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실적 건설사에 택지공급 인센티브 '논란'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공공택지 입찰에서 사전청약 실적이 있는 건설사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벌떼입찰’ 등으로 이미 공공택지를 확보한 업체가 또다시 손쉽게 택지를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다. 당분간은 자이, 힐스테이트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아파트가 공공택지에서 나오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2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LH는 사전청약 실적이 있으면 공동주택용지 입찰 등에서 우대하는 내용의 ‘택지입찰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내년 3월까지 보유 택지에서 사전청약을 하면 내년 4월 이후 경쟁방식(임대주택건설형, 이익공유형, 설계공모형)으로 용지를 공급할 때 총점의 최대 6% 수준의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설계공모형은 총점 1000점 중 최대 50점을 받을 수 있다.

공공택지 입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추첨제 방식 역시 사전청약에 최대 6점을 부여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이 제도는 총 18점 만점 중 5점 이상을 받으면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상 사전청약 시행 실적이 있는 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구조다.

내년 봄까지 최대한 많은 공급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지만, 건설업계에선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존에 택지를 가진 업체에만 유리한 제도여서다. 반대로 택지가 없는 업체는 가뜩이나 수도권 택지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신규 사업체를 발굴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는 기존에 보유한 택지가 거의 없어 해당 브랜드 아파트가 공공택지에서 공급될 가능성도 크게 작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택지 입찰 과정에서 상당수 업체가 벌떼입찰 방식으로 택지를 확보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벌떼입찰은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공공택지 추첨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전청약 인센티브 제도가 1~2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페이퍼컴퍼니를 많이 가진 곳의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방건설은 9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5년간 경기도 공공택지 절반을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나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에 대해 “벌떼입찰은 건설 부조리 중 가장 심각한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크게 높아지는 제로에너지, 에너지효율등급 인증도 배점이 0.4~2점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인센티브 제도를 택지 공급 목적에 맞게 선별적으로 운영하거나 전체 배점에서 비율을 낮추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