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이 10년 만에 50억 됐다…카이스트, 교수 덕에 '잭팟'
한 대학 교수의 기술창업 결실이 ‘대박’으로 돌아왔다. 창업 직후 학교 측에 기증한 주식은 당시 200만원 상당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50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만든 오준호 KAIST(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사진) 얘기다. ‘휴보 아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오 명예교수는 2011년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하면서 회사 주식의 20%를 학교에 기증했다. 연구와 창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준 학교에 감사하다는 취지였다.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KAIST는 교수들의 기술창업을 장려해왔다. 성과는 컸다. 오 명예교수가 개발한 DRC-휴보는 2015년 세계 최고 재난 대응 로봇을 뽑는 대회인 미국 국방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 주자로도 나선 휴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던 '휴보'. / 사진=한경 DB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던 '휴보'. / 사진=한경 DB
휴머노이드 로봇은 첨단 연구와 기술력이 집약된 분야. 가령 물건의 성질에 따라 로봇 손이 조금만 꽉 쥐어도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쓸 부분이 매우 많다.

오 명예교수는 휴보의 기술력을 계속 발전 및 고도화해온 끝에 올 2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코스닥 시장에 입성시켰다. 이에 따라 KAIST가 기증받을 당시 200만원 상당이던 주식(400주)은 상장을 거쳐 50억3900여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발전기금이 됐다.

그간 KAIST 교내 창업기업의 발전기금 중 최대 규모로, 학교 측은 ‘오준호 기금’으로 명명해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계공학과 교수직에서 퇴임한 오 명예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플랫폼을 비롯한 관련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오 명예교수는 25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열린 감사패 전달식에서 “대학에 지원된 연구비의 결과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다시 대학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의미 부여했다. 이광형 총장도 “훌륭한 선배이자 스승이신 오 교수님이 마련해주신 재원을 바탕으로 후배 교수들과 학생들이 기술창업을 이어가도록 돕겠다”고 화답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