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양산·코로나19 여파로 점유율 '뚝'
"신제품·공격마케팅으로 점유율 40% 목표"
"우리는 제품으로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기술로 전기 이발기를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은 저희뿐입니다. 중국산에 가격경쟁력은 밀릴지 몰라도 '날'의 성능 만큼은 자신하는 겁니다. 한 번이라도 우리 제품을 써본 고객들은 그대로 우리 제품만 찾습니다."
하성이시스는 일반 이·미용 기기와 반려동물 이발기를 생산, 판매하는 강소기업이다. 미국과 일본 등의 수입 제품에 100% 의존해 온 이·미용기기를 처음 국산화해 수입대체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작년 8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미용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던 하충현 대표가 1993년 여름 세운 이 회사는 어느덧 서른 돌을 앞두고 있다. 설립 당시 사업 분야를 성인용 이발기에 한정했지만 이후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하고 전용 이발기까지 영역을 넓혔다.
하 대표는 특히 전기 이발기의 핵심이 되는 커팅날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2002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산학협력해 이온조사를 통한 날의 표면처리 방법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커팅날에 이온을 주입해 절삭력과 내구성을 개선한 게 골자다. 이 기술은 날의 수명을 연장시켜 미용·애견 이발기 날을 국산화하는 계기가 됐다.
시작은 성인용 이발기였지만 이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반려동물 이발기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차 공고해진 것이다. 기술 국산화라는 성과를 앞세워 여러 애견숍에 주력 제품을 납품한 하성이시스는 2017년 반려동물 이발기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항상 외국에서 들여오던 전기 이발기 날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으니 기술적 우위가 확실했죠. 한 때 국군에 전기이발기와 헤어드라이기를 10년간 독점 제공했고 이마트와는 사업 초기부터 협력해 애견 미용품들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장 점유율은 2018년을 즈음해 급격하게 떨어졌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온라인몰에서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점차 늘어 현재는 40곳을 웃돈다"며 "유일한 국내산을 판매하는 데도 가격적인 측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져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 2월 본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외출이 줄어 이·미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자체가 급감했다. 고객 판매뿐 아니라 납품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하성이시스의 주요 납품처인 이·미용실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관련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 하 대표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이발기 시장 내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새 방역체계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임박하면서 업황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하 대표는 잇단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내년 말까지 국내 성인·반려동물 이발기 시장 내 점유율을 절반 수준까지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코로나19로 협력업체들이 극심한 타격을 입었지만 이제 분위기가 전환되잖아요. 희망적이죠. 저희도 상황은 아직 어렵지만 연말부터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업체에 대한 위탁생산도 힘 써보려고 합니다. 미용실에서 혁신제품으로 통할 만한 새로운 제품 연구도 바삐 진행하고요."
이를 위해 이달 중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이발기 신제품 'CL-50'을 출시한다. 날을 3가지 방식으로 교체해 최대 5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미용실을 타깃으로 한 미용 종합 기계도 준비 중이다. 스팀 펌기와 드라이기, 청소기를 한 데 합친 기계로 온도와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인 의료용 제모기도 이달 출시가 예정됐다.
하 대표는 "현상 유지에 그치던 현재에서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면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최근 출격을 준비 중인 신제품들을 앞세워서 공격적인 영업을 펴 국내 16만곳에 이르는 미용실에 우리 제품이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품군 다양화이기도 합니다. 성인과 반려동물 관련 모든 이·미용 제품들을 팔게 되는 것이죠. '이·미용 전문 백화점'이 연상되는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기 전 하 대표는 기사에 꼭 담아달라며 말을 남겼다. "중국산 제품들과 겨룰 수 있는 국산화, 기술력 등의 강점이 있는데도 저희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케팅의 부재와 맞물려 있습니다. 온라인 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인력이 필요한데 정부 정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해 직원을 뽑아도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중소기업의 한계인가 싶어 답답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나이는 전혀 상관 없으니 오래 함께 할 의향이 있는 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한경닷컴·서울산업진흥원 공동기획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