국 국내 석탄 체굴을 확대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고요. 마지막으로는 전기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석탄화력 발전소들에게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겁니다.

중국 정부에서 올해를 탄소 중립 선언의 원년으로 삼고 중국 경제와 산업 구조를 고도화시켜 나가는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양보하고 석탄 생산을 독려할 것인가가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발전개혁위원회가 석탄 관련 기업들에게 금년에 최대한 생산하라고 독려하고 나섰고요, 안전 문제 때문에 허가가 취소되거나 중단돼 있던 탄광들에게도 재가동 지시를 했습니다. 동절기 석탄 확보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요.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2019년 초 시진핑 국가주석이 회색코뿔소에 주의해야 된다는 얘기를 했죠. 회색코뿔소는 누구나 다 예상이 가능하지만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간과하기 쉽고 대비하기 어려운 문제죠.

그러면서 지적한 게 기업 부채, 지방정부 부채, 그림자금융 세 가지고요. 이 세 가지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아킬레스건으로서 여전히 해결해야 될 과제인 것은 확실합니다. 2019년부터 부채 비율을 축소시키는 정책을 실행했는데 작년에 다시 돌아간 부분이 있습니다.

전력난·부동산·물가 압박 속 중국 경제, 향후 전망은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중국 정부는 부채와 버블 문제가 중국 경제를 크게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또 공동부유를 제창하면서 부동산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 대출 규제를 갈수록 엄격하게 하고 있고요.

공급 측면에서 부동산개발업체들에게 정부가 정한 건전성 기준으로 맞추지 못하면 대출을 금지하는 정책을 지난 6월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6월부터 헝다그룹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최근에 더 심각해진 그런 상황입니다.

이번에 헝다 문제를 통해서 부동산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중국 경제에 쌓여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정부에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부실한 기업들이 계속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요.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단순히 그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구조의 전환 차원에서 건전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PPI와 CPI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원자재를 다량으로 수입해서, 그걸 제조해서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죠.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통해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전력난·부동산·물가 압박 속 중국 경제, 향후 전망은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코로나19 때문에 각국에서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려 하다 보면 그 자금의 많은 부분은 금융시장이나 자산시장 쪽으로 들어가게 되죠. 대부분 원자재가 선물시장이 형성돼 있어서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또 그것이 생산자물가지수(PPI)로 또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년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대까지 떨어진 것은 중국 정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경기가 양극화돼 있는 상황과도 관계가 있고요. 최근에 풀린 돈들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가면서 소득 격차가 굉장히 확대되고 있거든요.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CPI는 낮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고용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을 성장시켜서 이를 통해 소득 분배 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 입장에서는 PPI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M&A를 통한 대형화나 기업 간에 연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다만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풀린 유동성, 공급망 중단 등의 원인들이 해소될 것으로 보는 것이죠.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