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34세 겨냥한 골프웨어"…PXG어패럴의 '닌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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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탐구
신재호 PXG코리아 회장
타깃 넓히지 않고 좁히는데 주력
컬러도 알록달록 아닌 '흑백'만
"옷 뒤집어 입어도 예뻐야 한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챙겨
신재호 PXG코리아 회장
타깃 넓히지 않고 좁히는데 주력
컬러도 알록달록 아닌 '흑백'만
"옷 뒤집어 입어도 예뻐야 한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챙겨
“우리의 타깃 연령은 딱 34세입니다. 3040세대처럼 모호한 말은 쓰지 맙시다”.
2017년 11월, 신재호 PXG코리아 회장(사진)은 로저나인이란 골프의류 회사를 출범시키면서 독특한 ‘지령’을 내렸다. 마케팅 대상 고객을 마치 닌자가 단 하나의 표적만 노리듯이 구체적 나이로 제한한 것이다. 디자인팀엔 ‘블랙&화이트’ 색상만으로 첫 번째 의류 시리즈를 제작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닌자 마케팅’이라 불릴 만한 PXG어패럴의 ‘경영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출범 3년 만인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장당 이익은 골프 어패럴업계 최고 수준이다.
스타트업이나 다름없는 PXG어패럴은 국내 골프 의류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9년 431억원이던 매출이 작년엔 716억원으로 66.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공은 소매판매에 대한 신 회장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은 “1990년대 미국 뉴욕 등에서 골프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면서 의류도 편집숍 형태로 판매했다”며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어떤 패턴과 색이 잘 팔리는지 나름의 데이터를 쌓았다”고 말했다. 맞춤 전문용 골프클럽이라는 PXG의 장점을 의류에도 적용했다.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 골프채로 파란을 일으켰듯이, 의류에서는 타깃을 ‘쿨(멋짐)하고 힙(새로움)한 34세의 감성’을 정조준했다.
로저나인은 디자인에서도 기존 관행을 깼다. 흑백만을 사용한 간명한 디자인으로 다색(多色) 중심이던 골프 의류의 판을 흔들었다. 레노마골프가 최근 리브랜딩하면서 블랙&화이트 중심으로 바꾼 것도 PXG어패럴의 영향이다.
신 회장은 “이것저것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 있다”며 “품질면에서도 보이는 디테일만 아니라 안감과 지퍼 처리 등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입어도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끌어내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경쟁사들과 달리 로드숍(가두점) 등 매장을 확대하지 않은 전략도 로저나인의 경영 방식이다. PXG어패럴 매장은 50여 곳으로, 대형 골프 어패럴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맹점주의 매출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골프의류 시장의 급팽창과 관련해선 “곧 엄청난 빙하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회장은 “올해에만 60개 정도의 골프 어패럴이 등장했다”며 “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골린이(골프 입문자)들은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골프의류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2017년 11월, 신재호 PXG코리아 회장(사진)은 로저나인이란 골프의류 회사를 출범시키면서 독특한 ‘지령’을 내렸다. 마케팅 대상 고객을 마치 닌자가 단 하나의 표적만 노리듯이 구체적 나이로 제한한 것이다. 디자인팀엔 ‘블랙&화이트’ 색상만으로 첫 번째 의류 시리즈를 제작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닌자 마케팅’이라 불릴 만한 PXG어패럴의 ‘경영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출범 3년 만인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장당 이익은 골프 어패럴업계 최고 수준이다.
창업 3년 만에 업계 선두로 도약
PXG어패럴은 로저나인의 ‘창작품’이다. PXG 골프용품을 국내에 들여온 신 회장이 미국 본사에 의류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2018년 초 PXG어패럴월드와이드(로저나인 지분율 49%)가 설립됐다. 신 회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고 사용에 대한 비용만 낼 뿐 미국을 포함해 세계 판권을 로저나인이 보유하고 있다”며 “전체 제품의 75%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도 다른 골프 의류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스타트업이나 다름없는 PXG어패럴은 국내 골프 의류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9년 431억원이던 매출이 작년엔 716억원으로 66.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공은 소매판매에 대한 신 회장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은 “1990년대 미국 뉴욕 등에서 골프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면서 의류도 편집숍 형태로 판매했다”며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어떤 패턴과 색이 잘 팔리는지 나름의 데이터를 쌓았다”고 말했다. 맞춤 전문용 골프클럽이라는 PXG의 장점을 의류에도 적용했다.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 골프채로 파란을 일으켰듯이, 의류에서는 타깃을 ‘쿨(멋짐)하고 힙(새로움)한 34세의 감성’을 정조준했다.
우후죽순 골프웨어 “옥석 가리기”
닌자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모방 심리를 일으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PXG어패럴은 아무나 입을 수 없다’는 말이 빠르게 퍼졌다. 체형과 가격 조건이 그만큼 까다롭다는 얘기였다.로저나인은 디자인에서도 기존 관행을 깼다. 흑백만을 사용한 간명한 디자인으로 다색(多色) 중심이던 골프 의류의 판을 흔들었다. 레노마골프가 최근 리브랜딩하면서 블랙&화이트 중심으로 바꾼 것도 PXG어패럴의 영향이다.
신 회장은 “이것저것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 있다”며 “품질면에서도 보이는 디테일만 아니라 안감과 지퍼 처리 등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입어도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끌어내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경쟁사들과 달리 로드숍(가두점) 등 매장을 확대하지 않은 전략도 로저나인의 경영 방식이다. PXG어패럴 매장은 50여 곳으로, 대형 골프 어패럴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맹점주의 매출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희소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골프의류 시장의 급팽창과 관련해선 “곧 엄청난 빙하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회장은 “올해에만 60개 정도의 골프 어패럴이 등장했다”며 “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골린이(골프 입문자)들은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골프의류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